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절부터 상대론까지, 2015년이 주목한 빛과 물리학
굴절부터 상대론까지, 2015년이 주목한 빛과 물리학
  • 대학신문
  • 승인 2015.03.15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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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세계 빛과 광기술의 해 - ①광학의 발전

광기술이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한국광산업진흥회는 올해 빛 관련 세계 시장 규모가 68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UN은 이븐 알하이삼이 『광학의 서』를 펴낸 지 1,000년, 프레넬이 빛의 파동성을 연구한 지 200년, 맥스웰이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임을 밝힌 지 150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00년이 되는 2015년을 ‘세계 빛과 광기술의 해’로 지정해 빛과 광기술의 중요성을 알리기로 했다. 이들 과학자에게 빛은 무엇이었으며 광학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1,000년 전 이집트, ‘광학(光學)의 아버지’ 이븐 알하이삼이 자신의 연구 내용을 『광학의 서』에 담아 펴내며 2015년이 주목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빛의 직진성, 반사, 굴절부터 눈의 구조까지 빛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총망라했던 이 책은 빛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효시로 여겨진다. 또한 알하이삼은 시각의 근대적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클리드와 프톨레마이오스를 포함해 이전의 학자들은 눈에서 빛이 나오기 때문에 물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알하이삼은 물체에서 나온 빛이 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물체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멀리 떨어진 별이 눈을 감았다 뜨자마자 보인다는 것은 이전의 주장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고, 강한 빛에 눈이 부시는 현상도 마찬가지였다. 또 알하이삼은 태양, 등불 등 다른 광원에서 나오는 광채들이 본질적으로 ‘같은 빛’이라고 간주했다. 서로 다른 광원에서 비롯한 빛이라 할지라도 반사, 굴절 등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하이삼의 연구는 베이컨과 케플러 등 많은 학자에게 영향을 줘 서양 중세 광학의 뼈대가 됐으며, 17세기 뉴턴의 연구를 거쳐 프레넬이 활동한 19세기까지 이어졌다. 이때부터 빛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작업이 시작된다. 18세기까지 빛은 입자의 흐름이라는 뉴턴의 견해가 우세했지만, 19세기 초 토마스 영이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빛의 파동성’을 증명하며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그림 ①)

두 틈에서 나온 빛이 서로 상쇄와 보강을 일으켜 만든 줄무늬는 입자설로는 설명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던 중 프레넬은 1815년 빛의 회절, 즉 장애물 주변을 따라 꺾이는 현상을 파동설로 해석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프레넬 방정식을 통해 반사와 굴절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그는 편광 실험을 통해 빛이 횡파임을 확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1865년에 이르러서 빛은 ‘전자기파’라는 사실이 맥스웰에 의해 밝혀졌다. 맥스웰은 이전까지 독립적으로 다뤄지던 전기와 자기의 법칙을 종합해 맥스웰방정식을 수립했다. 이 방정식들은 전자기장에 의한 파동, 전자기파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맥스웰방정식을 통해 계산한 전자기파의 속력은 약 31만km/s로 당시 알려진 빛의 속력과 거의 일치하는 값이었다. 빛이 전자기파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빛이라 일컫던 것은 ‘파장(波長)이 400nm에서 700nm인 전자기파’, 즉 가시광선이었던 것이다. 맥스웰의 등장으로 적어도 물리학 영역에서는 빛과 전자기파가 동의어가 됐다.

빛이 전자기파, 즉 파동임이 확고히 밝혀지며 빛이 입자의 흐름이라는 인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 같았으나, 이 흐름을 바꾼 사람이 110년 전의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금속에 빛을 비추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인 ‘광전 효과’를 통해 빛의 입자성을 확인했으며 이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를 받으면 금속에서 방출될 수 있는데, 파동설에 따르면 어두운 빛에서는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만 전자가 에너지를 축적해 튀어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특정 진동수 이상의 빛만 비추면 빛을 비춘 시간과 세기에 관계없이 전자가 ‘즉시’ 방출됐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광양자’라는 입자 개념을 도입해 설명했다. 전자 하나가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양자 하나와 충돌해 에너지를 얻으면 금속에서 즉시 방출된다는 것이다.

19세기의 연구는 빛의 파동성을, 아인슈타인의 연구는 빛의 입자성을 확고히 뒷받침한다. 이로써 빛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짐이 밝혀졌으며, 이런 이중성은 후속 연구에 의해 비단 빛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에 대해 성립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같은 해,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상대성이론의 기본 가설 중 하나는 관측자의 상태에 관계없이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기존에 인식되던 시공간의 ‘절대성’은 무너진다. 즉 다르게 운동하는 계(system)는 서로 다른 시간과 위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림②에 나타난 ‘빛 시계’로 설명된다.

빛이 두 평행 거울 사이를 오가는 주기를 1초라 하자. 우주선 안에서 1초가 흐를 동안, 즉 빛 시계에서 빛이 한 번 왕복할 동안 우주선 밖에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우주선 밖에서 보기엔 빛의 경로가 사선으로 길어진다. 빛의 속도는 모든 관측자에게 동일하므로, 우주선 밖에서 볼 때 왕복에 걸리는 시간은 1초보다 길어지게 된다. 동시에 우주선 안에서는 1초가, 우주선 밖에서는 1초 넘게 흐르는, 시간의 ‘상대성’이 생긴 것이다. 위치는 시간과 속도에 관계된 물리량이므로, 시간이 상대적인 상황에서 위치도 상대적이 된다.

이 특수상대성이론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계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다. 상대성이론을 보다 일반적인 상황에 적용하기 위한 아인슈타인의 노력은 100년 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는 오늘날의 GPS를 비롯한 인공위성과의 통신을 가능케 했다. 빠르게 이동하는 인공위성에선 지표면과 시간이 다르게 흐르므로 통신을 위해선 이를 보정할 필요가 있다. 시간을 보정하지 않는다면 GPS의 오차는 하루에 11km씩 커지게 된다.

이렇게 천여년에 걸친 빛에 대한 탐구는 물리학과 천문학을 비롯한 현대 자연과학은 물론 디스플레이, 통신 분야까지 이어지고 있다. 천년 전 어둠을 걷어내는 존재였던 빛은 오늘날 우리의 무지와 불편을 걷어내고 있다.

 

삽화: 이철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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