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재형 기자
취재부

1987년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 한국정치는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정치의 유일한 행위자였던 정부는 국가의 모든 영역을 관장하던 압도적인 영향력을 잃어갔고 반대로 이전까지 정치의 피동적인 객체로 억눌려 있던 시민사회는 영향력을 비약적으로 키워갔다. 시민사회의 정치참여 욕구는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 혹은 노동조합 등의 다양한 형태로 분출됐다. 이렇게 배출된 시민의 이해관계는 정치에 반영돼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군부독재에 대항해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총학생회는 민주화 이후 오히려 그 힘을 잃어갔다.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는 점차 줄어들었고 일각에서는 총학생회 무용론까지도 제기됐다. 많은 학생들이 더 이상 총학에 참여하지도 그들을 지지하지도 않았다.

『대학신문』기자로서 참 부끄러운 것이지만 하나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이번 기획기사를 준비하기 전까지 총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관심을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2011년 법인화 저지 투쟁에서 총학이 어떻게 행동했고, 지난 10여년동안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총학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에 대해 무지했다. 기껏 한 것이라고는 본부점거 당시 총장실에 간이침대가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것뿐이다.

이렇게 백지상태에서 총학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모으고 취재원들의 의견을 정리하다보니 학교 밖의 정치적 현실과 학교 안의 정치구조가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학내의 정치적 구조들은 시민사회의 그것과는 정반대로 나아가게 됐는지 의문이 생겼다.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는 정부의 영역을 조금씩 가져오며 정부와 함께 한국 정치의 주요한 행위자가 됐다. 반면 민주화 이후 총학은 학생들의 단일한 대표성이라는 관념에 얽매인 채 학회와 동아리와 같은 자치조직들이 그들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끌어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총학의 위기상황마다 총학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일 뿐이었다. 사회를 향해 민주화를 부르짖던 총학이 오히려 학내에서 진정한 민주주의 토대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미흡했던 것이다.

이제 다시 총학 선거기간이 다가왔다. 나는 아직 이번 3월 재선거로 총학이 들어설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고 있는 것은 총학이 기존에 있던 구조를 유지하고, 총학 이외의 학생사회의 주체들에 대한 고민을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학생사회도 총학을 계속 외면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총학의 미래는 앞으로 총학을 수권하는 집단이 얼마나 진지하게 그들을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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