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정 기자
사회부

청년실업률 11.1%. 당장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들어가거나 신문을 펼쳐들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수치다. 열정페이, 블랙기업, 청년실신과 같은 신조어들은 팍팍한 청년들의 삶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청년들을 향한 세상의 이목이 야속할 정도로 청년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기사를 준비하면서 접한 청년들에 관한 부정적인 소식들은 구체적인 수치나 각종 사건까지 곁들어져 명백한 사실이 돼 있었다. 청년들이 얼마나, 어떻게 힘든 나날을 보내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패션노조가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청년착취대상을 수여했다는 소식에 열정을 미끼로 일상적인 저임금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자화상을 마주했다. 또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책을 읽으며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청년들의 잘못이 아닌 사회 전체 위기의 축소판임을 깨달았다. 반면 청년들과 관련한 긍정적인 소식은 ‘청년이 희망’이라는 막연한 구호 이상의 것을 찾기 힘들었다. 청년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자포자기, 체념, 무관심 등 부정적인 언어들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청년에 대한 기자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꾼 것은 다름 아닌 청년 당사자들이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청년들은 각양각색이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급 문제로 사장과의 갈등을 겪어 노동상담을 받고자 청년유니온을 찾은 사람도 있었고,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하다 비영리주거모델에 관심을 갖게 돼 민달팽이유니온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그들 역시 자신이 맞닥뜨린 현실에 한숨을 내쉬고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3포세대, 이케아세대 등과 같은 한 마디로 그들을 규정할 수 없었다. 그들은 현실의 갑에 순순히 굴복하지도 않았고 ‘할 수 있다’만 무작정 내세우는 무한긍정주의도 아니었다. 그들은 미우나 고우나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직시하고자 했고 현실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자 했다.

지난달 열린 청년유니온 정기총회는 그동안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한 대의원은 지난 5년간의 활동을 토끼에, 앞으로의 5년을 치타에 비유했다. 청년들의 노동문제를 끊임없이 이슈화해 토끼처럼 폭은 좁더라도 꾸준히 열심히 달렸다는 것이다. 한편 “텔레비전에 나왔다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라며 이제는 치타의 넓은 보폭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했다. 활동의 미흡한 면을 짚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조합원들의 모습에서 문제 해결을 향한 굳은 의지와 청년들의 책임감을 보았다.

현장의 청년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청년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청년실업률 11.1%라는 수치의 이면에는 좋은 대학을 나와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는 현실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망적인 현실 속에는 이를 타파하고 스스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도 있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살아있는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의 힘을 한번 믿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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