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정신으로 세상 곳곳에 스며드는 독립영화
'독립'의 정신으로 세상 곳곳에 스며드는 독립영화
  • 정서영 기자
  • 승인 2015.04.05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을 맞아 영화관에 온 당신은 박스오피스에 1위에 올라와 있는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기로 한다. 독립영화라 해서 만듦새가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했으나 보고 나오는 길엔 가슴이 먹먹해서 눈물을 흘렸다. 독립영화는 어딘가 낯설고 지루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이 영화나 「한공주」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그런데 유난히 재밌는 소수의 독립영화만 흥행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모두 별로인 게 아닐까? 독립영화는 대체 어떤 영화며 상업영화와 어떻게 다를까? 왜 나는 소수의 독립영화밖에 접할 수 없었을까? 이러한 궁금증에 더해 독립영화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그것의 '독립' 정신은 무엇인지, 또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는지 살펴본다. 겸하여 당신이 보지 못했던 재밌는 독립영화도 소개한다.

 

1. 독립영화, ‘독립’의 정신

거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자유로운 정신을 담아서

독립영화의 정신은 독립영화가 제작․투자․배급․상영에 있어 상업영화의 시스템으로부터 독립돼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이혁준 문화평론가는 “독립영화란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틀 안에 있는 것이 아닌 시대를 대변하고 자신의 주관을 보여주는 장르”라고 정의했다. 투자자나 흥행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창작자가 원하는 주제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독립영화는 소재 면에서 주류 매체에선 별로 주목하지 않는 바들을 거리낌 없이 폭넓게 다루기도 하며, 형식 면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기존 상업영화와 달리 과감히 시도하기도 한다. 동시에 독립영화는 사회에 대한 강렬한 문제의식과 비판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독립영화가 표방하는 ‘독립’의 정신이란 이 모든 특성을 포괄한다.

사회에 저항하고 민중을 대변하라

한국 독립영화는 저항정신이 지배하던 80년대 노동운동 현장에서 출범했다. 최루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영상물이 가진 힘을 믿은 운동가들이 투쟁 수단으로 영화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상업영화에서 다루지 않던 사회적 사안들은 이들의 캠코더에 고스란히 담겼다. 대학교를 중심으로 영화를 노동운동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영화 동아리도 이 시기 생겨났다. 서울대 영화 동아리 ‘얄라셩’의 일부 영화인들이 당시 활동을 발판 삼아 만든 ‘서울영상집단’이 그 예다. 비슷한 시기 등장한 영화 단체 ‘장산곶매’는 철거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상계동 올림픽」(1988)을 내놨고 이것은 한국 독립영화의 기념비적인 첫 작품이 됐다.

서울영상집단과 장산곶매는 소수의 제작자 및 제작단체만을 허가하는 불합리한 영화진흥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영화진흥법은 허가 받은 소수를 제외한 다른 영화인들의 영화 제작 및 유통은 불법으로 간주했다. 실제로 서울영상집단의 대표와 김동원 감독이 영화진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영화집단은 당시 한국 상업영화계가 민중의 삶과 유리된 것은 폐쇄적인 법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그들은 ‘민중의 삶을 담아 공감하고 새로운 문제로 확인할 수 있도록’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사를 건 독립영화인들의 투쟁 끝에 영화진흥법이 개정됐고, 이는 훗날 한국 독립영화계뿐 아니라 상업영화계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기여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1996년 헌법재판소가 영화법의 사전심의 조항에 위헌 판결을 냈고 이후 2년에 걸쳐 영화진흥법이 개정됐다. 이 뒤를 이어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출범했고 한국독립단편영화제(현 서울독립영화제)도 개최됐다. 독립영화의 장이 확대되면서 독립영화만 1년에 몇백 편씩 제작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2. 한국 독립영화가 다루는 세상

차별화된 소재로 그려낸 변방의 참모습

영화법 개정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독립영화인들은 민중의 삶을 영화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따라서 주류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소재로 삼는다. 퀴어, 노동자, 여성 등 사회 변방에 자리한 소수자의 현실과 청년의 모습은 그렇게 스크린 속에서 재현됐다. 이혁준 문화평론가는 “상업영화는 수익을 생각하기 때문에 다수가 좋아할 만한 소재를 선택한다”며 “하지만 독립영화는 소재에서도 특별한 것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커밍아웃한 이송희일 감독의 등장과 함께 독립영화는 2000년대 이전부터 퀴어의 사랑과 그들이 처한 힘든 현실을 정면으로 다뤘다. 그의 영화에서 남성 동성애자들은 서로를 원하지만 끝내 엇갈리며(「후회하지 않아」(2006)), 게이라는 이유로 폭행당한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들로 그려진다(「백야」(2012)). 그러나 최근작 「야간비행」(2014)은 과거의 작품들과 달리 단순 퀴어의 이슈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영화는 성소수자의 문제 외에도 학교 폭력, 성적지상주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서로 연결된 사회 문제를 건드리며 퀴어물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 사회 전반과 여타의 소수자 문제를 아우른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퀴어물에서 게이들의 사랑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야간비행」은 그런 부분을 지우고 ‘약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영화는 사회적 소수자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 세대의 어려움 또한 묵과하지 않는다. 이는 주류 매체에서 청년을 다룰 때 주로 그들이 처해있는 사회적 맥락을 감추는 것과 대비된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일각에서는 요새 20대들이 취업과 스펙에만 신경쓰다보니 그들에 대해 할 얘기가 없다고 하지만 그건 게으른 생각”이라며 “코미디처럼 특별한 장르로 뽑아낸 청춘물이 주류영화계보다도 독립영화계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셔틀콕」(2014)은 부모님의 사망보험금을 들고 도주한 누나를 쫓는 열여덟 소년의 아픈 성장통을 진지하게, 「족구왕」(2014)은 내세울 스펙 하나 없는 평범한 복학생이 족구로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뤘다. 이처럼 독립영화는 때론 고민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때론 고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한 발치 멀리서 해학적으로 다루기도 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자화상을 그린다.

비판은 날카롭게, 문제의식은 강렬하게

변방의 사람들을 소재로 삼는 독립영화는 그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조명하려는 문제의식을 담아 관객에게 화두를 던진다. 특히 독립영화는 태생부터 갖고 있던 사회비판적 시선으로 관객의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독립영화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다큐멘터리 장르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다양한 비판 담론을 형성해왔다.

독립영화의 출발점인 「상계동 올림픽」(1988)의 김동원 감독은 비전향 장기수가 등장하는 영화 「송환」(2004)으로 2000년대 이후에도 독립 다큐멘터리물의 역사를 이어갔다. 영화는 사상전향을 거부한 채 오랜 기간 수형생활을 한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 문제를 다룬다. 김 감독이 1992년 아는 신부의 부탁으로 비전향 장기수인 두 노인을 봉천동에 우연히 모셔오는 것을 계기로 제작된 이 영화는 그들의 송환과 그 이후에 관한 12년의 치열한 기록을 담고 있다. 실제로 김 감독이 직접 장기수들의 북쪽 가족을 촬영할 계획을 세우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하는 등 그의 모든 고군분투는 148분 동안 고스란히 담겼다.

한편 사회적 다큐멘터리는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으로 인해 정치적 외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인 「다이빙벨」(2014)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한 기자가 만든 작품으로 영화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 개막 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해당 영화가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며 상영 중단을 요청했고 부산영화제 측은 영화제의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서 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영화인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외국의 영화인들까지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찬욱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며 보이콧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독특하고 색다른 독립영화 속 실험들

독립영화가 다루는 진지한 문제의식은 자칫 관객에게 흥미를 잃게 할 수도 있다. 때문에 독립영화는 자유롭고 다양한 영화적 형식에 대해서도 고민해 왔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이현희 프로그래머는 “독립영화는 기존 문법과 다른 독특한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표현들을 통해 영화가 한 단계씩 성장한다”고 밝혔다.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2006)은 96분의 러닝타임 동안 카메라가 한 번도 끊기지 않는 ‘원 테이크’로 구성돼 있다. 멤버 자은의 기일을 맞이해 3년 만에 산 속 카페에 모인 ‘마법사’라는 이름의 밴드 멤버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카메라는 카페를 벗어나지 않지만 한 테이크 안에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연극적인 광경을 선보인다. 윤성호 감독은 「은하해방전선」(2007)과 「도약선생」(2011)에서 선보인 비약적인 서사 전개 방식으로 그만의 기법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영화는 주인공에 집중하기보다 주변 인물들의 사변을 들쑤신다. 인과적인 전개방식보다도 다소 산발적인 사건들을 마구잡이로 늘어놓음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문법을 형성한다.

 

3. 독립영화의 공간을 지켜라

스크린 확보의 어려움

정용택 감독의 「파티51」(2014) 속 홍대 인디음악인들은 돈도 없고 공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대신 그들은 강제 철거 위기에 놓인 칼국수집 ‘두리반’에 모인다. ‘작은 용산’이라 불리는 두리반은 그곳을 철거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가게 주인과 음악인들로 조용할 날이 없다. 그들은음악을 통해 권력에 맞서 끝내 자신들의 공간인 두리반을 지켜낸다.

「파티51」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정작 영화를 만든 정용택 감독은 영화 속 음악인들의 공간 문제를 스크린에서 똑같이 겪게 됐다. 정 감독은 「파티51」을 상영하기 위해 영진위에서 유통지원비 명목으로 2,6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상영관을 20~30개 정도 잡을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영화관 측의 거부로 실제로 그가 잡을 수 있었던 상영관은 13개에 불과했다. 어렵게 잡은 상영관에서조차 관객이 많이 찾지 않는 아침이나 밤 시간대에 배치됐다. 「파티51」은 첫 날 관객스코어로 관객 두자릿수라는 성적표를 받았고 누적 관객수는 2,700명을 기록했다.

현재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를 포함한 멀티플렉스는 전국 영화관의 80% 이상을 독점하며 약 2,000개의 스크린을 소유하고 있다. 독립영화는 이중 멀티플렉스 내 예술영화전용관 30여 곳에서만 상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경제적 여건, 다른 예술영화와의 경쟁, 멀티플렉스 측의 자체검열 등의 이유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한 독립영화는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한 채 사장되며 영화 상영에 들어간 비용은 제작자의 빚으로 남는다. 제작하는 데 1~2년이 걸리는 독립 장편영화는 제작비만 최소 1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이는 영화인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스태프의 인건비를 계산했을 때 드는 비용이다. 마케팅 비용까지 합해 대략 2억원을 들인 제작자가 빚을 지지 않고 다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최소 5만명의 관객이 필요하다. 이는 관객 한 명이 영화를 관람했을 때 제작자에게 분배되는 4,000원으로 2억원을 나눴을 때 산출된 수치다. 1만명만 모아도 ‘대박’으로 여겨지는 독립영화의 현실 속에서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한 대부분의 독립영화는 스태프의 인건비 지급을 포기하고, 마케팅에도 많은 비용을 쓰지 못해 영화를 관객에게 알리지 못한다.

때문에 독립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멀티플렉스 내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려야 하며 관련 법 제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의 원승환 이사는 “독립영화를 관객에게 가장 손쉽게 선보일 수 있는 통로인 멀티플렉스 내에서 독립영화의 상영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며 “민간에서보다도 영진위 등 공적 기관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국회의원은 멀티플렉스가 한 개 이상의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을 만들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현재 관련 법안은 계류 중이다.

‘다양성 영화’라는 맹점

다양성 영화란 작품성과 예술성을 갖춘 영화를 기존의 상업 영화로부터 구별해 보호하고자 영진위가 만든 개념이다. 여기에는 한국 독립영화를 비롯해 외국의 예술영화, 제3세계 영화, 실험영화 등이 포함된다. 독립영화는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며 상업영화와 달리 멀티플렉스 내 예술영화전용관에서만 상영된다. 하지만 작은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 다양성 영화라는 개념이 그 안에서 일어난 외국영화 몰아주기로 인해 오히려 한국 독립영화가 설 곳을 빼앗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원승환 이사는 “다양성 영화 중 주로 상영되는 건 독립영화가 아닌 외국영화”라며 “제작비가 몇십억원에 육박하는 등 국내 상업영화 규모와 맞먹는 영화들이 다양성 영화 시장의 85%를 점령하고 있다”고 독립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구획이 극히 작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독립영화의 시스템을 일부만 따른 영화가 독립영화에게 할당된 스크린 지분을 거의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흥행에 성공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와 「한공주」(2014)의 경우 CGV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담당해 거대자본이 투입됐기에 완전한 독립영화로 보기 어렵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대기업은 자사 영화의 수익을 더 내기 위해 자사가 배급하는 독립영화에만 특혜를 준다”며 “CGV가 배급한 영화와 인디스토리가 배급한 영화의 흥행성적을 살펴보면 대비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이유로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전용관 내 독립영화는 다른 영화들에게 밀려 상영기회를 잃고 있다.

자립심 키우기 위한 독립영화전용관

따라서 독립영화가 성장하기 위해선 멀티플렉스의 공간 외에도 독립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현재 전국에 있는 예술영화전용관은 약 30곳이고 대부분이 공공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작년 영진위의 지원 사업이 끊기면서 위기에 처한 곳도 있다. 2014년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 재공모 심사결과에 따르면 총 20개의 스크린만이 선정됐으며, 그 중 5곳은 롯데시네마 아르떼였다. 대표적 모범사례로 뽑혔던 대구의 동성아트홀, 대전아트시네마는 탈락돼 위기를 맞았고, 지원을 받지 못한 거제아트시네마는 폐관됐다. 영화계에선 각 지역에서 예술영화를 알리는 지역 영화관의 역할을 영진위가 고려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적 지원에 의해 유지되던 시설들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독립영화만의 자체적인 역량을 키울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자립적인 ‘독립영화전용관’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외국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교차상영하는 예술전용영화관과 달리 독립영화전용관은 독립영화만을 독점적으로 상영할 수 있기에 독립영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전국의 독립영화전용관은 총 5개이며 그중에 4개가 서울에 있다. 서울에 있는 인디스페이스는 본래 영진위가 한독협에 위탁운영을 맡겨 2년간 운영됐으나 갑작스레 위탁 방식이 공모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에 한독협이 공모에 응하지 않아 인디스페이스는 휴관하게 됐다. 이후 영화인들의 노력으로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설립 추진모임’이 발족했고, 시민이 후원을 통해 지지를 보낸 끝에 인디스페이스는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처음에 공공기관에 휘둘려 폐관 위기에 처했던 영화관이 자립적인 힘을 갖춘 독립영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지방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 대구 오오극장도 지난 2월 시민의 도움을 받아 개관했다. 권현준 프로그램팀장은 “대구에 독립영화전용관이 생기면 지역 독립영화도 생겨나고, 관객도 늘어나 선순환 구조로 독립영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오극장에서는 도시락을 가져와 음식을 다룬 영화를 관람하는 도시락 영화제, 맥주를 한 캔씩 들고 들어가 벌이는 음주가무 영화제 등 기존의 영화관에서 볼 수 없던 자유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독립영화를 알리기 위한 지역 공동체 상영회

원승환 이사는 “사람들이 독립영화를 안 보는 이유는 독립영화가 재미없어서라기보다 독립영화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립영화를 찾는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독립영화의 존재를 알릴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주민을 불러모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지역 공동체 상영회는 관객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홍보방식이다. 지역 공동체 상영회는 일본, 영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주민에게 흔히 접하기 힘든 영화를 체험하게 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은 2011년도부터 영화관을 대관해 공동체 상영회를 주관하며 독립영화를 관악구 주민에게 소개해왔다. 특히 작년에는 지역 주민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으며, 12번의 공동체 상영회를 통해 누적관객 1,700명을 달성했다. 이상엽 상임연구원은 “처음엔 독립영화에 대해 아예 모르던 어르신도 오히려 지금은 주변에 상영회를 보러가자고 권유한다”고 말했다.

 

4. 독립영화의 목소리가 영화계 전체에 퍼진다면

예전에 독립영화는 소수의 매니아가 향유하는 전유물이었으나 그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기존의 상업영화를 관람하던 관객들도 점차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권현준 프로그램팀장은 “예전에는 독립영화라는 이름이 사회에서 쉽게 거론되지 않았고, 독립영화가 편향된 정치 얘기만 한다는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요새는 독립영화라는 이름이 대중 사이에서도 쉽게 오고 간다”고 말했다.

반면 상업영화는 과거보다 훨씬 더 제도권적인 가치만을 논의하는 장으로 갇혔다는 지적이 있다. 2000년대만 해도 상업영화계에서도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비판하는 「지구를 지켜라」(2003)나 퀴어를 등장시켜 인간의 고독을 그린 「로드 무비」(2002)가 개봉했지만 이제는 그런 영화를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두 분야 간 경계가 확고해 담론이 넘나들지 않으면 대중은 낯선 가치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점차 폭이 좁아지고 있는 상업영화의 스펙트럼 속에서 독립영화의 성장과 확대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독립영화가 제시하는 문제의식이 상업영화에도 공유되면 이를 통해 독립영화와 상영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관객이 볼 수 있는 영화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수월해질 수 있다.

독립영화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놓지 않았고, 소수자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는 민중이 살아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싸워온 역사에서 출발했으며 지금까지도 그 임무를 이어가는 중이다. 독립영화가 확대되는 관객층을 포석 삼아 상업영화와도 그 메시지를 교류할 수 있기를. 독립영화가 그가 처한 어려움을 관객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정신이 곳곳에 스며든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독립영화가 ‘따로 또 같이’ 우뚝 서는 그날을 기다린다.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