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복지’ 넘어 한국형 복지 모델에 대한 고민 시작할 때
‘증세 없는 복지’ 넘어 한국형 복지 모델에 대한 고민 시작할 때
  • 김윤주 기자
  • 승인 2015.03.2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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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지속가능한 복지제도, 답은 어디에 있는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실패하면서 증세 없는 복지방침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무상보육정책인 누리과정 중단 논란과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선언 이후 증세와 복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25일(수)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건전재정포럼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속가능한 복지제도, 답은 어디에 있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최종찬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인사말에서 “한쪽에서는 증세 없이 해보자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부자 증세를 주장하며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며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증세에 앞서 세출 구조조정이 우선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기도 했다. 세입 목표치가 낙관적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어 실제 세입과 지출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가정을 유지한다면 2013~2017년도의 실제 세입은 예상 세입보다 117조1천억원이 모자라게 된다. 따라서 세출 구조조정으로 세입과 세출을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출 구조조정의 핵심은 같은 금액도 적재적소에 지원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효율적인 재정지출의 예로 건강보험료 지원 정책을 들었다. 그는 “건강보험기금은 흑자임에도 정부지원금이 계속 지급되고 있다”며 국고보조방식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입과 지출이 벌어지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지금 상황은 20년 전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은 세입과 지출이 1990년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다.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세입은 갈수록 줄어들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일본은 2012년 51조8천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세수 감소와 복지지출 증가라는 재정절벽에 맞닥뜨렸다. 이에 일본을 타산지석 삼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발제자들은 현실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명제에는 모두 동의했다. 어떤 항목을 증세할 것인가에 대해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가가치세 인상을 제시했다. 그는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으로는 추가로 필요한 재원의 16%밖에 충당하지 못한다”며 “도입 초기부터 10%를 유지하고 있는 부가가치세율을 2%P 올리면 재원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반대하는 측은 부가가치세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가리지 않고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소득세나 법인세와 달리 부가가치세는 세율이 오르면 고소득층에게 더 유리한 역진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천대 홍기용 교수(경영학부)는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해 “세율이 10%를 넘어가게 되면 국민들에게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내수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장 나중으로 미뤄야 할 사안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토론회장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변수민 씨(경희대 정치외교학과)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면 소득재분배 효과가 떨어질까 우려된다”며 부가가치세 인상 후 빈부 격차가 극심해진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에 강봉균 전 장관은 “부가가치세는 소비의 절대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서유럽 국가들이 부가가치세율을 30%까지 인상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세와 복지를 둘러싼 논의는 한국형 복지모델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강봉균 전 장관은 유럽식 모델을 맹목적으로 추종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복지 시스템을 갖추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모델은 유럽식의 고부담-고복지 모델이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고부담 없이 고복지만 모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모델을 새로 정립하지 않는 이상 국가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치권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NSI 양수길 박사는 “오늘 나온 논의 중 창의적인 것은 없지만 정치권이 이를 행하는지가 문제”라며 “이러한 논의가 활발해져 정치개혁이 일어나고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았던 안병우 건전재정포럼 운영위원장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스웨덴은 복지개혁으로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며 “오늘 토론회의 내용을 청와대와 여야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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