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지의 노래

홍미르(기계항공공학부․15/총문학연구회)

새벽 바다는 시리었다.

 

해가 제 붉은 피 내뿜도록

깨물어 삼켰다던 시퍼런 저녁 바다엔

다시금 뜨거운 기운이 서리고 있어

 

저 멀리 되돌아 왔어야 할,

되돌아오리라 간절히 외던,

난파선 한 척이 보이는 듯도 하다고

망인(亡人)처럼 고되어 뵈는 상을 한

아주머니 한 분이

파도만 치는 빈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보다도 더 차게 울었던

그런 새벽에

 

오지 않는

오지 않을 그 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던

그 마음 쓰는 노래는

 

비틀비틀

차가운 새벽 바다를 건너갔다.

 

발이 시린 듯

이따금씩 움츠리면서

비틀비틀

난파선처럼.

 

말의 목소리

익명(총문학연구회)

꼬마 아이가 졸린 강아지 앞에 쪼그려 앉아

이쁘다 이쁘다 머릴 쓰다듬었다

변덕스런 고양이의 배를 간지럽힐 땐

밉다고 야옹할 때까지 좋아해주다

좋았다고 야옹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불안하고 떨림이 많아

말이 익숙하지 않은 목소린

외롭다고 말할 줄은 모르고

재밌었다 말하고 떠날 것 같다

 

사랑한다는 말들은

자기가 그들 사이의 마지막 인사이기를

수면 아래 숨어 원하기도 한다

 

목소리가 떠나가는 자리에서

아이는 눈이 멀어 버렸다

▲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도돌이표

*이제니, 코다의 노래

김시온(경영학과․10/총문학연구회)

손목을 긋고 싶어 성냥을 긋고. 정해진 악당에게 속으로 악담을 퍼붓고도 튕겨오는 메아리에 돌아서지 못하던 시절. 권태가 직업이었지만 책을 읽기엔 혁명은 위악의 후일담이었고 양심을 지키기엔 풍경이 한줌 재보다도 비참했다. 아코디언 주름 같은 죄를 지을 때마다 명멸하는 시적인 문장들. 시의 빙판에서는 스케이트의 불안한 날이 인간의 목을 찌르는 소리를 내며 얼음을 갉아먹었다. 얼어붙은 세계로 돌아가며 애인을 팔아넘기는 한이 있어도 자살은 할 수 없다는 다짐을 또다시 하고, 너의 인식에는 투명한 나만이 가득해 넌 언제나 지나치고. 인간이기 위해 주삿바늘처럼 정해진 시간마다 꾸역꾸역 밀어 넣어야만 하는 눈물들, 더러운 침 삼키듯 모두 뱃속에 쑤셔 넣고 널뛰듯 추락하기 위해 이제는 날개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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