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유승의 기자 july2207@snu.kr

 “그들은 극중 역할이 막중할 때면 대사를 중단한 채 흐느끼는 법이 없다.” 신정현 교수가 가장 좋아한다고 꼽은 시, 윌리엄 예이츠의 ‘청금석’에 나오는 시구다. 그는 “삶의 과정은 모두 슬픔이 가득한 비극”이라며 “비극이 아름다운 형식 속에 담기기 위해서는 우느라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시의 의미를 풀었다. 교수로서 주어진 역할을 모두 끝낸 그는 “삶의 한 과정이 무리 없이 끝나 기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소설이 유행하던 때 시를 전공으로 택했다. 그는 “학부 시절 시를 다루는 수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소설이 영문학의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미국 털사대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면서 현대시에 매료됐다. 그는 “시가 어떤 문학 장르보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현대시를 연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신 교수는 미국 현대시를 연구하며 자신만의 시론을 정립했다. 그가 시의 주된 요소로 여기는 것은 철학성과 음악성이다. 그는 “시에서의 철학이란 논리가 아니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혜”라며 “리듬 있는 말을 통해 감정적으로 삶의 지혜를 전달할 수 있어야 시가 된다”고 정리했다.

신 교수는 학계와 교육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2004년 인문학연구원장으로 역임하면서 그는 인문학연구원의 학술지 『인문논총』을 한국연구재단(전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등재시켰다. 또 그는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서 필진에도 여러번 참여했다. 신 교수는 “영어 교육을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바꾸고자 참여했지만 집필 업무가 지침서에만 갇혀 있었다”며“지침서가 정한 어휘 수도 미국 유치원생의 어휘 수에 못 미치는 등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 교수는 퇴임 후 미리 마련해둔 농가에서 전원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먹고 사는 데에 필요한 몇 가지 농작물을 재배하며 현재 저술 중인 『포스트 모던의 정신』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그는 편안해 보였다.

삶의 지침이 되는 강의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받아온 신 교수는 마지막으로 대학 교육에 대해 제언했다. 그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학생들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한편 세계와 지적 능력으로 겨뤄 이길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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