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원 감축’과 ‘대학정보 공개’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안이 발표되었다. 앞으로 20년 후면 한국의 전체 대학 입학생 규모가 현재의 2/3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어서, 각 대학들간의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학생정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제시된 방안이다. 이는 국립대학과 관련해 대학간 통합 및 연합대학체제구축을, 대학원 구조개혁과 관련하여 대학원 평가시스템 구축과 대학원 규모의 적정화를 지향하고 있다. 일단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신입생 충원률, 졸업생 취업률, 교원 확보율 등을 포함하는 대학정보 공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관련 정보가 매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각 대학들은 자신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의미 있는 통계를 발표하는 것을 꺼려왔다. 이 때문에 대학에 관한 중요한 정보, 특히 입시관련정보는 유명 사설 학원에서 독점하고 일종의 입시정보산업까지 생겨났다. 이번의 정보공시제가 이런 문제를 극복하면서, 궁극적으로 구조개혁을 통한 교육과 학문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우리 대학은 지난 학기에 ‘서울대학교 학사조직 개편안’을 마련했고, 이 안에 따라 학부대학의 설치, 전문대학원의 설치, 일반대학원의 강화라는 세가지 중점 개혁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사실, 10년 전부터 대두하기 시작한 이른바 ‘서울대 문제’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체 대학체제와 연결되어 있고, 단지 교육정책의 영역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 있는 지식의 생산이라는 학문정책의 영역에 속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국사회의 대학정책은 고교평준화정책과 맞물려 학문정책보다는 입시정책 위주로 짜여져 왔다. 최근 정치적으로 오용된 감이 있는 ‘서울대 폐지론’은 입시정책위주의 사고에 치우쳐 학문정책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대학 발전의 방향 합의를 위해 대학 통계 발행해야

 

 

대학이 주체적인 개혁과 발전을 모색할 때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 전 사회과학연구원에서 수행했던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에 관한 연구에 쏠렸던 관심을 생각한다면, 서울대의 현실에 관한 정확한 정보의 사회적 수요와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대학에 대한 숱한 오해와 논란은 대학 현실에 관한 정보의 부족과 미공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고 대학발전의 방향에 관한 내부적 합의를 공고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대학통계의 발간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이나 발전의 성과들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통계집을 연보나 격년 형식으로 발간한다면, 이 는 대학구성원의 자기 평가의 기준이 될 뿐 아니라 외부에 대한 정보공개와 홍보, 나아가 다른 대학의 개혁을 간접적으로 추동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으며, 본격적인 국제적 수준의 대학간 비교연구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통계의 기본항목은 학부 및 대학원의 입학, 강의, 졸업, 그리고 교직원의 교육과 연구에 관련된 것이지만, 교육정책 뿐 아니라 학문정책의 수립에 도움이 되는 항목들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 대학의 궁극적 발전목표를 반영하는 척도가 개발되어 통계항목으로 잡혀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이 전문적 지식에 기초하면서도 전체 사회를 꿰뚫어볼 수 있는 종합적 능력을 지닌 지식인의 양성을 지향한다면, 그에 합당한 통계항목을 설정하고 매년 사업의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사회와 국가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