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빈 사진부장

단점을 극복해가는 인공지능

인간 삶에 바짝 다가온 오늘의 기술

기술은 인간보다 더 빨리 성장 가능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은 계속될까

 

대필작가인 테오도르는 공허하고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해주는 사만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이야기는 영화 ‘그녀’(Her)의 초반 줄거리다. 사만다가 사람이 아닌 컴퓨터 운영체제라는 사실만 빼면 여느 사랑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 사만다는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는 운영체제로, 주인인 테오도르의 감정을 분석하고 그에게 가장 필요한 말들을 건네며 그의 삶에 행복을 되찾아 준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성찰은 그렇다 치고, ‘정말로 이런 관계가 가능한 시대가 올까?’ 라는 물음이 엔딩크레딧과 함께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최근 딥러닝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딥러닝이란 인간의 신경망을 모방한 기계학습의 한 분야다. 일반적인 기계학습이 고양이 사진을 먼저 보여준 후 여러 사진 중 고양이를 분류해내는 것이라면, 딥러닝은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지 않아도 스스로 고양이 사진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 컴퓨터의 연산 속도 향상과 데이터의 폭증을 통해 딥러닝의 단점들이 극복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딥러닝을 통한 기계학습의 연구성과도 매우 많다. 이런 딥러닝이 점점 발전하면서 2040~50년 정도가 되면 인간의 지능을 따라잡을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중장년층이 될 때쯤이면, 사만다 같은 운영체제가 실제로 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화에서 테오도르와 사만다가 맺은 관계 같은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우리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걷는 로봇전문 제작업체인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 로봇개 시연 영상을 공개하였는데, 여러 장면 중 스스로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능을 보여 주기 위해 로봇을 힘껏 발로 차는 부분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로봇이더라도 개를 발로 차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의견과 ‘그냥 로봇일 뿐이므로 발로 차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로봇은 인간이 사용하는 기술일 뿐일까? 이 로봇이 정말 ‘개’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때, 즉 기술이 생명체를 닮아 갈 때 우리는 그 기술에 대해 감정을 이입해야 하는가? 혹은 이입해도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자.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애인 없이 1년을 사는 것’과 ‘스마트폰 없이 1년을 사는 것’을 두고 어떤 것이 더 나은가 토론을 했었다. 토론 자체는 개그의 일부였지만 나는 스마트폰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깊이 박혀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일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세상에서 이제는 인간관계마저 대체할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기술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에 종속돼있는, 혹은 그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제는 영화에서처럼 기술이 인간과 상호소통하거나 감정을 공유하고, 심지어 스스로 발전하는 시대가 올 날이 머지않았다. 기술이 일단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활용하게 되는 순간부터 그것은 엄청난 속도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 속도는 상당히 느리지만 기술은 그런 제약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단순하고 일방적인 관계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로봇이 사랑하는 연인, 함께 성장한 소꿉친구, 애완동물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인간 지성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기술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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