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음원 시장의 수익 및 유통 구조의 문제점

질문1. 현재 음원 사이트에서 한 달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 한 곡을 들으면 제작자는 얼마나 벌까?
질문2. 음악 유료화가 처음 시행됐을 때 음악 한 곡의 가격은 얼마였을까?
질문3. 지금 음악 한 곡의 가격은 얼마일까?

정답1. 약 3.6원. 이쑤시개 하나 값이다.
정답2. 약 25원. 당시엔 월 2,500원에 무제한 다운로드가 가능했다. (100곡 기준)
정답3. 실제로 약 79원. 공식적으론 600원이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주인공 그레타는 온라인에 직접 자신의 앨범을 단돈 1달러에 내놓는다. 이 1달러는 얼핏 적어 보이지만, 오프라인시장에서 앨범을 10달러에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많다. 유통업체와 음원 서비스업체를 거치면서 창작자가 가져갈 수 있는 비중은 1/10보다 작아지기 때문이다. PC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디지털 음원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지만, 관련 산업의 팽창 속 음악인의 입지는 여전히 좁은 것이다.

디지털 음원 산업은 형성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을까. 서비스업체와 창작자는 각각 얼마나 가져가며 음악인은 자신의 몫을 어떻게 쟁취해왔을까. 디지털 음원 산업의 유통 및 수익 구조를 알아보고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음악인들의 노력에 대해 살펴보자.

 

▲ 삽화: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서비스 업체의 대두와 디지털 음원 시장의 성장

◊음원을 돈 내고 사기까지=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벅스’, ‘맥스mp3’ 등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가 개설됐다. 비슷한 시기 음원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P2P 프로그램 ‘소리바다’도 생겨났다. 이들의 영향력은 ‘CD 밀리언 셀러’ 세대를 종결시킬 정도였다. 어디서나 PC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소비자는 돈을 주고 음반을 살 필요가 사라졌다.

음악인들은 이 서비스가 가수와 창작자의 사전 허락 없이 이뤄졌다며 분개했다. 2003년 박진영, 이문세, god 등 인기가수들이 모여 무료 음원 사이트의 퇴출과 불법 파일 삭제 조치를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 촉구했다. 그들은, 법원이 무료 음원 사이트에 복제금지 가처분 판결을 내렸음에도 그들이 여전히 서비스를 제공해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음원 저작권에 대한 거센 논쟁 끝에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음악 스트리밍, 다운로드 서비스의 ‘유료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음원 사이트들이 본격적으로 유료화됐고 월 2,000~3,000원의 가격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했다.

현재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중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의 ‘멜론’은 유료 서비스를 표방한 첫 사이트로 2004년에 개설됐다. 이후 유료화를 선언한 벅스, 맥스mp3를 인수한 ‘엠넷’, 이동통신사 KT에서 내세운 ‘올레뮤직’이 잇달아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스마트폰의 보급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대로 국내 디지털 음원 산업은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서비스업체의 규모 성장=현재 디지털 음원 유통시장의 세 주체는 생산자, 유통업체, 그리고 음원 서비스업체다. 유통업체는 생산자가 만든 음악을 서비스업체와 계약하며, 앨범 발매, 프로모션 등 생산자에게 투자하는 업무도 한다. 서비스업체는 계약한 음원을 소비자에게 스트리밍, 다운로드의 방식으로 제공한다.

이중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서비스업체다. 90년대 말 PC의 대중화와 함께 등장한 음원 사이트는 음원을 무료로 배포하며 수많은 이용자들을 꾸준히 불러 모았다. 유료화 물결 이후에는 자본을 갖고 있던 기존 통신사들이 본격적으로 음원 사업에 진입해 꾸준히 이용자수를 불렸다. 2010년대에 들어선 지금 다수의 소비자는 모바일 음악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듣고 있다. 작년 ‘멜론’을 포함해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세 서비스업체의 한 달 이용자 수를 합산하면 매월 1천만명 정도다. 2012년 기준 한국 디지털 음원시장은 2,014억원 규모를 달성했으며 동시에 성장률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TOP 100’과 ‘추천 음악’은 영향력이 엄청나, 곡이 이 차트에 올라왔는지의 여부가 창작자의 수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더불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4개 서비스업체인 멜론, ‘지니’, 엠넷, 벅스의 경우 유통업체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서비스업체를 통해 자사 음악을 밀어줄 수 있고, 음원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어 다른 서비스업체의 진입을 막을 수도 있다.

한편 서비스업체가 제공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 더욱 막강한 위력을 행사한다. 곡을 다운로드 해서 기기에 넣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구글, 애플, 유튜브 등의 대기업들도 자사의 서비스와 접목시켜 너도나도 음원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작년 9월 개시한 삼성의 ‘밀크뮤직’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소유한 소비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소유도 지불도 하지 않는 음악=동시에 소비자가 음악을 소비하는 매체도 보관과 소비에 용이한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아날로그로 원음 그대로를 저장하던 LP는 0과 1로 소리를 변환해 저장하는 디지털매체인 CD에게 밀렸다. CD는 곧 사물화 되지 않은 mp3 파일에게, mp3 파일은 보관할 필요조차 없는 음원 스트리밍에게 중심을 내주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씨는 “CD를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장한다는 의미가 있었다”며 “그러나 요즘에는 사람들이 음악을 ‘소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매체에 따라 음악을 소비하는 기기도 가벼워졌다. 사람들은 집에 있던 큰 전축을 몰아내고 CDP와 ‘워크맨’을 구매했다. 후에는 손에 꼭 쥘 수 있는 사이즈의 ‘아이리버’와 ‘아이팟’ 등의 mp3 플레이어로 대체됐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론 더이상 음악을 듣기 위해 별도로 기기를 살 필요가 없어졌다.

소유의 필요성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음악에 돈을 쓰지 않게 됐다. 처음 유료화 논의가 진행됐을 2003년 당시 소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지금까지도 그 반발심이 여파로 남았다. 대중음악사운드연구소 박준흠 연구소장은 “음악을 진지하게 소비하거나 매니아층이 크게 형성되어 있는 다른 나라도 많다”며 “한국은 음악에 돈을 지불하는 정도가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 씨는 “소리바다 등의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공짜로 음악을 다운받는 것에 익숙해졌다”며 현 소비자의 인식이 무료 상품이 합법화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임을 지적했다.

 

불균형을 타개하기 위해 일어선 음악인들

◊풍요로운 음원시장 속의 빈곤한 음악인=디지털 음원시장의 양적 성장과 소비자의 음악 소비 편의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음악인들은 음악만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유료 서비스가 등장한 뒤에도 여전히 서비스업체에게 수익이 편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인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낮게 책정된 음원 가격이다. 유료 사이트의 서비스 초기에는 월 2,500원(5,000원에서 50% 할인한 금액)에 전곡을 무제한 다운로드 했기 때문에, 유료라는 명목상의 의미만 남은 가격이었다. 가격이 오른 이후에도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비롯한 음원 관련 단체 측은 낮은 음원가와 창작자들의 적은 지분에 대해 오랜 시간 불만을 표명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의 건의를 바탕으로 서비스 이용자와 관련단체 대표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음원 징수 규정을 승인했다. 이 과정을 거쳐 62원에 불과했던 음악 한 곡의 정가는 2013년 1월에 600원이 됐고 1회 스트리밍 가격도 3원에서 12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곡을 들으면 1회 가격이 6원으로 반 토막 나는 것과, 다운로드 시 100곡 가량을 묶어 7,900원에 팔아버리는 편법을 통해 곡당 79원의 가격으로 단가를 후려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음악인이 음원 수익 분배 과정에서 서비스업체보다 적은 지분을 가져가는 점도 지적됐다. 시장의 음원 수익 분배 구조에 유통 수수료율까지 적용하면 실질적으로 유통·서비스업체가 51%, 제작자 측이 33%를 분배 받는 불균형이 초래된다. 즉 유통·서비스업체가 창작자보다 더 많은 수익금을 가져가는 구조인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한 곡을 들었을 때 창작자가 가져가는 돈은 5원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지킨다=권리를 지키기 위한 음악인들의 시도는 기존에도 있었으나 다소 산발적이거나 개인 단위 움직임에서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음악인들끼리 연대해서 구조적 문제를 직접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음악인의 노동조합 ‘뮤지션 유니온’은 최근 삼성 밀크뮤직의 공짜 음악 광고에 반대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음악인의 권리를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왔다. 2013년 9월에 결성돼 117명의 창작자, 조합원이 가입된 이 협동조합은 음악산업의 법, 제도적 장치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뮤지션 유니온은 2013년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민희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과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참여했다. 이 개정안에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창작자가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둬 저작권 사용료 관련 사항을 결정할 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작년 7월에 가수 신대철 씨를 필두로 출범한 ‘바른음원협동조합’(바음협)은 불균형적인 음원 산업 구조를 ‘음악인’과 ‘음악을 사랑하는 향유자’ 중심으로 개편해 건전한 음악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단체다. 바음협은 음원 사이트 플랫폼을 주력 사업으로 삼아 △음원, 음반 등의 유통 및 뮤지션의 홍보 △음악 크라우딩 펀딩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이 모이는 징수규정회의, 토론회 자리에 참석해 음원 정책을 바꾸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랑’으로 서로를 중재하는 플랫폼

법안의 개선을 위한 노력 외에도 자체적인 플랫폼을 통해 불균형적인 음원 산업을 보완하려는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바읍협은 일반 서비스업체와 마찬가지로 음원을 서비스 하되 창작자에게 수익의 대부분을 돌려줄 계획이다. 바음협 신건웅 이사는 “바음협이 시장의 5%를 차지하게 될 경우 창작자에게 72% 정도를 돌려주는 게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또 새로운 서비스에서는 소비자도 만족할 수 있도록 들은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종량제 스트리밍’을 도입한다. 월 500회 이상 음악을 듣는 헤비 유저가 아니라면 기존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비용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바음협은 투명성 논란이 있던 ‘추천 음악’ 차트를 없애고, 모든 장르가 균등하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도 강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딴지일보」에서도 ‘딴지뮤직’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설했다. 적은 양을 서비스하는 대신 구매자를 향한 서비스정신은 철저하다. 현재 서비스가 가능한 앨범 50여 장에 대해 한 앨범당 기본수익(100매)이 달성될 경우 딴지뮤직 측에서 공연도 열어준다. 이 공연에는 100매 달성에 도움을 준 구매자가 자동으로 초청받는다. 창작자와 구매자의 서로에 대한 애정이 피드백을 주는 선순환 구조다. 딴지뮤직을 추진한 너클볼러(가명) 씨는 “종종 발생하는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의 갭은 우리(딴지뮤직)의 쌍방향 ‘사랑’으로 메울 것이다”며 딴지뮤직이 음악인과 팬의 사이를 가깝게 중재하기 위해 고안된 플랫폼임을 밝혔다.

애초에 생산자의 권리가 배제된 채 시작됐던 무료 음원 서비스에 대해 음악인들은 오랜 세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왔다. 그 결과 우리는 음악이 누군가의 저작권을 가진 창작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심을 품지 않게 됐다. 다만 정가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제 가격과 자신이 만든 음원에 대한 창작자의 적은 지분은 건강한 음원 산업 구조를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생산자 협동조합의 출범과 새로운 플랫폼의 출현. 변화를 위한 작은 조약돌들이 거대한 호수에 큰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모두가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산업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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