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인, 신문수 기자

 

 

 

 

 

 

 

 

 

 

 

 

“우리가 이긴 것은, 경기가 끝난 후 기뻐도 뛸 힘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라고 야구부 주장 박현우씨(체육교육과·02)는 말한다.

 

서울대 야구부는 지난 1일(수) ‘2004년 전국 대학 야구 추계 리그’ B조 예선경기에서 송원대를 2대 0으로 이겨 28년 만에 감격적인 첫 승리를 거뒀다. 199패 1무 끝에 건진 값진 1승이다.

 

그들의 승리는 어쩌다 운 좋게 얻은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결과였다. 1루수를 맡고 있는 신동걸씨(체육교육과·03)는 “우리가 만년 꼴찌팀이지만 이번 승리가 봉사 문고리 잡듯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몇몇 언론에서 ‘운이 좋아 이겼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내보내 속상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방학 내내 오후 3시부터 해질 때까지 야구만 했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한 번만 이겨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라며 “올해는 제주도로 보름간 전지훈련도 다녀왔고, 3~4년 간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과 함께해 뭔가 잘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상대팀인 송원대는 올해 창단된 신생팀이고, 이번 예선에 같은 조로 편성된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했기 때문에 선수들은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신씨는 “역시 9회 초 마지막 타자의 타구를 민이형이 잡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모두다 마운드로 뛰어나가 서로 껴안고 뒹굴며 기쁨을 나눴다”고 지난 경기를 회상했다.

 

▲ © 김동인, 신문수 기자

 

서울대에는 야구를 전공 종목으로 삼아 입학하는 학생이 없어 야구부원들은 대부분 대학에 와서 야구를 처음 시작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타 대학과 비교할 수 없는 훈련량 덕분에 대학 2부 리그가 아닌 대학 1부 리그에서 뛰고 있다. 1부 리그에서 서울대를 제외한 다른 학교의 팀들은 모두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해 온 특기생들로 구성돼 있어 그간 서울대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죽도록 야구에 전념해도 1부 리그의 다른 팀들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야구부원들은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다른 일도 해야 한다. 선수들은 부족한 학교 지원을 충당하기 위해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후원을 부탁하거나, 학내 경기의 심판을 봐주며 보수를 받기도 한다. 버스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시합 준비보다는 경기장까지 가는 일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야구장은 흙에 자갈도 섞여 있는 등 토질이 좋지 않은데다 수도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연습하다 야구공이 튀어올라 코뼈가 부러지거나 턱에 부상을 입는 선수들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 총 부원이 13명뿐인 야구부에는 한 명의 부상이 큰 손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심각한 문제다. 박씨는 “야구 자체는 너무 좋은데 이런 부수적인 일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게다가 연패를 하면서도 계속 야구를 해왔던 이유는 무엇일까? 투수를 맡고 있는 최우석씨(체육교육과·02)는 “야구가 좋기 때문”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선수들은 계속되는 시합과 연습 때문에 학점도 좋지 않고 다른 일도 포기해야 하지만 야구하는 순간만은 행복하기 때문에 야구를 그만둘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신씨는 “총 부원 자체가 적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빠지면 전력의 손실이 크다”며 “‘나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힘든 순간도 이겨내게 하고, 부원들끼리 더욱 돈독하게 지낼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28년 동안 고대했던 1승에도 불구하고 야구부의 앞날은 그리 밝지 못하다. 지금의 주전멤버 중 5명이 올해 학교를 떠나 전력에 큰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28년을 준비해서 겨우 1승을 거둘 여건에서도 잘 싸워왔다”며 ‘하면 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씨는 “28년 간의 목표였던 1승을 이루고 나니 허무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1승’이 아니라 ‘이겨보는 것’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야구를 할 것이다”라며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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