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KTX 위장도급 면죄부 판결 규탄 및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촛불집회

▲ 사진: 김희엽 기자 hyukim416@snu.kr

지난 24일(화) 오후 7시 서울역 광장 계단에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주최한 ‘KTX 위장도급 면죄부 판결 규탄 및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집회참가자들은 원청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해고된 KTX 승무원들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부정한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하고 승무원들의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행사는 그동안의 투쟁 과정을 담은 영상을 상영하면서 시작됐다. 쌀쌀한 날씨에도 손에 촛불을 든 참가자들은 숨을 죽이고 영상에 집중했다. 발제를 맡은 철도노조 김승하 지부장은 “노예와 같은 자회사 소속의 승무원이 아니라 KTX 안전을 정당하게 책임질 수 있는 승무원으로 일하고자 이 투쟁을 하게 됐다”고 집회의 취지를 밝혔다.

‘지상의 스튜어디스’라 불리던 KTX 승무원들이 촛불을 들게 된 계기는 지난달 26일 원심을 뒤집은 대법원의 판결로 복직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철도유통 소속 노동자인 KTX 승무원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승무원들을 코레일에 소속된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철도유통은 코레일의 자회사로 코레일과 승무 분야 업무에 관한 위탁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파기환송의 이유로 원청인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과 하청인 철도유통 소속 KTX 승무원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긴 했지만 업무가 안전부분과 그 외 승객 서비스 부분으로 구분됐다는 점을 들었다. 1심과 2심이 철도유통 등은 KTX 승무원 업무 부분에 관해서는 단순히 코레일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들어 승무원들과 코레일 간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확인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승무원들의 근무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승무원들도 열차팀장과 함께 안전업무를 담당했는데 이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나온 전직 KTX 승무원 양혜영 씨는 “열차 18칸을 팀장님 한 분이 다 살핀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담당 객차 승무원이 세 군데 정도 적절하게 배치된다”며 “승무원들이 열차가 떠날 때 발판을 다 확인하고 문이 개폐가 됐는지 확인한 후 팀장에게 수신호를 보내면 팀장들이 문을 잠그고 열차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은 “사측과 대법원은 KTX 승무원들의 서비스가 국민의 안전과 무관하다고, 그만두라고 얘기한다”며 “승무원이 고객의 안전과 무관할 수가 있냐”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승무원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코레일 측이 제공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4년 KTX 승무원들 340여명은 2년 후에 정규직을 시켜주겠다는 코레일 측의 약속을 믿고 자회사 홍익회와 비정규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정부는 인력과 예산을 감축한다는 이유로 공공부문이 맡은 업무 중 ‘주변적인’ 업무를 하청업체에 외주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결국 약속한 2년이 지났지만 승무원들은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고객서비스 업무가 철도유통으로, 다시 코레일관광레저로 외주화되면서 승무원들은 이들 위탁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강요당했다. 이를 거부하면 무더기로 해고됐다. 해고되지 않은 이들도 나날이 열악해지는 근로조건을 견디기 힘들었다. KTX 승무지부 김영선 상황실장은 “인원이 줄자 한 사람이 일할 양은 점점 늘었지만 급여는 고정됐다”며 “1년이 지났는데 경력 인정은커녕 월급이 2~30만원가량 깎였다”고 회고했다.

승무원들은 직접고용이 인정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선 상황실장은 “이제는 법적 투쟁이 아니라 교섭의 창구를 만들기 위해 기자회견, 1인 시위, 집회 등 다방면으로 계속 행동할 계획”이라며 “우리 승무원의 문제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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