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노란색 티를 맞춰 입은 단원들이 파이프와 공구를 들고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 공기에 먼지가 가득해 앞을 보기도 어렵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이들은 지난 1월 16일부터 29일까지 빗물탱크 설치와 치과진료 및 위생교육을 위해 베트남으로 떠났던 ‘스누봉사단’의 학생들이다. 스누봉사단은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해외자원활동단으로 2011년부터 연 2회 베트남에 학생들을 파견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탕와이현 쿠케마을. 마을의 유일한 하천은 강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오염된 지 오래다. 스누봉사단은 식수원이 오염된 쿠케마을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빗물을 생활용수와 식수로 변환해주는 빗물탱크를 설계하고 설치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약 40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10개 조로 나뉘어 각 조별로 지정받은 가정에 빗물탱크를 설치했다.

▲ 사진 제공: 최규성(기계항공공학부·13)

우선 각 조는 쿠케마을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빗물탱크를 만드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직접 파이프를 자르고, 물이 새지 않도록 테이프와 본드를 이용해 빗물탱크와 파이프를 연결했다. 이렇게 완성된 빗물탱크는 조별로 지정된 가정으로 옮겨져, 집구조에 알맞은 형태로 설치됐다. 몇몇 조는 사다리를 타고 지붕까지 올라가거나 땅굴을 파 공간을 만들고 일일이 망치질과 본드칠을 해가며 빗물탱크를 달아주기도 했다. 김용규 씨(치의학전문대학원·석사과정)는 “전공과 관련된 치과진료에만 관심을 가졌었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빗물탱크가 지역주민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실감했다”며 “설계부터 제작까지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돼 힘들었지만 지역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일인 만큼 보람찼다”고 말했다.

스누봉사단은 빗물탱크 제작뿐 아니라 현지 주민들과의 교류에도 힘을 쏟았다. 각 조에는 한국어와 베트남어 통역이 가능한 베트남 대학생이 함께했다. 덕분에 스누봉사단은 언어의 장벽 없이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키요미 씨(하노이대 한국어학과)는 “처음에는 낯을 가리던 아이들이 마지막 날에는 버스에 탈 때까지 학생들을 따라왔다”며 “한국인 학생들과 주민들이 가까워지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윤푸른 씨(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12)는 “현지 주민과 대화하고 어려움을 함께 공유하며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봉사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봉사단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마을 주민들은 활동 내내 맛있는 점심을 대접해줬고, 마지막 날 봉사단에 찾아와 깜짝 선물을 전해주기도 했다.

▲ 사진 제공: 최규성(기계항공공학부·13)

쿠케마을에서의 일주일이 지나고 하노이에서 4시간을 더 달려 스누봉사단이 찾아간 곳은 베트남 내륙지역 하이퐁시 빙바오현. 이 지역에는 보건소가 2개 위치해 있지만 실질적인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치과진료 시설이 낙후돼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심각한 충치를 앓고 있다. 스누봉사단은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과 하이퐁의대를 중심으로 한 진료팀과 학부생 단원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팀으로 나눠 각각 치과진료 봉사활동과 구강보건교육을 진행했다.

교육팀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방문해 30여명의 아이들에게 직접 불소를 도포했고 치아 상태를 검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치아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베트남어로 칫솔질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처음 보는 기구에 무서워서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봉사단원의 지시를 잘 따랐다. 윤다슬 씨(불어불문학과·13)는 “아이들 치아 상태가 생각보다 너무 심각했다”며 “자기 전에 딱 한 번 이를 닦는다는 아이들도 많고, 일주일 내내 한 번도 이를 안 닦았다는 아이도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불소 도포가 끝나고 10분씩 찾아오는 쉬는 시간에도 스누봉사단 학생들은 아이들과 뛰어 놀기 바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단어 몇 개로, 몸으로 부딪치며 학생들은 아이들과 친해졌다. 김리나 씨(윤리교육과·14)는 “해맑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베트남 아이들이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도 그 모습을 지켜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활동이 끝나고 스누봉사단은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누봉사단 정한균 씨(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석사과정)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감했던 12박 14일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봉사활동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스누봉사단의 얼굴에는 행복으로 가득 찬 미소가 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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