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내에서 몇몇 교수들의 성추행 사건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학내 전반에 학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해 개선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리과학부 강 모 교수는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인권센터에 신고됐다. 그러나 인권센터는 사건 접수를 위해 신고자 학생의 실명을 요구하는 입장을 취했고, 본부는 강 모 교수를 징계 조치 없이 사표 처리하려다 철회하는 등 미숙한 대응을 보이면서 학내·외의 비난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학생들은 ‘서울대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센터와 본부의 대응에 대해 비판했다. 현재 강 모 교수는 강제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으며 지난 6일(금) 2차 공판이 진행됐다.

그런데 경영대 박 모 교수의 성추행 사건이 새롭게 불거지면서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한 학내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박 모 교수의 성추행 사건을 접수한 인권센터는 조사에 착수했고, 학생들은 학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서울대학교 교수 성희롱·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을 결성했다.

 

 경영대 박 모 교수, 성추행 혐의로 조사 중

경영대 박 모 교수가 학기 중 다수의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본부는 박 모 교수에게 직무배제 조치를 권고한 상황이다.

본부는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무처는 사건이 인권센터에 접수되자마자 경영대에 박 모 교수를 모든 직무에서 배제시킬 것을 권고했다. 백승학 교무부처장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며 “수리과학부 강 모 교수 때와 마찬가지로 2차 피해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바로 조치를 취했으며, 앞으로 엄정하게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조사를 맡은 인권센터는 아직 사전 조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조사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권센터 측은 “이번 사건도 인권센터에 접수되는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인권센터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센터는 사전 조사 후 규정에 따라 학내 교수와 변호사로 이뤄진 조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징계 여부를 판단하며, 징계가 필요한 경우 징계위원회에 징계 요청을 하게 된다.

경영대 학생회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와 대학원생 총협의회(총협)가 구성한 공동행동과 뜻을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경영대 곽성원 학생회장(경영학과·11)은 “현재 경영대 학생회 측에서 여러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아직 학교 차원의 징계나 법적 차원의 수사 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활동이 공론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연석회의와 함께 공동행동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모 교수는 지난해 총장선거 당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 12명 중 한 명으로 확정되기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최영찬 회장(농경제사회학부)은 “이번 사건은 교수 중심의 대학 권력 구조가 원인”이라며 “앞으로는 교수, 학생, 교직원 등이 참여하는 개방된 제도를 갖춰 학내 구성원이 비슷한 상황에 처할 때 안심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수 성희롱·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

공동행동은 지난 11일 연석회의와 총협,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이 본부 앞에서 공동 주최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식 출범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생활대 김보미 학생회장(소비자아동학부·12), 수리과학부 이경원 회장(수리과학부·13) 등이 참석했다.

공동행동은 수리과학부 강 모 교수 사건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공동행동 측은 “진정성 없는 자백이 아닌 학생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다”며 강 모 교수를 강하게 비판했다. 생활대 김보미 학생회장은 “강 모 교수의 양형증인 신청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의미가 아닌, 선처와 감형을 목적으로 한 자백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진실된 반성의 모습을 요구했다.

또 공동행동은 경영대 박 모 교수의 성추행 논란을 언급하며 본부 측의 태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동행동 측은 “박 모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실상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유력 기업의 사외이사를 여럿 맡고 있는 박 모 교수의 권력을 두려워해 피해를 당하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공동행동 측은 “박 모 교수에 대해 인권센터와 본부를 통해 접촉을 취하려 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본부와 인권센터 등의 기관에게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공동행동은 반복해서 발생하는 교수 성추행 사태의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공동행동 측은 “강 모 교수와 경영대 박 모 교수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며 “학생의 학점과 진로를 좌우할 수 있는 교수의 권력,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수 없다는 불안과 불신,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가 받게 되는 사회적 시선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동행동 측은 “구조적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이런 사태가 또 발생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학내 구성원 모두에 의한 공동체적 문제 해결 촉구

공동행동은 앞으로 학내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시자와 의견 수렴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동행동 측은 △앞으로 진행될 공판, 징계절차에 대해 적절한 감시와 필요한 의견의 개진을 도모 △본부에 협의체와 같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논의테이블을 마련할 것을 요청해 제도를 개선 △인권센터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학생자치기구로서 인권센터와의 사이에서 제보 대리, 의견 개진의 역할을 수행 △성폭력 문제에 대한 캠페인이나 공청회 등의 사업을 논의할 것을 선언했다.

공동행동은 학내 구성원들이 공동행동의 활동에 지지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본부와 인권센터에게는 보다 발전된 모습을 요구했다. 공동행동 측은 “강 모 교수 사건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불거진 인권센터의 미숙한 모습이 시정돼 학생들이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확신을 줄 것”을 요청하며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학내 구성원 모두가 문제 해결에 힘써주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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