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윤 기자
학술부

기자는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매번 기사를 맡을 때마다 방대한 양의 지식을 논리정연하게 적어내야 하는 숙명에 직면하곤 한다. 특히 기자 본인의 전공이 아니거나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 기사를 써야 할 때 소위 ‘멘탈붕괴’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이는 이번 LHC 재가동 기사를 쓰며 기자가 험난하게 건너온 과정이기도 하다. 상대성이론을 잘 모르는 학생이 표준모형이나 초대칭이론 등을 섭렵하려다 보니 일주일이 안 되는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하얗게 빛나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마우스 커서만 홀로 깜빡였고 기자는 오래토록 기사의 갈피를 잡지 못해 ‘멘탈붕괴’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마음을 쏟아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물리학을 막연하게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인식도 조금 바뀌게 됐다. 개인적으로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물리학은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을 해’라는 느낌을 줬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을 연구하는 면면을 엿보면서 물리학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확인하는 학문이 아니라 새로운 현상에서 지식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학문이라는 걸 느꼈다. 뉴턴의 과학에서 아인슈타인으로, 이후 양자역학으로 이어진 치열한 변화의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말랑말랑하고 생동하는 물리학을 보여줬다.

또한 의외로 물리학을 배울 수 있는 창구가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우선, 당장 도서관에만 가도 힉스입자에 대해 쉽게 풀어 쓴 책부터 그와 관련된 지식을 무겁지 않게 엮어낸 교양서적이 많았다. LHC와 관련된 기고 글과 대중강연도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교실 의자에 앉아 알 수 없는 물리 공식을 외워야 한다는 편견과 달리 물리학은 도처에 앉아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선뜻 친절을 베풀었다.

그렇다면 글의 제목이 ‘내겐 조금 먼 물리학’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한 번의 기사를 통해 양자역학적 보정이나 불확정성원리 같은 지식을 완전히 통달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꾸준히 시간을 쏟으니 기사에 관련된 개념들이 머릿속에서 물리학 지도를 그려나갔다. ‘아주 먼 물리학’에서 ‘조금 먼 물리학’이 된 것이다. 시간을 들이면 물리학도 이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기에 이번 기사는 쓰는데도, 읽는데도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호감이란 게 사소하고 우연한 계기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다음에는 좀 더 넉넉히 시간을 두고 물리학 책을 훑어보고 싶다. 물리학이란 녀석이 무뚝뚝한 첫인상과 다르게 얘기해보면 은근 친근하고 활달하다는 걸 기사를 통해 독자들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물리학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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