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 토론을 시청하다가 우리 학교 이영훈 교수님의 ‘위안부 발언’을 듣고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첫째, 이 사회의 지식인이신 교수님의 역사 인식에 민족 자주 의식도, 시대의 아픔을 청산하고자 하는 의지도 희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둘째, 이 발언을 접하게 될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그리고 셋째, 많은 국민들이 이를 서울대 전체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역시나 온라인 공간에 들어가보니 어디를 가나 ‘서울대 부끄러운줄 알라’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대의 구성원들 중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대 전체가 비난을 받는 지금의 현실이 결코 반갑지도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문제가 교수님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부 앞에서 아직도 농성중인 김민수 교수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의 많은 대학들에는 친일 행각을 했던 대학 설립자들의 동상이 ‘선각자’의 이름으로 버젓이 서있다. 이러한 모습에서 서울대는 자유로운가. 선배 교수들의 친일 행적을 비판한 김민수 교수는 ‘연구성과 부족’이라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해 6년 째 복직 투쟁 중이시다.  법대의 경우 1층의 한 공간 이름이 ‘유민홀’이라 지어진 것에 대해 많은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 친일문제, 과거사 청산의 문제에서 서울대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영훈 교수님의 발언으로 촉발된 여론에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서울대인들의 노력을 촉구하는 정당한 비판도 있고 단순히 감정적인 비난도 있다. 이를 가려서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서울대 학우들이 이 가운데서도, 서울대라는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책임감과 자기 성찰을 가질 것을 기대해 본다. 앞으로 서울대가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는 바로 후세대인 학생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영훈 교수님의 발언을 비판하며, 서울대가 우리 민족사 앞에 친일의 잔재조차 벗지 못한 낙후한 집단으로 남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 민족 앞에 당당한 서울대를 만들고 싶다.

 

김종현

농경제사회학부ㆍ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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