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졌던 여러 학내 인권침해 사건들 속에서 인권센터는 언제나 그 중심에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인권침해를 제대로 조사하고 효과적으로 구제하기를 바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여러 비판도 있었습니다. 모두 인권센터가 경청해야 할 목소리입니다. 지난 호 대학신문 인권센터 관련 기사 역시, 인권센터의 발전을 바라는 애정 어린 비판이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인권센터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는 인권센터가 학내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과제들을 추동력 있게 수행해 나가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권센터의 문을 두드려 도움을 청하고자 하는 분들을 주저하게 하고 인권침해를 조기에 바로잡을 기회가 위축될 우려마저 있는 것입니다. 이에 인권센터는 지난 호 게재 기사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정정하고자 합니다.

인권센터의 직권조사 권한과 관련하여, 지난 기사 문언을 보면 피해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인권센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기만 하면 그 의사에 반하더라도 조사를 진행하는 것처럼 느껴질 우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권센터의 모든 사건 조사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당사자의 의사입니다. 인권센터가 당사자 의사를 무시하고서 당사자가 원하지 않음에도 사건 조사를 강행했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인권센터 결정이 갖는 강제력에 대한 비평에서도 재고되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적해 주신대로, 인권센터 결정이 그 형식에 있어서 ‘권고’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서울대 학칙의 위임을 받아 마련된 인권센터 규정은 당사자 및 관계인에 대하여 인권센터 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내 모든 관계부서에 대하여 인권센터 업무수행에 협력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비단 규정상으로 그러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인권센터가 수행하여 온 모든 사건 조사·심의 결과에 학내 타 기관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거나 거부한 적은 없었습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인권센터의 철저한 사건 비공개 원칙 및 비밀준수 원칙에 따라서, 인권센터에 계류된 사건의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입니다만, 이쯤에서 밝혀둘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인권센터가 사건 당사자 등에게 통보하는 결정문은 법원의 판결문 양식에 준하여, 최종 판단 이외에도 증거채택 여부, 사실인정 및 권리침해 판단 근거 등을 상세하게 적시한 결정이유를 포함해 작성됩니다. 전문 상담사 이외에도 변호사 자격을 가진 3명의 전문위원이 인권센터에서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인권센터의 조사·심의절차가 종료된 이후 완전히 새로운 반대 증거가 발견되는 등의 합리적 배척 이유가 없는 한, 인권센터 조사·심의결과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은 쉽사리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서울대 인권센터 뿐만 아니라 많은 국제기구, 그리고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그 결정은 ‘권고’의 형태로 내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주어진 권한이 미약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법원의 유죄판결과 같은 강제적 공권력은 필요최소한의 영역에서만 기능하도록 하되, 그 밖의 더 넓은 제 영역에서는 기관 상호간 자율적 협조와 의견교환을 통하여 기존의 틀에 박힌 제도 내에서 충분히 도출해내기 어려웠던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기사는 이행되지 않는 사항에 대해 인권센터가 이를 재차 권고할 수 없다고도 서술한 바 있으나, 이것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인권센터가 심의된 사건에 대한 재심의를 불허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건조사가 일단 완결되면 재차 조사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이행되지 않는 사항에 대하여 인권센터가 재차 권고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인권센터 권고가 준수되지 않는, 이제껏 전례 없는 사태가 실제로 발생하게 된다면 인권센터로서는 당연히 당사자 또는 해당 기관에 대해 이를 다시 권고하게 될 것입니다.

인권센터는 성희롱·성폭력 등 인권침해에 기하여 진행되는 징계절차에서 학내 제1심(첫 번째 심판절차)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인권센터 조사·심의에 조금이라도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게 되어 교원소청심사, 행정소송 등 학외 불복절차에서 징계처분이 깨어지게 된다면 이것이 더 큰 부정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인권센터의 모든 전문위원들은 열과 성을 다하여 상담·조사·심의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건 비공개원칙으로 인해 인권센터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건들을 조사하고 해결해 나가는 와중에도 인권센터는 대학원생, 학내 장애인 등을 위한 제도개선에도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권센터가 출범한지 이제 3년째에 접어듭니다. 보시기에 아직 미흡하고 부족한 점이 많을 줄로 생각합니다. 건강한 비판의 목소리에 언제든 귀를 열어두겠습니다. 부디 인권센터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시고 응원해주실 것을 감히 청합니다.

인권센터 박찬성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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