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신윤승 기자 ysshin331@snu.kr

생명과학부가 있는 504동에서 만난 박인국(생명과학부 석사과정 15) 씨는 “학부생 때는 기존에 있던 지식을 배웠는데 대학원에서는 내가 스스로 지식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며 다시 새내기가 된 소감을 전했다. “학부생 마지막 1년 동안 연구실을 다녔는데 대학원을 그것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인 그의 표정에는 익숙함과 설렘이 공존하고 있었다.

94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박 씨는 중학교 졸업 후 큰 시련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서울대에 진학했다. 그는 2010년 1월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했지만 평소 고혈압을 앓던 아버지에게 만성신부전증이 발병하자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자퇴하고 검정고시와 수능을 준비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교차 이식을 통해 어머니의 신장을 제3자에게 주고 그 사람의 신장을 아버지에게 기증해 부모님 모두가 입원했다”며 “동생도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혼자 떨어져 공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자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집으로 돌아온 박 씨는 직장일로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를 간호하며 검정고시와 수능을 준비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그는 자퇴 7개월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같은 해 수능 시험을 보고 생명과학부에 입학하게 됐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후 학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술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3년에 그는 ‘전국대학생생물학심포지엄’의 위원장을 맡았다. 이 심포지엄은 생명과학을 전공하거나 생명과학에 관심 있는 전국의 학부생들이 모여 여름방학동안 논문을 읽고 발표하는 연합학술 동아리다. 그는 “준비위원장으로서 그 해에 심포지엄과 관련된 일을 조직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꾸리는 등 총괄적인 업무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심포지엄을 진행하며 어려움에 맞닥뜨리기도 했던 그는 “일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담당해야 하는지와 같은 세부적인 것까지 도맡아야 하는 점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위원장이라는 직책이 힘들긴 했지만 이를 통해 사람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사실 학부생 때에는 다른 학교 사람들을 사귈 기회가 적은데 심포지엄을 통해 생명과학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학부생 시절 생명과학 이외에도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고 물리학을 부전공하는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폭넓게 경험했다. 박 씨는 “대학원생이 된 후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도록 학부 때는 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자연과학만 공부하다보면 인과관계를 분석하는데서 그치기 쉬운데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을 공부하며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왜 국제유가가 변했는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21세기 정세를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박 씨는 작년부터 다니던 연구실에서 새학기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에 대해 그는 “원래부터 발생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줄기세포와 대체장기를 연구하고 싶다”며 “지금은 근육에 있는 줄기세포가 어떻게 유지되고 상처가 났을 때 어떻게 복구가 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바쁜 가운데서도 한가로운 때’라는 뜻의 ‘망중한’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는 그의 눈 속에는 무엇이든 부지런히 탐구하고자 하는 새내기의 열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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