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70년, 남북관계의 봄은 언제 오는가?
해방 70년, 남북관계의 봄은 언제 오는가?
  • 대학신문
  • 승인 2015.03.2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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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 속 남북관계 전망
▲ 김용현 교수
(동국대 북한학과)

박근혜정부가 출범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취임 당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한 박 대통령의 새 대북정책은 많은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남북관계는 특별한 성과 없이 샅바 싸움을 하는 데 그쳤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개성공단 잠정 중단, 남북대화 무산의 악재가 잇따랐다. 성과라면, 2014년 설 이산가족 상봉 한 번뿐이었다. 해방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오늘, 남북관계는 대화 없이 강대강(强對强)의 대결구도를 이어가고 있꽃 피는 춘삼월을 무색게 하는 남북관계, 얼어붙은 한반도에 훈풍을 불게 할 봄은 언제 오는가?

‘통일 대박’ 발언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 초 국내 통일 담론을 장악했다. 드레스덴 선언,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등이 잇따랐다. 올해 초엔 통일부 등 4개 부처가 합동업무보고에서 2015년을 ‘한반도 통일시대를 개막하는 해’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위해 실질적 통일준비에 매진해 나가겠다는 취지 아래 이른바, ‘평화통일기반구축법’을 제정하기로 하는 등의 계획을 내놨다. 이렇듯 통일이 곧 다가올 것 같이 느낄 정도로 ‘통일시대’가 대세였다.

하지만 현재 통일시대는 가까이 와 있지 않다. 박근혜정부가 벌이는 대부분의 통일사업은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되어야 성과를 내올 수 있는 것들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지 못하는 한 한 계획에만 그친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포장은 요란하나 알맹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화려한 장밋빛 사업 구상으로 그럴싸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이 상황에서 실천적 성과를 가져올 실효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아서 성과가 없었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어쩐지 군색하다. 언제는 북한이 남측 의도대로 대화에 나선 적이 있었던가? 과거 북한과의 대화는 우리 정부의 많은 인내와 정책적 일관성을 전제로 성과가 나왔다. 물론 남북관계 관리, 한반도 평화 관리는 남북 당국이 나눠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남측 정부가 제 몫을 해야만 하는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남북관계 접근법과 대북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박근혜정부는 김정은체제를 매우 불안정하고 인정하기 싫은 정권, 상대하기 불편한 정권으로 보는 듯하다. 김정은체제를 인정하지 않은 채, 박근혜정부의 가치관과 원칙만으로 끌고 가는 것이 남북관계 접근법이자 대북정책의 전부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 주민 2천5백만명을 통치하고 대표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가장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만 하더라도 이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과 마주 앉지 않을 수 없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박 대통령 앞에 놓인 임기 3년이 중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 및 한반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G-2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미국을 견제하면서 한반도에서 영향력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싸드(THAAD) 한국 배치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갈등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러시아, 일본은 독자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반도 내부 환경도 변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주변국 관계와 거의 대등한 수준에서 남북관계를 보기 시작했다. 북미, 북중, 북러, 북일 관계 등과 남북관계의 차별성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대외관계의 1/n 수준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관심은 심각한 경제문제에 쏠려 있다. 이렇듯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다.

김정은체제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집권 3년을 맞는 지금, 박근혜정부가 가장 변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어쨌든, 김정은체제와 대화를 통해 남북 간 현안, 북핵문제, 한반도 문제 전반을 풀어가야 한다. 금강산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문제 등은 남북 최고지도자의 철학과 결단 속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시급하다. 이제 북한 당국의 상황이나 응답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 대북 제안은 그만 나와야 한다.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고, 북한 당국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공학적 접근으로 대북정책을 펼치는 것은 당장은 성과가 보일지 모르나, 결국엔 모래성이다.

5월이면 러시아는 모스크바에서 외국 지도자 초청 2차 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중국정부도 9월에 외국 지도자들을 초청해 전 세계의 반 파시스트 전쟁과 중국인들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퍼레이드를 천안문광장에서 성대하게 개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대로 남북관계가 지속되면 남북한은 남의 집 잔칫상에나 숟가락 들고 쫓아다닐 것 같다. 해방 70년 광복절에 남북한만 각각 서울과 평양에서 외국 지도자 한 명 초청하지 않은 채 서로 으르렁거리며 밋밋한 기념행사를 할 것 같다. 우울한 예상이다. 매화 흐드러지게 핀 춘삼월, 남북관계의 봄은 언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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