누구에게나 이름은 중요하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이 없다는 것과 같다.

며칠 전 학생회관에서 작은 행사가 열렸다. 몇몇 학생들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생회관 전면 부출입구 벽면에 있는 부조작품에 대한 이름을 붙이는 현판식인 것이다.

그 동안 학생회관을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 작품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찌 보면 방치됐다시피 있었던 부조작품은 관악의 역사를 품고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재 ‘누미’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희 화가의 작품이다. 작품을 만들 당시 1975년은 서울대학교가 동숭동에서 신림동으로 갓 이전한 해로 캠퍼스는 굴뚝만 없는 시멘트 공장같이 황량했다고 한다.

이에 당시 한심석 총장과 김세중 미술대학 학장 등의 조언을 바탕으로 미대 대학원생이었던 작가는 음악의 형상화를 통해 삭막한 공간을 고양 위무하려는 목표를 설정하여 대학원 재학 2년 동안 미술대학 한 공간에서 점토로 빚고 석고 틀을 뜨고 백시멘트를 부어 위 부조작품을 완성, 당시 교수식당 입구였던 현 학생회관 외벽 면에 설치, 기증했다.

작품이 처음 설치되었을 때 삭막했던 관악캠퍼스는 40여년이 지난 현재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변화의 홍수 속에 오히려 이 작품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더 잊히는 건 아닌지….

그동안 관악의 변화와 역사를 같이한 이 작품이 학내 학생 문화, 예술의 중심인 학생회관에 자리 잡고 있는 건 어찌 보면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음악을 위하여… 삭막했던 캠퍼스를 외로이 위무해 오던 4명의 악사가 이제라도 이름이 불리게 되어 다행이다. 나날이 추워지는 캠퍼스, 식사를 마친 후 잠시 짬을 내어 관악의 역사를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

▲ 학생회관 벽면 부조작품 『음악을 위하여』 누미 이경희, 1976-1977 제작, 기증


김주형
학생소통팀 선임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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