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주 기자
사회부

국민연금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복잡한 제도다. 기자도 기획안을 준비하면서 국민연금을 처음 접했는데 파면 팔수록 샘솟는 내용에 혀를 내둘렀다. 국민연금 개편을 논할 때 국민연금은 우리에게서 더 멀어진다. 국민연금은 장님이 만지는 코끼리 같아서 어느 부분을 ‘만지냐’에 따라 전혀 다른 논의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기금운용 측면에선 수익률을 높여야 할 것 같고, 보험료 측면에선 더 걷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수익률과 보험료율을 둘 다 높이면 기금이 너무 커져 나라 경제가 버텨내지를 못한다고 한다. 국민연금 개편이 한 방향으로 수렴하지 못하고 서로 충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은 정치권에서 건드리고 싶지 않은 소재다. 누군가는 개혁의 칼을 들어야 하지만 정치인들에겐 50년 후의 미래보다 당장 눈앞의 한 표가 더 급하다. 기사를 준비하며 만난 취재원들은 “정치권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입을 모았다. 국민연금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를 20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연금제도를 바꾸는 사람은 지금의 중장년층이지만 바뀐 연금제도의 영향을 직접 받는 것은 그 다음 세대다. 당장의 인기를 위해 국민연금에 섣불리 손을 대는 것은 미래세대의 노후를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연금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라는 코끼리 전체를 볼 줄 아는 눈이다.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한 노후소득 보장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제도 전체, 나아가 대한민국의 복지 제도 전체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국민연금의 공적 기능이 약화된 기저에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깔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국민연금이 스스로 잘하는 것만으로는 지금 산적해 있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가 언제쯤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공무원연금 개혁만 해도 감감무소식이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이 30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렇다 할 방향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연금 정국이 시작된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4월 임시국회까지 결론이 날 수 있을지, 결론이 난다 하더라도 현 공무원연금의 문제점을 제대로 간파한 대책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 있게 될 국민연금 개편이 우려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공무원연금에 비해 국민연금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공적 연금이다. 그런만큼 보다 전체를 조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제도 ‘전체’에 대한 ‘전체’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개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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