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호

철학과·교수

졸업을 축하한다. 이제 당신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그 곳에서 당신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새로움과 불확실성에는 설렘과 불안감이 동반한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행운을 빈다.

졸업 후 당신은 취업을 할 수도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학계에 남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이성을 사랑할 수도 동성을 사랑할 수도, 결혼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아이를 낳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보편적 사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인간은 그만큼 복잡하다. 그러나 대체적인 경향성은 말할 수 있다. 당신은 앞으로 점점 더 바빠질 것이다. 당신의 연륜과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당신의 가족과 당신이 속한 조직과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당신에게 더 많은 일을 요구하고 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빠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당신은 일을 수행하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풍부한 경력을 쌓을 수 있고 가족과 조직과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바빠진다는 것은 또한 위험한 일이다. 바쁜 당신이 당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기란 극히 어려울 것이다. 당신의 몸은 점점 더 지치고 마음은 점점 더 황폐해질 것이다. 지친 몸과 황폐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들을 허우적거리며 간신히 처리하다보면, 무섭도록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당신은 결국 당신의 삶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니 굳게 결심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여 당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라. 이를 위해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한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라. 기왕이면 채소 요리 서너 가지 정도는 만드는 법을 익혀라. 채소는 손질하기 쉽고, 간단한 채소 요리는 10분 내로 만들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간 들이지 않고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자주 걸어라.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터넷을 멀리하고 책을 가까이 하라. 인터넷에서 좋은 글을 찾는 것은 좋은 책을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몸의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자 노력하는 만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좋은 글을 읽으려 노력하라.

마지막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시간을 내어 글을 써라. 내면의 반성과 성찰을 위해 글쓰기만큼 좋은 것은 없다. 단, 당신 혼자만이 볼 수 있는 그런 글을 써라. 오늘날 사람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글을 많이 쓴다. 문자와 카톡을 보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블로그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위한 글에서 자신의 내면을 반성하고 성찰하기란 어렵다. 옷을 입고 꾸미는 것은 타인과 더불어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당신이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 맨 몸을 드러내 씻지 않는다면 당신의 몸은 노폐물로 뒤덮일 것이다. 글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당신이 자신만의 글쓰기를 통해 세계와 자신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관점을 확립하지 않으면 당신의 마음은 세상의 말과 글의 찌꺼기들로 뒤덮일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A4 용지 한 장씩만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30년 뒤 당신의 생각과 고민을, 욕구와 의지를, 그리고 즐거움과 괴로움을 온전히 드러내는 1,500장의 기록을 갖게 될 것이다.

자유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마음을 돌봄으로써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을, 그리고 몸을 돌봄으로써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그러므로 당신이 당신의 몸과 마음을 돌본다면 자유를 얻을 것이다. 당신이 자유를 얻을 수 있기 바란다. 다시 한 번 졸업을 축하한다.

강진호
철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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