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중앙도서관 관정관이 지난달 23일(월) 학생들에게 문을 열었다. 중앙도서관 본관 뒤에 자리한 관정관은 주변 건물과는 대조되는 화려한 외관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약대와 인접한 공간에 위치한 후생관에는 패스트푸드점, 분식집, 문구점 등이 입점해 있어 상업시설과 멀리 떨어진 관악캠퍼스에서 공부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많은 이용이 예상된다. 하지만 건물 안전 문제, 후생관이 학내에 미치게 될 영향 등에 대해서는 의문과 우려가 여전하다. 관정관 개관과 함께 학내에 생길 변화에 앞서 『대학신문』은 관정관이 지어진 과정과 그 이후에 불거진 논란을 짚어보고자 한다.

관정관이 지어지기까지

새로운 도서관의 필요성은 2008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2008년 연세대와 성균관대, 고려대는 도서관을 신축해 학생 1인당 도서관 연면적*이 증가했다. 성균관대, 고려대 등의 사립대의 학생 1인당 도서관 연면적이 2㎡인 것에 반해, 서울대는 0.6㎡에 그쳐 도서관 공간의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열람실 좌석수나 정보검색실에 배치된 컴퓨터의 수도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낮은 편이다. 또 지난 40년간 장서가 4배로 증가해 중앙도서관 본관에 장서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대두됐으며, 다양한 매체의 자료 보관이 요구되는 현대식 도서관에 비해 본관의 시설 수준이 뒤쳐져 있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점을 고려해 중앙도서관은 도서관 신축을 계획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실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앙도서관 박지향 관장(서양사학과)은 “중앙도서관이 지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서관을 신축하고자 하는 계획은 있었지만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시행하지는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중앙도서관은 도서관 신축에 필요한 예산을 조달하기 위해 2012년 3월부터 1000억원을 목표로 하는 도서관 신축 및 리모델링 기금 모금 캠페인 ‘서울대 도서관 친구들’을 시작하는 동시에 고액 기부자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2012년 6월 ‘관정이종환교육재단’(관정재단)에서 60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도서관 신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이후 본부는 관정재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관정관 설계를 위한 ‘중앙도서관 설계추진위원회’(추진위)를 설립했다. 추진위에는 미대, 공대, 환경대학원 등의 교수가 참여해 도서관 신축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7차례의 회의를 통해 설계 방향을 결정했다. 세부설계안은 추진위에서 결정된 방향을 바탕으로 외부업체인 대우건설이 완성했다.

이와 함께 중앙도서관은 관정관의 공간 활용 및 편의시설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2012년 말 ‘도서관 모니터링 간담회’의 학생 요원을 선발하고 도서관 모니터링 간담회를 진행했다. 도서관 모니터링 간담회는 2012년부터 작년까지 지속적으로 열려, 주로 관정관 내부 공간의 사용 방안과 상업시설 입점에 관한 사안을 논의했다.

관정관 신축에는 약 700억 원의 예산이 집행됐으며 예산의 대부분이 기부로 이뤄졌다. 관정재단이 기부한 600억 원을 제외한 금액은 도서관 신축을 위한 모금 캠페인 ‘서울대 도서관 친구들’을 통해 모금됐으며, 약 800명의 서울대 동문, 교직원, 학생 그리고 일반 시민이 ‘서울대 도서관 친구들’의 기금 모금 캠페인에 참여했다. 캐럴, 그룹스터디룸 등의 내부 시설과 가구, 컴퓨터 등의 비품도 기부 금액에 따라 내부 시설, 집기 등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기는 ‘네이밍(naming) 모금 캠페인’을 통한 기부로 마련됐다. 박지향 관장은 “실제로 기부자들이 준공된 도서관을 보고 만족스러워하며 추가로 기부를 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세부설계안이 완성됨에 따라 2013년 5월 기공식을 시작으로 관정관의 신축 공사가 본격화됐다. 설계 당시에는 완공시기를 작년 7월로 예상했지만, 골조 공사가 늦어지면서 10월로 늦춰졌다. 이후 마무리 공사까지 지연되면서 작년 10월로 연기한 완공시기를 맞출 수 없게 돼 결국 올해로 완공을 미루게 됐다.

한편 학내에서는 2년도 채 안되는 공사기간 동안 큰 규모의 건물을 세우기 위해 공사를 무리하게 빨리 진행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공사가 주로 이뤄진 작년은 마우나리조트 사고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비롯한 여러 안전사고들이 발생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던 해였다. 때문에 지나치게 빠르게 모습을 갖춰간 건물에 우려를 표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박지향 관장은 “건설사와 업체의 협력 관계가 잘 이뤄져있어 건설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며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뿐만 아니라 최신 공법까지 사용해 건물을 튼튼하게 지을 수 있었으며 안전검사 또한 확실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학내·외에서 관정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던 가운데 지난달 5일 성낙인 총장과 이종환 관정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한 관정관 준공식이 열렸다. 이로써 관정관은 신축 공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개관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달 23일에는 7층과 8층 열람실, 1인 학습 공간인 ‘캐럴’,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노트북존’을 학생들에게 개방했으며, 나머지 시설들은 오늘 학생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맥도날드가 아닌 롯데리아가 들어온 이유

관정관이 지어지면서 다양한 외부업체와 편의시설도 함께 들어섰다. 이 시설들은 후생관에 입점해 있으며 입점 업체는 롯데리아, 파리바게트, 할리스 커피, CU 편의점 등이다.

후생관 입점 업종들은 재산관리위원회와 관정재단의 심의를 거쳐 결정됐다. 지난해 4월 관정재단은 후생관에 푸드코트 형식의 식당이 입점하는 것을 계획하고 이를 본부에 전했다. 재산관리위원회는 6월까지 검토한 후 지나치게 많은 조리시설로 강한 냄새가 나거나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어 푸드코트 형식의 식당이 입점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관정재단에 전달했다. 이에 관정재단은 지난해 9월 새로운 업종 목록을 제시했지만 4월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어 재산관리위원회는 이를 다시 반려했다. 결국 관정재단은 지난해 10월 업종 목록을 대폭 수정해 본부에 전달했고, 다음달인 11월 관정재단과 재산관리위원회는 후생관에 들어서는 업종에 대해 합의할 수 있었다.

입점 업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도서관 모니터링 간담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했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진행된 도서관 모니터링 간담회에서 학생들은 24시간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체육시설, 샤워시설, 서점 등을 요구했으며, 구체적인 업체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실제로 현재 후생관에 입점해 있는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카페 등의 경우 학생들이 선정한 업종을 따른 것이다.

후생관에 입점하는 업종 선정을 마친 후에는 관정재단이 구체적인 업체를 선정했다. 계약 당시 업종별 업체를 선정하는 권한은 관정재단이 가져갔기 때문에 본부나 학생들은 업체 선정에 관여할 수 없었다. 도서관 모니터링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업체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지만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때문에 선정된 업체들이 공개되자 학생들의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다. 학내 곳곳에는 “업체 선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무시됐다”며 “학내 구성원으로서 학내에 입점하는 식당이나 카페는 무엇인지뿐만 아니라 상업시설이 들어오는지에 대한 여부에 관해서도 관여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자보가 붙어 업체 선정 과정에 주된 이용자인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후생관에서 나오는 수익은 본부와 관정재단이 맺은 양해각서에 따라 25년간 관정재단에 무상 양도된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기부받은 재산에 대해 재산 사용을 허가받은 사람이 그 재산의 기부자인 경우 중앙관서장의 승인을 받아 기부받은 재산을 제3자가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산의 기부자인 관정재단은 기부 재산인 관정관을 제3자인 외부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권한을 갖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관정관 외에 학내에 지어진 기부 건물 대다수도 20년에서 30년 정도 상업시설 운영권과 그 수익을 기부자에게 양도하고 있다. 신양학술정보관의 경우에도 내부에 입점하는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기부자인 신양문화재단에 30년간 무상 양도하는 내용이 계약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후생관의 수익을 관정재단에 25년간 무상 양도하는 것이 사실상 기부가 아닌 투자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달 5일 열린 관정관 준공식에서는 학생들이 관정관에 외부업체가 입점하는 것과 후생관 수익을 관정재단에 무상 양도하는 것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박지향 관장은 “관정재단으로 양도하는 수익은 장학금 형태로 사회에 환원될 예정”이라며 비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후생관에 패스트푸드점, 분식집, 문구점 등이 입점하면서 생활협동조합(생협)이 운영하는 식당과 매점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내에서는 생협의 수익 감소로 학생식당의 식단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생협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1년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생협 매출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것은 확실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세종대 생협의 경우 학교에 신축 건물이 들어서고 외부업체들이 들어오면서 생협 매출이 감소했고, 급기야 지난해 생협이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료는 본관에, 학생은 관정관에?

관정관 내부의 공간 활용 방안은 도서관 모니터링 간담회와 도서관 사서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됐다. 내부 공간의 활용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중앙도서관은 도서관 사서들로 이뤄진 TF팀을 꾸려, 국내·외의 다양한 도서관을 연구했다. 공간을 설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사안은 그동안 학내에 부족했던 그룹스터디실을 확충하는 것이었다. 박지향 관장은 “책만 보며 공부하는 시대가 지나간 만큼 자유롭게 토론하며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내부 공간의 용도를 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됐다. 도서관 모니터링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모은 결과 열람실 확충과 컴퓨터 증설을 요청하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중앙도서관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관정관에 멀티미디어실과 2,000석 가량의 열람실을 조성했다.

그러나 관정관이 중앙도서관 신축 논의가 진행되던 당시 지적된 장서 보관을 위한 서고 확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관정관에는 장서를 보관하는 서고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중앙도서관 제5열람실과 제6열람실을 서고로 전환하면서 본관은 서고의 기능을, 관정관은 멀티미디어실과 열람실의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서고 부족에 대한 우려에 대해 박지향 관장은 “이는 앞으로 모든 도서관들이 당면할 문제”라며 “장서를 E-book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관정관에는 아직 사용 방안이나 운영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공간들도 있다. 후생관 2층에는 100평 정도의 공간이 아직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 공간은 도서관 모니터링 간담회에서 학생들이 요청했던 체육시설이 들어오는 것으로 계획됐으나 후생관 천장 높이가 너무 낮아 무산됐다.

또 1인 학습 공간인 캐럴의 운영 방안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캐럴은 관정관이 들어서면서 새롭게 조성된 공간으로 상대적으로 연구에 이용하는 자료가 많은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캐럴 사용 신청 방식이나 배분 방식 등의 운영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중앙도서관은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3월 내지 4월 중으로 결정될 예정”이라며 “국내·외 도서관의 캐럴 운영 방식을 조사해 참고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휴학생과 졸업생의 경우 관정관 이용이 제한돼 논란이 됐다. 중앙도서관은 지난달 23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관정관 이용을 재학생과 교직원으로 제한하지만, 휴학생의 경우 예치금을 거치하거나 출입증을 신청한 사람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중앙도서관의 결정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무리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등록금 납부를 기준으로 휴학생을 차별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기부 건물에 졸업생의 출입을 금지하면 기부하는 졸업생들의 수가 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학생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중앙도서관은 휴학생에게는 관정관 이용을 허용했으며 졸업생의 경우 이용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중앙도서관은 “휴학생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재학생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휴학생의 이용을 허용한 이유를 밝히는 반면 “졸업생의 이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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