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정진호 개인전 ‘상상열전’

한 번에 구만리를 나는 붕새나 여러 동물이 합쳐진 봉황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여기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독특한 방식으로 창조하는 작가가 있다. 애니메이션,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 그리고 다양한 신화를 섞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이를 드로잉으로 표현하는 리뉴얼작가 정진호 창작자가 그 주인공이다. 리뉴얼은 정진호 창작자가 만든 일종의 학문으로 그는 문학, 게임, 철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리뉴얼을 연구하고 있다. 오는 5월 15일까지 성북구 ‘카페 별꼴’에서 그의 드로잉과 독특한 연구를 소개하는 ‘상상열전’이 열린다. 아울러 전시와 연계해 지난 28일(토) 정진호 창작자의 소규모 공개강의가 진행됐다.

▲ 정진호 창작자가 화이트보드에 수강생을 b에니멀로 리뉴얼하고 있다.

사진: 김명주 기자 diane1114@snu.kr

정진호 창작자의 예술 활동은 장애인 창작자가 작업을 이어나가도록 지원하는 ‘로사이드’의 후원으로 가능했다. 로사이드는 정규 예술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독자적인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이의 창작물을 찾고 그 가치와 가능성을 사회에 소개하는 비영리 예술단체다. 정진호 창작자와 로사이드의 인연은 그의 부모님이 로사이드의 사무실에 그의 작업물을 가지고 방문하며 시작됐다. 정진호 창작자와 함께 활동하는 최선영 스탭은 “로사이드는 장애인 창작자와 비장애인 창작자가 공동 활동을 통해 다양한 창작경험을 공유하는 예술 워크숍 1:1 아트링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진호 창작자가 평소 집에서 이면지에 ‘비드맨’이나 ‘b에니멀’을 그린 드로잉과 함께 그가 새로 그린 ‘7등급의 천사’와 ‘북극성을 지키는 14명의 수호신’을 감상할 수 있다. 비드맨은 구슬을 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이며 b에니멀은 애니메이션 ‘크로스파이트 비드맨’에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다. 정진호 창작자는 여러 신화, 역사 또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존재를 b에니멀화하는 리뉴얼 작업을 한다. 그가 처음으로 먹을 사용해 그린 ‘7등급의 천사’는 9등급으로 나뉘는 로마 가톨릭 천사를 b에니멀화한 작품이다. 또 그의 대표작 ‘북극성을 지키는 14명의 수호신’에서 그는 황룡과 봉황을 추가한 12지신과 청룡, 백호, 주작, 현무 4방신을 크로스오버해 b에니멀로 표현했다. 정진호 창작자는 “기존에 있던 캐릭터들을 나만의 버전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나의 리뉴얼”이라고 그만의 독특한 창작 활동인 리뉴얼을 설명했다.

▲ 정진호 창작자는 "홀쭉한 얼굴이 호랑이 같다"고 이야기하며 기자를 검치호랑이로 리뉴얼했다.

포근한 분위기의 카페 벽면에는 흰 도화지에 연필로 어지럽게 그린 듯한 정진호 창작자의 작품이 걸려있다. 그의 작품은 얼핏 보면 어린 아이가 상상 속의 동물을 그린 듯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그 속에는 여러 신화, 역사가 혼합돼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오하다. 정진호 창작자는 매주 토요일 도서관에서 문학, 신화, 역사 등 분야를 막론해 서적을 빌려 자신만의 리뉴얼 학문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점성학이란 무엇인가’ ‘파충류대도감’ ‘쇼팬하우어 인생론’ 등 서적에서부터 그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그의 학문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지난 토요일에 열린 소규모 공개강의는 최근 그가 연구하고 있는 용생구자를 다뤘다. 용생구자는 중국전설에 등장하는 용의 아홉 아들로 상상 속 동물이다. 정진호 창작자는 “이번 강의는 용생구자를 b에니멀화하는 작업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라고 자신의 최근 연구활동을 설명했다. 강의 마지막에 그는 참여한 관객을 b에니멀로 리뉴얼하며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선영 스탭은 “장애인의 작품을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독특한 창작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사회에 소개하는 것”이라며 “상상열전의 전시이벤트로 열리는 소규모 공개강의는 이러한 소통 장치로 기능한다”고 밝혔다.

신화나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신화 속 생물이나 역사를 즐기게 하기 위해 강의를 한다는 정진호 창작자는 리뉴얼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정진호, 집안에서 펼쳐지는 그만의 리뉴얼 세계는 오늘도 그 영역을 끝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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