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우크라이나, 드네프르 강의 슬픈 운명

우크라이나가 뜨겁다. 우크라이나를 교두보 삼아 그 남동쪽 옛 소련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저지하려는 서방세력에게 우크라이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들 열강 사이에서 줄타기 하던 우크라이나에선 국론 통합에 실패해 서부는 친서방, 남동부는 친러시아로 갈라서는 비극이 벌어졌다. 급기야 작년 3월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돼 러시아에 병합되는 ‘크림 위기’가 발발하며 우크라이나 동부에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를 두고 ‘제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이 사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없었다. 그러던 중 수년간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내며 지러파(知露派) 기자로 알려진「매일경제」 국제부 김병호 차장이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슈들을 종합한 책『우크라이나, 드네프르 강의 슬픈 운명』을 출간했다.

저자는 ‘유럽의 곡창지대’와 ‘과거 핵 강국’ 등 익숙한 개념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며 글을 시작한다. 이어 그는 서방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필요로 하는 이유부터 열강의 고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전략까지, 정치·외교적 관점에서 현대 우크라이나를 바라본다. 그 내용은 냉전 직후 영토·인구·기술·군사 등에서 강대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지금의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게 된 과정으로, 이 처음과 끝에는 러시아가 있다.

16세기부터 냉전 시대까지 계속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착취 역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의 반러시아 감정을 잘 말해준다. 특히 이 감정은 우크라이나의 서부와 중부 지역에 집중돼 왔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동부가 소련의 주요 공업지대로 특혜를 누린 반면 서부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유대관계가 덜한데다 동부와의 소득격차도 커 반러시아적인 분위기가 잉태되기 쉬웠기 때문이다. 반러시아 감정은 2013년 11월 우크라이나정부가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 중 러시아 의존적인 행보를 보이자 폭발했다. 중·서부 주민이 혁명을 일으켜 반러시아·친서방을 기치로 하는 과도정부를 출범시킨 것이다. 최근 크림 위기를 비롯한 일련의 사태는 과도정부가 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적대행위를 가속할 움직임을 보이자 크림반도 주민이 이에 반발하며 시작했다.

러시아의 패권 야욕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자는 우크라이나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사태의 원인을 찾으며 이에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꼬집는다. 즉 우크라이나는 ‘동서 지역 간 확연한 차이’와 ‘다양성을 무시한 중앙정부의 정책’이 결합해 동서 분단의 길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우크라이나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동서 주민 간 공통점을 찾는 정치적 묘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애당초 동서 간의 갈등은 정치·경제적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고, 그 차이를 줄이지 않는 이상 지역 통합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선 외교적 노력 또한 필수적이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서방·러시아 모두 ‘비동맹 중립’, 즉 일체의 정치·군사동맹 가입을 배제한 중립국의 형태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 노선은 서방의 군사 블록인 NATO에 참여하지 않아 러시아의 우려를 덜 수 있고 경제통상 이슈에선 다소 자유로운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핀란드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력이 있어 주목받는다. 다만 저자는 “소련을 구성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식민지 경험이 없는 핀란드는 전혀 다르다”며 핀란드의 환상에 매몰되지 않기를 주문한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 미흡한 줄타기로 인해 상처받은 우크라이나는 회복에 성공해 ‘드네프르 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드네프르 강의 슬픈 운명
김병호 저
|매일경제신문사
|388쪽|1만 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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