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에 앞서 철거민의 주거권과 생존권 보장해야”

 
▲ © 김동인 기자

인천시 남구 주안 6동의 주안 주공아파트(주안 주공)가 철거되기 시작했다. 5층짜리 낡은 아파트가 철거된 자리에는 3200여 세대 규모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작년 6월 30일, 인천시는 주안 주공의 재건축을 승인했다. 그러나 세입자들이 이 사실을 안 것은 올해 3월이다. 재건축조합이 세입자들에게 재건축 승인 사실을 숨긴 것이다. 갑작스런 철거 통보와 이주 명령에 세입자들은 임대아파트와 가수용소를 요구했으나 인천 남구청과 시공회사인 벽산, 풍림건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과 주민들은 지난해 4월 27일 ‘주안주공아파트철거민대책위원회’(철대위)를 구성했다. 2천 400세대에 이르던 주민이 대부분 떠나고 200여 세대만이 남았고, 그 중 27세대가 철대위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주안 주공에는 험악한 얼굴의 건장한 남자들 20여 명이 상주한다. 주민들은 그들이 시공사에서 고용한 ‘용역깡패’라고 말한다.

 

 재건축 승인 후 9개월간 사실 숨겨

‘용역 깡패’20여명 아파트 주변에 상주

공정하게 대해달라…세입자도 사람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철거반이 철대위 위원장 임진숙씨의 집 현관문을 떼어내고 난입했다. 그 과정에서 임진숙씨는 머리를 심하게 맞았고, 이영이씨는 철거반원에게 밀려 넘어져 실신했다.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진 임진숙씨는 “경찰은 수수방관만 했다”며 “편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처리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영이씨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용역에게 맞은 적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주안역 지구대는 “상부의 방침에 따를 뿐”이라며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역깡패들의 행패나 경찰의 불공정한 처사 자체보다 ‘민주국가’한국에서 이런 인권 유린과 불법적 처사가 자행되는 사실이 슬프다”는 김완규씨는 “세입자도 사람 대접을 받고 싶다”고 호소한다. 철대위 김태경 총무차장은 “재건축이 결정되면 주위의 집값이 두 배 이상 뛰어 생활권을 벗어나 외곽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곳은 또다른 재개발 예정지일 뿐”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은 시공주체에게 철거되는 곳의 거주자를 위한 임시주택을 제공하거나 주택자금 융자를 알선해 줄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준법”이라는 철대위가 바람직한 사례로 꼽는 수원 망포, 권선동에서는  개발 과정에서 임대아파트를 지었다.

 

 

전철연 정석원 연대사업국장은 “일산 풍동이나 부천시 소사구, 서울 용산에서도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한다. 황상익 교수(의학과)는 “이주와 철거에 앞서 철거민의 거주권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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