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교수 인터뷰] 기획처장 이철수 교수(법학과)

지난해 7월 기획처장으로 임명된 이철수 교수(법학과)는 “서울대는 국립대에서 별도의 법인으로 변화했지만 제도의 변화는 수반되지 못했다”며 “재단이 없는 특수법인형태로 법인화됐기 때문에 재정 확보나 사업 운영 등에 어려움이 있지만 다른 기관들과의 협조를 통해 재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 사진: 김명주 기자 diane1114@snu.kr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대학 본연의 임무인 연구와 교육에 충실하고자 한다. 학부 교육을 내실화하고 기초교양 교육을 강화하는 등 ‘선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을 추진할 것이다. 세계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도 계속된다. 지금까지는 미국이나 다른 대륙권 국가들로부터 배우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의 지식을 아시아에 확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총장 선출과 관련해 학내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다. 총장선출규정에 대한 검토나 선출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나?=지난해 이사회에서 ‘총장선출제도 평가 및 개선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총장선출제도에 관한 학내·외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팀을 발족했으며, 현재 총장선출규정이나 절차 등에 관한 검토와 논의는 이 연구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3월 말 소위원회 연구 성과 보고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연구팀은 이사회, 평의원회, 교수협의회 등 다양한 기관에서 위촉받은 인사들로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돼야겠지만 학생들이 연구팀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을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법인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 중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법인화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통과돼 법인세 문제나 재산무상양도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다. 또 서울대가 하나의 독립적인 법인이 됐음에도 여전히 국립대 당시의 시스템이 그대로 남아 있어 대학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 부속학교나 병원 등의 기관과 서울대 자체가 하나의 법인으로서 통합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만큼 교직원의 직제나 학교 운영 시스템을 검토해 수정할 필요가 있다.

◇법인화로 인해 예산 운용의 자율성은 얻었지만 여전히 서울대 재정이 국고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교육,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성낙인 총장이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방안은?=현재 서울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하나의 법인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부로부터 받는 국고출연금에 의존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수익사업, 산학협력 등을 통해 정부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먼저 국고출연금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재원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대만의 특성을 살린 신규 사업을 발굴해 예산을 확보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서울대의 위상을 높이면서 동시에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면 정부의 지원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장학금이나 건물 설립처럼 특정 목적으로 기부되는 거액의 기부금에 의존하기보다는 졸업생들의 소액 기부 문화를 활성화해 탄력적으로 이용 가능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1월 체결하기로 합의했던 시흥캠퍼스 조성사업 실시협약이 연기되고 시흥캠퍼스 대화협의체는 약 4개월째 활동하지 않고 있다.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됐나?=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은 사업체 선정이 이뤄진 2013년 8월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실시협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예상치 못한 피해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시협약 체결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실시협약은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에 협력할 의무를 법적으로 지게 되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한 것일 뿐, 실시협약의 체결 시기가 늦춰진다고 해서 서울대가 사업에 협력하지 않거나 사업이 난항을 겪는 것은 아니다. 시흥캠퍼스 설립의 발전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시흥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다른 여러 기관과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다. 관련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은 사전에 공개될 경우 사업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에 대한 큰 틀을 마련한 이후에는 대화협의체 및 학내 심의 기구에 관련 사항을 보고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다. 빠른 시일 내에 실시협약을 맺고자 하는 시흥시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이 대학의 발전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정책적 결정인 만큼 각종 사안들을 연구하고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요구된다.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현재 서울대에서는 ‘선한 인재’ 양성에 주목하고 있다. 선한 인재라는 단어가 그 개념을 규정하기엔 추상적이지만 학생들도 선하지 않은 모습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소위 ‘스펙 쌓기’와 개개인의 성공에 초점을 맞춰 공부하는데, 이보다는 서울대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생각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인간상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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