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ㆍ존치 양론 격돌 국가보안법 폐지될까

정기국회가 9월1일 시작됐다. 17대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우리당)과 민주노동당(민노당)등 국가보안법(국보법)의 폐지, 대폭 개정에 찬성하는 세력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국보법은 반인권적 악법’이라며 폐지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26일(목), 헌법재판소는 국보법 7조1항(찬양ㆍ고무죄) 및 5항(이적표현물 소지 등)이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9월 2일(목)에는 대법원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한총련 대의원의 상고심 판결문에서 이례적으로 국보법 폐지론에 대해 “북한은 적화통일을 위해 수차례 남침을 감행했고 또 다시 체제 전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어 안이한 판단을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국보법에 대한 논란이 이는 가운데, 시민ㆍ대학사회의 국보법 폐지 촉구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7월 22일에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등 약 300여개의 단체에서 1200명이 참가해 수원, 대전, 광주, 제주, 부산, 대구 등 전국을 돌며 1350km를 걷는 ‘국가보안법폐지 전국도보행진’이 시작됐다. 한국청년단체협회(한청협) 사무차장 홍덕희씨는 “이번 도보행진과 서명운동으로 국민적인 관심을 끌어내 국가보안법 폐지를 이뤄내겠다”며 행사의 목표를 밝혔다. 행진이 서울에 도착하는 5일(일)에는 도보행진단, 한총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노당 등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 제1차 국민대회’를 열기도 했다.

 

 

또 전국언론노조, 기자협회, 방송기술인연합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의 언론노동자 315명은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6개 단체는 “수많은 언론인들이 국가보안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구속되고, 국민들은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통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2년 ‘원코리아’ 선본 정후보였던 김지영씨(응용화학부ㆍ 00)는 “6ㆍ15 선언 이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시대에 북한이 우리의 주적임을 전제로 하는 국보법이 존재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국보법 폐지를 주장했다. 주진완 전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특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7조(찬양ㆍ고무죄)는 헌법 제10조(인권ㆍ행복추구권)와 배치된다”며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반면, 국보법의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터넷 언론 ‘코리아 리뷰’ 대표 황규환씨는 “7조는 국가보안법의 존립 이유이고 핵심이므로 7조를 폐지할 수는 없으나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10조(불고지죄)의 친족에 해당되는 부분은 개정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며 존치에 가까운 소폭 개정을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형법의 국보법 대체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국 교수(법학과)는 “국가안보에 명백한 위험을 일으키는 행위는 현행 형법으로도 처벌가능하므로 국보법은 과잉입법”이라며 “예컨대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며 ‘김정일 만세’를 부르는 행위는 기존의 집시법, 형법상의 소요죄, 다중불해산죄 등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성호 교수(중앙대 법학과)는 “형법 중 ‘내란죄’는 폭동을 수반해야 하며 ‘외환죄’는 북한이 외국이나 내란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에게 적용할 수 없다”며 형법의 한계를 주장했다. 또 “미국에는  국가전복활동통제법이 있으며 중국도 곧  국가안전법을 제정하겠다고 한다”며 “우리의 국보법 역시 평화 협력의 동지이자 동시에 주적인 북한과의 대치상황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소폭 개정, 우리당은 폐지 혹은 개정, 민노당과 민주당은 폐지로 당론이 정해진 가운데 민노당은 “이미 폐지 동의안에 102명의 의원이 서명했다”고 전한다. 김성란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사무처장은 “올 하반기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까지는 완전히 폐지될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1948년 12월1일 제정된 이후, 분단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수호해냈다는 찬사와 인권을 유린하는 정쟁의 도구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아온 국보법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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