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과제

헌재는 헌법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여러 권리 사이의 충돌을 조율해왔다. 조율 기준이 발표될 때면 헌법재판관들의 입으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에 이어 올해 초 간통죄 위헌 결정까지 최근 헌재의 판결은 신문의 1면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 중 두 가지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끝나지 않은 성적 자기결정권 논란=간통죄와 함께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논란이 된 성매매특별법 역시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총칭한다. 두 법은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제정됐다. 심사 중인 조항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성매매특별법이 도입된 후 지난 10년 동안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왔다. 성매매특별법에 반대하는 쪽은 성매매는 강요나 착취에 의한 성행위가 아니므로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또 성매매를 직업으로 하는 여성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근거도 든다. 그러나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 성매매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가가 나서서 성매매 여성을 보호해야 하며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알선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여성이 성을 팔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로 눈을 돌려 성매매 여성의 인격권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는 “성매매는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착취이자 폭력 행위”라며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성 의식이나 사회의 성 풍속이 아니라 인격권”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헌재의 입장은 합헌이었다. 성매매특별법과 관련해 헌재에 청구된 사건은 총 10건으로 이 중 대부분은 각하되거나 합헌으로 판결됐고 2건만이 심사 중이다. 2012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이 법으로 인해 성폭력 피해자가 급증한다며 심판에 청구됐을 때에도 헌재는 구체적 사정이 없다며 이를 각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성매매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장소를 제공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장소를 제공하는 것까지도 처벌함으로써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간통죄와 마찬가지로 성매매특별법 역시 헌재가 성매매를 개인의 자율에 맡길 것인지가 관건이다. 헌재는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가 남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 제241조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성매매특별법에도 영향을 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교조, 법외노조인가 아닌가=한편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은 교원노조법과 노동조합 규약의 충돌에 대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것이었다. 법외노조는 노동조합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조다.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조합원 중 해직교사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봤다.

재판이 청구돼있는 조항은 교원노조법 제2조다. 이 조항은 교원을 현직 교장, 교감, 교사, 행정직원 등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전교조 규약의 부칙 제5조는 부당해고 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정하고 있어 교원노조법과 충돌한다. 전교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담당한 재판부는 법외노조 통보가 조합원의 단결권과 평등권을 해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헌재에 교원노조법 제2조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청구했고, 전교조가 법외노조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헌재로 넘어갔다.

쟁점은 노동조합원의 자격을 두고 교원노조법에 따른 교원의 정의와 각 조합의 자율성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다. 고용노동부는 교원의 신분을 상실한 후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은 교원노조법 제2조에 위반되기 때문에 전교조의 규약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교조 측은 노동조합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는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김민석 전교조 법률지원실장은 “지역별, 산업별 노동조합인 경우 해고자건 구직자건 노조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이러한 단속은 우리나라 헌법의 기본권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나침반으로서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