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유라 석사과정
행정대학원

‘저탄소 녹색성장’의 패러다임을 채택한 이명박정부 이후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제협력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8년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통해 기후 변화 분야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2014년 9월에 열린 기후변화 총회에서도 GCF(녹색기후기금)에 최대 1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공약하며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기후 변화 대응 지원을 촉구하는 등 그 행보는 끊이질 않고 있다.

국가전략 역시 이러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2009년 수립된 1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서 우리나라는 ODA(공적개발원조)를 녹색화하여 녹색 ODA의 비중을 2013년까지 20%, 2020년까지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발표된 2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따르면 한국의 녹색 ODA 지원 규모는 2009년~2010년 평균 2억달러로 총 ODA의 14.4%이었지만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을 이행하면서 연간 40억원 규모의 예산이 추가되는 등 그 전망은 밝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까지 기후변화 ODA, 녹색 ODA, 환경 ODA 등의 용어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주로 사용하는 녹색 ODA는 에너지와 환경 분야뿐만 아니라 녹색성장을 바탕으로 한 여타 개발 분야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이러한 용어의 모호성은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 대응 지원의 진정성에 의문점을 남긴다. UNFCCC 규정에 따르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은 ‘새롭고 추가적인’ 재원 마련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존 ODA를 녹색 ODA로 이름만 바꾸는 ODA 전환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 OECD-DAC(개발원조위원회)에 공식적으로 가입하며 국제 개발 협력의 선진화를 추구하겠다는 기존의 입장과도 상충하는 부분이다. 2009년 ‘Roadmap to Copenhagen’ 연설에서 영국의 브라운 총리는 개발 사업 지원과 기후 변화 대응 지원은 별개라고 강조하며 기후 변화 대응 지원은 ODA의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민관협력 등을 통해 추가적인 자원을 확보하여 기후 변화 대응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개도국들은 빈곤 퇴치를 위한 ‘원조’와 선진국이 야기한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별개라는 입장을 통해 ODA와 기후 변화 대응 지원을 구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도국 지위에서 벗어나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제 사회에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OECD-DAC에 가입하며 ODA의 양적 증대와 선진화를 강조하고 있고, GGGI(글로벌 녹색성장 기구)와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이 있는 국가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기후 변화 대응 분야에서 선도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두 목표의 잘못된 결합은 자칫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DAC 가입, GCF의 유치를 통해 다져놓은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으려면 녹색 ODA라는 허울에 머무르지 말고 국제적인 요구사항에 맞춰 하루빨리 내실화를 이루어야 한다.
 

박유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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