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민연금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국민연금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 김윤주 기자
  • 승인 2015.03.08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12월 22일 국민연금이 수급자 400만명 시대를 맞았다. 1988년 제도가 처음 시행된 후 27년 만이었다. 출범 당시 5천억원에 불과했던 국민연금 기금도 500조원에 달해 세계 3위 안에 들 정도다. 그러나 2060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을 올해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설정했다.

사실 국민연금은 당장 취업이라는 눈앞의 문제로 바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언젠가 노인이 된다. 현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은 2~30대의 노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청년이라면, 혹은 청년기의 자녀가 있다면 국민연금은 우리의 이야기다.

 

들어가기에 앞서, 국민연금이란

▲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국민연금은 국민 대다수의 노후준비 수단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만 30세 이상 성인 남녀의 58%는 국민연금을 가장 중요한 노후대책으로 꼽았다. 국민연금 납부자 중 국민연금을 가장 중요한 노후 수입원으로 꼽은 사람도 63.8%에 달했다.

사실 국민연금이 처음부터 노후준비 수단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는 1973년 국민복지연금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엔 사회적 절박성이 크지 않았다. 평균수명은 62세밖에 되지 않았고 출산율도 4.53명에 달해 노인 인구를 굳이 사회가 나서서 부양할 필요가 없었다.

자취를 감췄던 국민연금은 1986년 국민연금법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건강보험이 1977년 성공적으로 시행된 것이 계기가 됐다. 개정된 법에 따라 1988년 1월부터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제도가 부분적으로 시행됐다. 이후 김대중정부는 국민연금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화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활동을 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 중 소득이 있는 사람은 모두 국민연금에 강제로 가입돼 소득의 9%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험료로 납부한다. 전업주부같이 소득이 없는 사람도 자발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강제로 가입됐건 스스로 가입했건 최소 1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하면 만 60세가 됐을 때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핵심적인 이유는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노후를 충실하게 준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소수의 고소득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들어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거나 먼 훗날의 일을 굳이 지금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노후준비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19세 이상 인구 중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노후가 준비돼 있다는 사람은 66.7%에 그쳤다. 노인빈곤이 고령화와 맞물려 더 큰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는 공적 연금 제도를 만들고 의무적으로 여기에 가입하게끔 했다.

 

▲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다가오는 기금 소진 시점과 약화되는 공적 연금 기능

정부의 제3차 재정계산의 장기재정추계(2013)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3년 최고점을 찍은 후 급속히 줄어들어 2060년에는 소진된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보험료 납부자보다 연금 수급자 수가 늘어나 기금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기금이 소진된다고 국민연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기금은 언젠가 소진되며 다른 선진국의 경우 기금이 없는 곳도 많다. 정부는 기금이 소진되면 ‘부과방식’으로 국민연금 제도를 운용할 방침이다. 부과방식이란 그해 연금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그해에 걷어 지급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지금의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로 지금의 노인세대를 부양하는 것이다. 실제로 연금 제도가 충분히 성숙한 다른 나라들은 이미 부과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889년 공적 연금 제도를 가장 먼저 시행한 독일은 1969년부터 완전부과방식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금 소진 이상으로 우려되는 점은 국민연금이 공적 연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금이 가입자의 노후를 얼마나 보장해주는지를 평가하는 척도 중에 ‘소득대체율’이 있다. 소득대체율은 가입자의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벌던 사람이 노인이 된 후 7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면 이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70%가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시행 초기의 소득대체율은 70%로 은퇴 이후 일을 하지 않고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현재의 소득대체율은 40%대에 그친다. 이마저도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해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25세에 취직해 53~56세에 퇴직하는 우리나라에서 40년의 납부 기간을 채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 평균납부기간인 27년을 반영하면 소득대체율은 20%대에 불과하다. 사회공공연구원 제갈현숙 연구원은 “지금의 20대는 가입유지를 할 수 있는 기간이 평균 20년이 안 돼 연금액이 절반으로 깎인다”며 “평균소득이 200만원이라고 했을 때 월 18만원씩 20년 내면 받을 수 있는 돈은 매월 40만원 남짓”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낮은 소득대체율 외에도 국민연금 가입자가 적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입이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201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국민연금 수급자는 32.3%에 그친다. 이처럼 수급률이 저조한 이유는 국민연금이 고용주와 실고용주가 다른 경우나 임시직, 특수고용노동자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갈현숙 연구원은 “비정규직은 직장을 옮기는 동안 가입이 끊긴다”며 “비정규직에게 국민연금을 보장해주지 않는 사업장도 많다”고 말했다.

 

기금 소진 연기에 초점 둔 개혁, 공적 역할은 약화해

시행 초기 70%로 시작했던 소득대체율이 40%까지 낮아진 이유는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기 위해 개혁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째 되던 1998년 김대중정부는 재정안정화 대책으로 ‘더 늦게 덜 받는’ 식의 개혁을 단행했다.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나이를 2013년부터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늦춰 2033년까지 65세로 상향할 예정이다. 동시에 소득대체율은 70%에서 60%로 떨어졌다. 노무현정부 역시 비슷한 기조의 제2차 연금개혁을 시행해 그나마 60%였던 소득대체율을 2008년부터 50%로 낮췄다. 그로도 모자라 2009년부터 해마다 0.5%p씩 단계적으로 낮아지도록 조정해 2028년엔 40%까지 떨어지도록 조정했다. 소득대체율을 낮춘 덕에 기금 소진 시점은 2047년에서 2060년으로 늦춰졌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노후보장 기능은 점점 약화했다. 소득대체율이 급격히 낮아져 연금수령액으로는 최저 생계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문유진 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이 과거에는 3% 내고 70% 받아가는 말이 안 되는 시스템이었기에 제1차 개혁 때 소득대체율을 낮춘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제2차 개혁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례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이에 낮아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보완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노무현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해 전체 노인의 70%에게 평균소득의 5%에 해당하는 9만5천원을 지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연금’도 같은 맥락이었다. 기초연금은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인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지급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초연금이 기초노령연금보다 국민연금을 더 잘 보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연금 수령액에는 큰 차이가 없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고 가입 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액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경기대 주은선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연동되면서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수령액을 줄이는 데에 치우친 개혁은 공적 연금의 존재 이유인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약화했다. 주은선 교수는 “제도를 잘 운용하려고 노력은 해왔으나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 국민연금을 통해 기대되는 보장수준을 낮춰온 것”이라고 총평했다.

국민연금 개편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자 차라리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입장이다. 노령부양비(65세 이상 인구수를 18세 이상 65세 미만 인구수로 나눈 값)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태에서 노인부양 문제를 개인의 부담으로만 넘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에는 현재 사적 연금이 공적 연금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어렵다는 점이 한몫했다. 사적 연금에는 기업연금과 개인연금 두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연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해 기업연금이 발달하지 못했다. 또 개인연금은 노후를 대비할 여력이 없는 중간층 이하의 노후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맹점이 있다. 주은선 교수는 “개인연금은 철저히 가입할 여력이 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국민연금과 달리 본인의 의사나 경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해약할 수 있어 노후를 장기적으로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유진 운영위원장도 “국민연금을 폐지한다는 것은 노후소득 보장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라며 “이는 노후소득 보장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국민연금, 어디로 가야하나

국민연금이 도입취지에 맞게 국민의 노후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현 정부는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정부가 시도한 개편 중 하나는 보험료율 인상이다. 소득의 9%를 내고 생애평균소득의 50% 이상을 돌려받는 구조다 보니 연금 유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2013년 7월 보험료율을 9%에서 13~14%로 올리는 안을 추진한 바 있지만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했다.

다른 하나는 기금의 수익률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2013년 국민연금 수익률은 4.2%였으며 세계 주요 연금기금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일본(18.5%), 캐나다(22.2%)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작년 수익률도 5.25%에 그쳤다.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달 26일 단기간에 고수익을 도모할 수 있는 고위험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허가했다. 또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이는 공적 연금의 기능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이 많다. 보험료율을 올리면 국민연금 가입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주은선 교수는 “가입자를 늘리지 않고 보험료율만 높인다면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에겐 오히려 벽이 높아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인상도 필요하지만 당장 인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수익률에 대해선 위험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우려가 따른다. 지금의 재정추계는 매년 6%의 수익률이 난다는 것을 가정한다. 채권 금리가 2~3%임을 고려하면 6%의 수익률을 위해서는 위험투자를 해야 한다. 명지대 원승연 교수(경영학과)는 “단순히 높은 수익률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수익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료와 수익률을 높이면 기금이 너무 커지는 것도 문제다. 기금운용 매뉴얼 없이 단순히 보험료와 수익률을 올리면 기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이미 국민연금 기금은 우리나라 GDP의 30%에 달한다. 제갈현숙 연구원은 “기금을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우리의 이야기, 국민연금

국민연금 기금 소진에 대비한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기금이 소진돼 부과방식으로 바뀌었을 때 미래세대가 받을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해서다. 사실 부과방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부과방식이 잘 운영되려면 보험료 수입과 연금 지출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균형이 맞을지가 미지수다. 균형을 맞추려면 보험료를 지금보다 2배 이상 올려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완전부과방식을 택하고 있는 독일, 스웨덴의 경우 보험료율이 20%에 육박한다. 원승연 교수는 “문제는 언제부터 더 내느냐에 따라서 세대 간 배분이 달라진다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보완을 나중으로 미루면 미래세대가 세금이나 지출 등을 모두 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개혁을 연금 제도 내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사회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주력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회보장기금인 국민연금 기금을 공공분야에 투자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주은선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이 노후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공적기금이고 연금 제도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게 한국사회의 질이라고 본다면 질을 높이는 데 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금을 사회에 투자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면 젊은 세대가 보험료가 올라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공공분야 투자를 주장하는 쪽의 근거다. 또한 일자리에 투자해 고용시장이 개선되면 보험료 납부자 자체를 늘릴 수 있다는 근거도 제시된다. 그러나 공공분야 투자 역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공공분야 투자는 투자의 원칙이 모호하고 수익이 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완벽한 방안은 없다. 각 방안들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가지를 택일하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가 줄곧 있어왔음에도 여태 해결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각 방안들 사이에서의 줄타기다. 보험료율은 얼마나 높일 것인지, 수익구조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사회투자는 어떤 원칙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고려되고 반영돼야 할 것은 지금 청년세대의 목소리다. 작년 기초연금 개혁 당시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는 대학가에서 홍보 캠페인을 통해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문유진 운영위원장은 “엄청 먼 미래이기 때문인지 청년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며 “하지만 당장 취직하면 보험료를 내야 하고 또 비정규직이 늘어나 복지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는 2060년은 올해 21세인 청년이 지급개시연령이 되는 해다. 정부가 올해 초 국정과제로 꼽았던 국민연금 개혁이 이뤄진다면 이 개혁의 결과는 정확히 지금의 20대가 노인이 됐을 때 밝혀진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은 저조했다. 당장은 먼 훗날의 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인과 청년이 모두 행복한,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서는 청년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