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중이다.” 서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본부에 처우 개선을 요구할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다. 기자 역시도 취재를 하면서 같은 답변을 받았다. 일반노조는 청소·경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5월부터 계속해서 본부에 정년 연장과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들의 주장이 결코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 청소·경비노동자가 받는 시급은 최저시급 5,210원에 턱걸이하는 수준인 5,390원이다. 서울시가 정한 생활임금 6,700원은 물론이고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학에서 지급하는 시급 6,200원보다 1,000원 가량 낮다. 생활임금은 노동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수준으로 노동자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기준이 최저임금은 결코 아닌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소노동자는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미리 교실을 청소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 5시에 출근하고 있지만 아침 식대비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격일제 경비노동자는 휴가를 사용하게 되면 대체인력이 없어 옆 동료가 자신의 몫까지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휴가 신청을 꺼리는 상황이다.

청소·경비노동자의 근무조건 개선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서울대는 현재 각 단과대 및 부속기관이 자체적으로 용역업체를 선정해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간접고용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간접고용’의 구조는 학교가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에게 대고 있는 가장 좋은 핑계다. 지난 9월 체불임금 지급문제로 일반노조와 본부의 입장을 취재했을 때 본부로부터 들었던 답은 역시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였다. (『대학신문』2014년 9월 20일자) 하지만 서울대는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의 인사 및 임금 지급에 관여하고 있는 실질적 ‘고용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청소·경비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의 ‘사용자’이기도 하다. 그들의 외침에 언제나 ‘검토 중’이라 답변을 하는 본부의 태도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사회에 기여하는 학생을 양성하기 위한 인성교육 강화’의 일환으로 심폐소생술 자격증까지 졸업요건으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인성’을 운운하는 서울대는 학교 안의 노동자들의 삶에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주, 본부 앞에서 투쟁을 외치던 그들의 모습은 꽁꽁 언 서울대의 벽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것 같아 외로워 보였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캠퍼스에서 지낼 수 있도록 힘쓰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가치를 인정받고 대우받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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