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신윤승 기자 ysshin331@snu.kr

서울대병원 간연구소에서 만난 이효석 교수는 정년 퇴임을 앞둔 시점에도 연구에 열중하고 있었다. 정년 퇴임 소감을 묻자 이 교수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돼 기대감이 더욱 크다”며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간장학을 전공해 가송의학상을 수상하고 대한간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한국 간장학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간장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던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국민의 10%가 B형간염 보유자였고 C형간염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40년 동안 간장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B형간염의 예방과 치료가 완전히 가능해졌고 C형간염 또한 발견돼 완치가 가능하다”고 연구 분야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 교수는 기억에 남는 연구로 동양 사람이 술을 마시면 유독 얼굴이 빨개지는 원인을 규명한 연구를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원인에 대해 “간에서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하는데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독성이 강해 빨리 물로 다시 분해돼야 한다”며 “하지만 동양 사람의 경우 알데하이드 분해 효소가 30% 정도 적어 독성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고 숙취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는 서울대가 외적인 발전만이 아닌 질적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은 좋은 연구 환경과 좋은 의료 시설 등 외적인 성장만을 고집하는데 중요한 것은 훌륭한 인재 양성과 같은 질적 성장”이라며 “최근 들어 우리가 실질적인 질적 향상을 놓치고 있지 않나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임 후 이 교수는 그동안 첨단의료에서 소외됐던 환자들을 돌볼 계획이다. 그는 “최근 의료계는 첨단의료를 지향하고 있지만 첨단의료로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머물러 있다”며 “이제 서울대병원과 같은 3차 병원이 아닌 1·2차 병원에 가서 첨단의료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을 진료하며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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