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딴짓, 관악의 음악문화에 한 줌의 씨앗이 되다
그들의 딴짓, 관악의 음악문화에 한 줌의 씨앗이 되다
  • 정서영 기자
  • 승인 2014.11.23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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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따이빙굴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앨범 발매 및 기념공연
▲ 사진: 김희엽 기자 hyukim416@snu.kr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난 인재들이 이렇게 딴짓을 하고 있고,
심지어 열정과 재능을 갖고 꽤 잘하고 있습니다.”
-밴드 ‘플레이버드’의 앨범 후기 중

브로콜리너마저’, ‘장기하와 얼굴들’ 등 서울대 출신의 걸출한 음악인이 많았지만 그들 이후로 맥이 끊겼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을 스타가 탄생하려는 조짐이 지금 관악에서 보이고 있다. ‘따이빙굴비’에 출전했다 앨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를 발매하게 된 ‘나상현씨밴드’, ‘플레이버드’, ‘어덜트샤워’, ‘모반’, ‘다섯가지자유’, ‘강감찬밴드’, ‘미친딸랑이’, ‘타마린’이 그 주인공이다.

문화자치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셀프앨범 프로젝트’는 관악인이 산출한 자치문화의 결과물을 학우들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첫 작품인 이 앨범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음악에 몰두한 이들이 직접 만든 자작곡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4일(금) 앨범 발매와 함께 문화관에서는 발매기념공연도 열렸다. 그루브 있는 재즈부터 끈적한 흑인 음악, 패기 있는 하드락까지 밴드들은 각자의 매력을 무대에 뽐내며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통통 튀는 그들의 개성=3인조 밴드 모반은 다채로운 키보드 연주와 몽환적인 사운드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스페이스록’이라 불리는 장르에 속하지만 그들 특유의 몽롱한 분위기를 이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보컬과 키보드의 이형빈 씨(건축학과·08)는 “전곡 모두 다른 분위기라는 것이 모반 음악의 특징”이라며 “공통점이 있다면 사운드에서도 ‘공간감’이 느껴진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멤버 전원이 흰 셔츠에 썬글라스 차림을 한 나상현씨밴드는 무릎을 굽혔다 펴는 안무를 선보이는 등 압도적인 쇼맨십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보컬과 기타의 나상현 씨(언론정보학과·13)는 “음악색이 분명한 인디밴드가 많지만 나상현씨밴드는 자기 색깔이 옅은 것이 오히려 장점”이라며 “대신 우리가 추구하는 재미있는 음악, 쉬운 음악이 오히려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깡총깡총 토끼토끼토끼춤’, ‘뿌리뿌리염색’ 등 재기발랄한 가사와 귀에 착 감기는 후크는 그들 음악의 대중성을 담당하는 핵심이다. 나상현 씨가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면, 다른 멤버들이 협의를 통해 더 재미있는 곡으로 완성시킨다.

서울대 음악씬*, 낙성대씬의 형성=‘셀프앨범 프로젝트’는 관악의 음악문화가 예전에 비해 크게 쇠퇴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다. 조영진 문화자치위원장(국어교육과·09)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던 밴드들의 숫자는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고, 가을이면 시끌벅적했던 학내 밴드 공연도 이제는 조금씩 줄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척박함 속에서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혹은 ‘공부도 하면서’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관악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매년 두 번씩 열리는 음악축제 ‘따이빙굴비’는 그런 음악인들을 위한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어덜트샤워의 드럼 전성원 씨(산림과학부·10)는 “2011년도 가을에 ‘따굴’에 나온 팀끼리 친해진 것을 계기로 계속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유대를 형성해왔다”며 그것이 어덜트샤워 밴드의 모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낙성대에 ‘사운드마인드’라는 새로운 음악공간이 생긴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모반의 이형빈 씨는 “사운드마인드에서 최다 공연을 한 밴드로서, 관악인이 좋은 음향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따이빙굴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서울대씬’이, ‘홍대씬’에 이은 ‘낙성대씬’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관악의 음악문화가 화사하게 피어나길=관악의 음악문화가 제대로 활성화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큰 출력과 적절한 악기별 밸런스를 필요로 하는 락밴드를 위한 음향시설을 갖춘 공간은 교내에도, 학교 주변에도 부족하다. ‘따이빙굴비’의 예선전인 ‘미니따이빙굴비’의 모집은 몇 초만에 선착순으로 결정돼 실력 있는 밴드들도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에 다섯가지자유의 리드기타 최홍영 씨(물리천문학부·석사과정)는 “2011년의 본부스탁처럼 음악인을 위한 좀 더 큰 장이 열리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프로젝트는 관악 음악문화의 새로운 장을 위한 첫 발걸음을 이제 막 내딛었다. 관악의 음악인에게는 새로운 동기를, 학우들에게는 특별한 음악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플레이버드의 기타 서종선 씨(경제학부·08)는 “학교 안에 묻혀있기 아까운 밴드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일반 관객과 연결시켜주는 접점이 됐다”며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를 밝혔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재야의 인재들이 만든 음악을 영구적으로 기록한다는 것. 이런 낭만적인 작업물은 이번을 계기로 매년 켜켜이 쌓여갈 예정이다. 관악 문화자치라는 땅에 던져진 한 줌의 씨앗이 언젠가 꽃으로 화사하게 피어나게 될 날을 기다려본다.

*씬: 특유의 음악적 스타일이 향유되는 하나의 구역을 지칭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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