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치현 학술부장

대학 비인기학과 통폐합 흐름 강화돼
연구인력의 토양이자 일자리인 학부교육
학부의 정원감축은 연구역량에도 영향
정부는 현실적 문제를 간과하지 말아야

개강을 앞둔 지난달 중앙대학교에서 ‘학사구조 선진화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금 대학가에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대의 ‘학사구조 선진화계획’은 2016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것을 용이케 하는 등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소개됐다. 각 단과대에 입학해 다양한 기초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2학년 2학기에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때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전공은 통폐합 등으로 폐지될 수 있다.

이런 중앙대의 움직임은,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은 산업수요를 중심으로 각 대학의 학과별 정원을 조정해 인력수급의 불일치를 막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인문계열 학과의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고, 또 스펙경쟁에 몰린 학생들이 취업률이 높은 학과를 선호하는 경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대에서 다시금 인문학을 비롯한 비인기학과들이 통폐합될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심각해져가는 청년실업문제와 70%라는 높은 대학진학률을 고려하면 고등교육에 있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교육부의 정책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또 이를 통해 전공의 벽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연구를 가능케 하려는 중앙대의 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이를 시장원리에만 맡겨두는 것만으로 이상적인 고등교육을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점이 남는다. 단순하게는 기초학문이 일종의 공공재여서 시장의 원리에 따르기만 해서는 발전하기 어렵고, 또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르면 비인기학과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 수요를 창출해야 하지만 그런 역량을 키우기도 전에 폐과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의 측면에서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그리 많지 않다지만 그런 인력이 나오기 위한 토양이 학부교육이고, 또한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장소가 고등교육기관인 만큼 지금처럼 학부에서 기초학문 전공이 제한 없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많은 학부생들이 전공교육을 통해 진학을 결정하는데다 기초학문 연구 인력이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은 아직 대학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모든 학부생에게 폭넓은 교육을 제공해 전공 선택 및 진학을 돕는 방법도 있다지만, 최소한으로 줄어든 정원과 그에 맞게 줄어든 교수인원을 토대로 기초학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의심스러워 보인다. 더욱이 많은 대학이 세분화된 전공을 유지하지 못하고 교양학부, 유럽어문학부 등의 이름으로 통폐합된 인문대학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흐름은 이를 가속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5일 「한국경제」가 보도한 바(중앙대 학과폐지 교육실험 본심은? ‘유연성 확보’)에 따르면 중앙대측은 학생들이 참여한 설명회에서 “좋은 학교가 되면 인기학과·비인기학과 구분이 필요 없다”며 “하버드대 같은 곳에서 비인기학과라 해서 없어진 적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는 분명 맞는 말이지만 하버드대의 비인기학과(?)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이유는 전 세계에서 유수의 인재들이 높은 연구 및 교육의 질을 보고 모여들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아직 이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원리만이 강조되는 상황은 기초학문을 고사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아직 진정한 ‘대학원 중심대학’이라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한국에서 학부정원의 축소가 그 학문의 발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양으로부터의 이론수입을 넘어서 독자적인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우리나라의 기초학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 작년부터 인문분야 학문후속세대의 육성에 힘쓰자는 등 인문학을 중시해온 정부가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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