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항 교수
수의예과

서울대학교의 상징동물이 두루미인 것을 알고 있는 서울대인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미심쩍은 분은 서울대 홈페이지에 있는 ‘대학소개’의 ‘상징’ 탭을 클릭해 보시라. ‘다양한 상징’ 중에 ‘교조(敎鳥) 백학-고고함과 비상의 정신’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백학(白鶴)은 두루미의 한자말이며 학(鶴) 또는 단정학(丹頂鶴)이라고도 한다. 백학에 대한 서울대 홈페이지의 기술 일부를 옮겨본다.

“순백으로 빛나는 몸과 까만 날개깃, 붉은 정수리, 가늘고 긴 다리와 목 모습 자체만으로 고고함과 깨끗한 기품을 뿜어내는 백학은 우리민족에게는 친근한 존재이다…. 국립서울대학교는 백학의 고고함을 본받고자 한다. 세속의 복잡한 이해관계로부터 초연해, 오직 학문의 정도를 걸으며 날개를 펴고 비상을 준비하는 서울대학교와 서울대인의 의지가 백학의 상징성에 담겨 있다.”

겨울에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주된 두루미류에는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세 종이 있지만, 대개 그냥 두루미라 하면 백학을 의미한다. 북한에서는 이 종을 흰두루미라고 한다. 두루미는 그 단아하고 고고한 자태와 습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선비의 기품을 상징하는 동물로 사랑받아 왔고, 이로 인해 서울대의 상징으로 채택된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대학의 상징동물 대부분이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라는 것이다. 고려대 호랑이, 연세대 독수리와 마찬가지로 서울대 두루미도 멸종위기종이다. 두루미는 동아시아에만 서식하며, 여름에는 러시아 동부에서 번식해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현재 두루미는 모두 2,800여 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약 1,000마리가 매해 한반도를 찾는다. 이들은 철원을 중심으로 한 DMZ 일대에서 휴식을 취하며 농경지의 낙곡을 주 먹이로 삼는다. 사실 이들 중 상당수는 1990년대 이전에는 북한 안변 등지에서 머무르며 월동했던 개체들이다. 그런데 북한의 식량난 때문에 주민들이 낙곡을 모두 주워가는 등 서식 환경이 나빠지자, 먹이가 풍부하고 사람들의 간섭이 비교적 적은 남한의 DMZ 부근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야생동물이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전염병 유행 같은 환경변화로 전체 개체군이 한꺼번에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반도 두루미의 위급한 멸종위기 상태에 대해 국제두루미재단(ICF)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재단의 창설자 캐나다인 조지 아치볼드 박사는 2008년 이후 매해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한 안변 지역 농민들의 유기농 사업을 지원함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농민들이 들판에 낙곡을 남겨놓아 두루미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남북한을 오가면서 ‘탈북’ 두루미들이 북한의 고향에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서울대인은 남북을 잇는 이 두루미 복원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남북한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두루미는 한반도 평화와 생태의 상징동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루미는 우리 서울대학교의 상징동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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