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영 취재부장

본투표 앞둔 총학생회 재선거

총학생회 선거에 회의적인 학생들

학생대표들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참여를 통해 생길 변화 알리고 도출해야

 

 

여기 한 마리의 쥐가 있다. 신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한 그 쥐는 실험자의 손에 이끌려 네모난 우리 안에 넣어진다. 낯선 환경에 놓인 쥐는 두려움에 떨던 것도 잠시, 적응을 위해 주변을 천천히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쥐는 우연히 우리 한 쪽 벽에 달린 지렛대를 건드린다. 지렛대가 움직이자 벽에 난 구멍에서 먹이가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먹이를 먹던 쥐는 다시 한 번 지렛대를 움직여본다. 역시 먹이가 쏟아져 나온다. 그 이후부터 쥐는 먹이가 필요할 때마다 지렛대를 당기게 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B. F. 스키너가 고안한 이 우리는 먹이와 같은 유인이나 자극을 통해 특정한 행동을 강화시키는 실험 장치로, 만든 이의 이름을 따 ‘스키너 상자’라고 불린다.

물론 스키너 상자에 들어가 있지 않아도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여러 자극들을 접한다. 여러 자극들 중에서 『대학신문』취재부에 몸담고 있는 필자가 최근 예의주시하고 있는 자극은 총학생회 재선거다. 기사로 담아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학생 사회의 대표 주자가 결정되는 일이니만큼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학내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나 강의실 책상마다 놓인 선본들의 소책자 등을 바라보면 3월을 지나 4월에 접어들었음을 벚꽃보다 더 빨리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도 이따금씩 떠오른다.

그러나 필자와 같이 학보사에서 일하는 학생이나 선본원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제외한, 일반 학생들이 총학생회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회의적이다. 공동정책간담회나 공동유세에 한 번이라도 가봤던 사람이라면 쉬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선본들은 저렇게 열심히 발언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왜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한번은 답답한 마음에 친구에게 왜 학생들이 총학생회 선거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인지 물은 적이 있었다. 친구는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든 사람들의 일상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총학생회로 어떤 선본이 뽑히든 학생들의 일상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리가 학교를 다녔던 지난 2년 동안 총학생회는 두 번 바뀌었는데 네 생활은 변한 것이 있었냐”는 친구의 질문에 선뜻 입을 떼기 어려웠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대학신문』 기자 신분으로 총학생회를 취재하며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총학생회와 학생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다.

학생들의 관심의 문제는 비단 총학생회 선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2일에는 ‘총장 선출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 앞서 단과대 학생회장, 이번 선거에 출마한 두 선본의 회장 후보 등이 모여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총장 선출 제도 개선안을 규탄했다. 친구에게 같이 가서 한 번 보자고 말했다가 “이틀 뒤가 시험인데 공부나 하라”며 타박 아닌 타박을 들었다. 그래도 필자는 대학을 이끌어나가는 대표인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학생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여러 학생대표들도 힘쓰고 있는데 학생으로서 한번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총장 선출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하면 등록금이라도 내려가냐”는 친구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필자의 친구가 지나치게 회의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 중 한 명이라도 이러한 생각을 품고 있다면, 학생들의 참여를 주장하는 학생대표들은 그들을 설득하고 끌어들일 수 있는 ‘자극’을 제시해야 한다. 지렛대를 아무리 당겨도 먹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쥐가 더 이상 지렛대를 당기지 않는 것처럼, 학생들이 아무리 참여해도 어떤 변화들이 생길 것인지 알려주지 못하고, 실제로 그러한 변화들을 도출해내지 못한다면 학생들은 더 이상 학생사회가 풀어나갈 여러 사안들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부터 총학생회 재선거 본투표가 시작된다. 선거에 출마한 선본들은 학생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고심할 것이다. 그 고심 속에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스키너 상자’를 구상하는 일도 포함돼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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