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Islamic State)

지난 17일(월), IS(Islamic State, 이슬람국가)가 미국인 구호활동가 피터 캐식(26)을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참수 영상은 IS가 공개한 5번째 참수 영상이며 미국인 참수 영상으로는 3번째다. 이번 영상에서 이들은 다음 번엔 미국 본토를 직접 테러할 것이라 경고했다. IS는 미국, 유럽, 일부 아랍 국가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아프리카까지 세력을 확장하며 서방 국가에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들은 대체 어떤 조직이기에 초강대국 미국을 도발하며 국제질서까지 위협하는 세력으로 성장한 것일까.

IS의 등장 배경,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 삽화: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IS를 비롯한 중동 문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는 종교, 특히 이슬람교다. 이슬람교의 두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는 중동에서 발생하는 내전과 국가 간 분쟁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은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32년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죽자 이슬람 공동체는 지도자를 잃고 혼란에 빠졌다. 무슬림은 혼란을 해결하고 공동체를 바로 세우고자 무함마드를 대신할 칼리프(Khalifah)를 옹립해 지도자로 추대했다. 칼리프는 ‘신의 예언자의 대리인’을 뜻하며 이슬람 제국의 최고 통치자를 가리킨다. 이슬람 공동체가 합의에 의해 1대 칼리프 아부 바크르(Abu Bakr)에서 4대 칼리프 알리(Ali)까지 4명의 칼리프를 선출한 이 시기를 정통 칼리프 시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알리가 암살되면서 30여 년에 걸친 정통 칼리프 시대는 막을 내렸고 이슬람교는 수니파와 시아파로 분열됐다. 이슬람 공동체는 알리가 무함마드의 유일한 후계자라고 주장하는 시아파와 알리 이후의 칼리프도 모두 인정하는 수니파로 갈라졌다. 이후 수니파는 계속해서 칼리프를 종교 지도자로 따른 반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혈통에 의해 계승되는 이맘(Imam)을 종교 지도자로 따른다.

1400년 전 시작된 수니파와 시아파의 이념적, 물리적 갈등은 오늘날의 중동 분쟁으로 이어진다. IS 역시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실 수니파는 무슬림의 90%를 차지하는 다수파지만 IS의 본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시아파가 권력을 잡아 오히려 수니파가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시리아에서는 시아파 알 아사드 독재 정권이 수니파 중심의 반정부군을 학살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샀다. 이라크에서도 2011년 미군이 철수한 이후 시아파 출신 알 말리키 전 총리가 집권해 수니파 탄압에 나섰다. 시아파 정권의 핍박은 수니파를 자극해 언제든 IS와 같은 테러 조직이 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IS는 어떤 조직인가

▲ 삽화: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IS는 이슬람 수니파의 교리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무장단체다. 지금의 IS는 1999년 아부 무스아브 앗-자르까위가 조직한 ‘유일신과 성전’이 모태다. 한국에서 이들은 2004년 김선일 씨를 피랍, 참수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해 유일신과 성전은 오사마 빈 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한 후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로 활동하며 2006년 이라크 이슬람 국가(ISI)로 이름을 바꿨다. 2011년 시리아 내전에서는 ISI의 조직원 알 줄라니가 시리아에 누스라 전선을 구축하고 주요 반정부군 세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 지향점이 달랐던 탓에 ISI와 알카에다는 곧 결별을 선언했다. 알카에다는 누스라 전선의 목표를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국한시켰지만 ISI는 더 나아가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 수립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ISI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로 조직을 개편하며 누스라 전선을 통합하려 했지만 알 줄라니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ISIL과 알카에다는 각자의 길을 걷는다.

알카에다와 결별한 뒤 ISIL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해 알카에다를 뛰어넘는 테러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3월 시리아 북부의 주요 도시 라카를 정복한 데 이어 지난 6월엔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모술을 점령했다. 이 기세를 몰아 지난 6월 29일에 ISIL은 IS로 이름을 바꾸고 ‘국가’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IS는 국가 수립과 동시에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칼리프로 옹립했다. 아부 바크르는 632년 즉위한 초대 칼리프로 알 바그다디는 그의 이름을 사용해 칼리프로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IS의 궁극적인 목표는 칼리프가 종교와 정치 모두를 통치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의 확산이다. 이슬람 원리주의는 초기 이슬람교의 도덕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며 이슬람법(샤리아)을 기반으로 하는 엄격한 통치를 주장한다. IS는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한 7세기를 이상적인 황금시대로 여겨 이 시기로의 회귀를 목표로 삼는다. 이에 동조하는 무슬림 일부는 종교적 규율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는 세속 국가를 비판하며 IS 점령지로 이주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테러조직과 다른 IS

▲ 삽화: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지금까지 초기 이슬람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 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IS는 지금까지의 조직과 다른 양상을 띠며 활동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IS가 ‘국가’를 선포했다는 점이다. 박현도 교수(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는 “IS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이들이 영토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 정권에 대한 테러 활동이 주목적이었던 전통적인 테러 조직과 달리 IS는 아예 땅을 점령했다”고 말했다. 이는 본래 IS가 소속돼 있던 조직이자 IS와 비슷한 주장을 편 알카에다와도 다른 노선이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알카에다는 지하드(Jihad, 이슬람을 확장하고 지키기 위한 종교 전쟁)를 수행하다보면 이슬람 국가가 도래할 것이라고 미래를 제시하는 식이였다”며 “하지만 IS는 국가를 먼저 선포함으로써 자신들의 계획을 사람들에게 보다 확실히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IS가 국가를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력, 군사력, 이념이라는 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IS는 시리아 내 10개 유전 중 6개와 이라크 내 일부 유전지대를 점령해 하루 10억 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또한 이라크 중앙은행 모술 지점을 장악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 조직으로 꼽힌다. 이들은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각종 무기와 탱크 등을 사들여 막강한 군사력까지 갖춘 상태다. 또한 이슬람 원리주의 이념을 라카 등의 점령지에서 실현하며 그간 차별의 대상이었던 수니파의 호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광신적인 노선은 유럽의 소외된 이슬람권 출신 이주 무슬림을 포함해 많은 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금까지 IS에 가담한 외국인은 1만 5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력을 넓히기 위해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IS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참수 영상도 그 중 하나이며, 선동과 홍보를 목적으로 온라인에 다비크(Dabiq)라는 잡지도 개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사이트에 자주 접속하는 사람들을 추적해 IS 가입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S의 미래는

▲ 삽화: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그러나 IS와 그들이 세운 국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드물다. 우선 IS에 대한 지지가 그들의 극단적인 이념에 대한 완전한 동의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IS의 통치를 받고 있는 800만 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수니파로 시리아와 이라크의 기존 시아파 정권으로부터 소외된 집단이다. 인남식 교수는 “현지 주민들이 IS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이전의 시아파 정권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이들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S의 극단주의 노선이 언제까지 사람들을 매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지난달 IS는 점령지 내 학교에서 역사, 미술, 철학 등의 수업을 폐지하고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학사과정을 도입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또한 지난 12일에는 자체 화폐인 디나르를 7세기의 주조 방식대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서정민 교수(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는 “IS의 주장은 무함마드 생전인 7세기 이슬람법을 통치 기반으로 하는 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이라며 “하지만 무슬림 중에서도 이들의 이념에 동조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IS는 탁피리즘(Takfirism, 비무슬림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해야 한다는 수니파의 근본주의)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알카에다조차 그 잔인함을 비판했다. 지난 9월에는 무슬림 지식인 126명이 IS의 행위가 진정한 이슬람이 아니라고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결정적으로 IS가 국가로서 주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서정민 교수는 “IS의 국가 선포에 대해 어느 누구도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포정치를 통해 점령지에서의 통치권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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