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시행 3년, 제도개선 노력에 대한 평가를 하자
법인화 시행 3년, 제도개선 노력에 대한 평가를 하자
  • 대학신문
  • 승인 2015.03.15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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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택 교수
생명과학부

학문은 자유를 요구한다. 진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자유 없이 진리를 얻을 수는 없다. 따라서 학문을 수행하는 조직으로서 대학은 자유로이 학문을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의 규율, 즉 ‘자율’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대학 본연의 자율을 확보하기 위해 3년여 전에 법인 서울대학교를 출범시켰다. 법인화 찬반의 진통 속에서도 자율은 찬반 양 진영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가치였다. 법인화 이전 그동안 정부기관으로서 경직성에서 벗어나 자율을 발휘하여 효율적이고 발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것이 법인화 본래 취지였다. 법인화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배구조, 예산 운용의 자율성, 서울대 공유 재산, 대학 구성원의 처우 등 굵직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거나 오히려 후퇴한 상태라는 지적을 학내의 기구나 개별 교수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러한 대형 문제들은 정부의 의지, 지자체의 이해, 여론의 향방 등과 얽혀 우리 대학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틀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방치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여기서는 인사제도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법인화 추진 당시 <법인 설립준비위원회> 자료에서 ‘법인 전환 후 달라질 주요 모습’을 다시 읽어 본다. 위에서 말한 큰 이슈들은 생략하자. ‘인사 운영 및 외국교수 초빙’ 분야에서 ‘대학의 운영에 적합한 인재의 임용·관리가 가능’ ‘자유롭게 외국 석학 초빙 가능’이라는 전망이 눈에 띈다. 그리고 ‘법인 전환의 필요성’ 주장에서도 ‘현재의 서울대학교는 정부의 하부조직으로 교직원 한 명을 채용할 경우에도 국가 공무원법에 의한 공무원 채용 규정에 따라야 하며…’라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에 임용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교수들이 필요성을 느꼈을 법한 인사의 자율을 역설한 것이다.
 

법인체제 3년여가 지난 지금 나는 학부장으로서 외국 석학을 초빙하면서 이런 ‘법인 전환의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함을 경험하고 있다. 주요 선진 대학들이 임용후보자의 이전 준비를 보장하기 위해 부여하는 몇 년간의 임용유예가 우리 대학은 법인화 이전과 마찬가지로 최고 1년까지로 엄격히 못 박혀 있다. 우리 학부에서 채용하기로 한 그 외국 석학은 결국 임용을 포기하고 말았다.
 

다음은 우수 교원의 정년 연장 문제이다. 최근 우리 학부에서는 정년을 2년 남긴 훌륭한 교수님 한 분이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로 옮겨 가시게 되었다. 30년을 우리 학부에서 봉직하시면서 신경생리학 분야에 최근까지도 큰 업적을 남기고 계셨는데 7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고 DGIST로 옮겨 가신다. 대구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연구를 활발히 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상태에서 단지 연구를 더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신 것이다. 법인 서울대학교는 법인 DGIST가 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
 

그 외의 교원 인사와 관련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교수협의회에서 수차례 체계적인 지적과 함께 대안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법인화 전환 후 직원의 인사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눈에 띄지 않는다. 유능한 직원은 효율적인 대학행정과 연구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인적 자원이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한 학과의 행정 또는 기술직원은 퇴임 때까지 그 학과에 있으면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으로 노련하고 효율적으로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까다로운 실험의 성공을 보장한다. 직원이 몇 년마다 바뀌어야 하는 현재의 우리 체계에서는 업무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방치된 값비싼 실험기기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만 봐야 한다.
 

대학본부의 운영진은 이 기회에 법인화 이후 우리 대학이 자율적 제도 개선 노력을 얼마나 수행해 왔는지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학 운영진들을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공과를 엄정하게 평가하여 우리 모두 반성의 기회로 삼음으로써 진정한 법인화의 궤도에 오르기 위함이다.

조형택 교수

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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