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 시행령 둘러싼 대립은 계속될 듯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 시행령 둘러싼 대립은 계속될 듯
  • 김윤주 기자
  • 승인 2015.04.12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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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세월호 침몰 사고 후 1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

세월호 침몰 사고 후 1년 지나도록

진상규명 위한 특조위는 출범 못해

다시 거리로 나온 유족과 시민들

전 국민의 안전사회는 가능할까

▲ 사진: 유승의 기자 july2207s@snu.kr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대들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
지난 5일(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일대에 가수 윤민석의 노래 「눈물이 난다」가 울려 퍼졌다. 전국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를 열흘 남짓 앞둔 날이었다. 이날은 4·16연대(4·16 가족협의회,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함께하는모든사람들)가 주최한 ‘세월호 가족 시민 안산-광화문 영정 도보 행진’의 둘째 날이었다. 전날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까지 걸어온 세월호 유족과 시민들은 둘째 날 오전 10시부터 광화문광장을 향해 영정도보 행진을 이어갔다.

둘째 날 행진을 시작할 즈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비를 입은 단원고 학부모들은 교복을 입은 앳된 아이들의 영정사진을 목에 걸었다. 자식의 학생증과 명찰을 함께 붙인 부모도 있었다. 부모들을 선두로 아이들의 책상, 방, 책꽂이의 모습을 찍은 사진 행렬이 뒤따랐다. 거리로 나온 유족들과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특별법) 시행령안의 폐지와 세월호의 인양을 촉구했다.

 

특별법 통과된 지 오래지만 특조위는 출범조차 못해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와 실종자의 형제자매들은 이날 행진에 앞서 시행령안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형제자매를 잃은 이들은 검은 상복을 입고 단상 위에 올라가 성명서를 낭독하며 흐느꼈다. 이들은 “책임질 위치에 있는 이들을 적법하게 처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는 제대로 된 특별법을 보장하라”며 “정치권의 임기는 몇 년이지만 세월호 형제자매의 임기는 죽을 때까지”라고 결연함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특별법이 제정될 때만 해도 유족과 시민들은 본격적으로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구조과정에서의 의문이 풀릴 것이라 예상했다. 특별법에 따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설치됐고, 특조위에 증인, 감정인, 참고인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 권리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위원 선정에 있어서도 유족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정부와 여당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야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었다.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 박주민 변호사는 “특조위 구성에 있어서 여당 추천위원보다 야당, 가족 추천위원이 많아 위원회를 잘 구성하면 제대로 진상규명을 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애초 유족들이 요구했던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가 포함되진 않았지만, 유족들은 하루라도 빨리 진상규명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필요성을 고려해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았다. 특조위가 세월호 침몰의 제도적, 정책적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곧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는 잠시뿐이었다. 사고 후 1년이 지나도록 특조위는 출범조차 못 했다. 특조위의 직제와 예산 등을 규정한 시행령이 제정돼야 특조위가 출범할 수 있는데 해양수산부가 2월 17일 입법 예고한 시행령안이 논란에 휩싸이며 제정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특조위원들이 지난달 5일 이완구 국무총리로부터 정식 임명장을 받고서도 업무를 잠정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번 시행령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특조위의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애초 특조위 설립준비단은 특조위 인원을 120명으로 제안했지만, 해양수산부의 시행령안에선 인원이 90명으로 줄었다. 90명 중 상임위원 5명과 비서, 운전기사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조사업무를 하는 인원은 81명이다. 게다가 이 81명은 공무원이 다수를 차지하도록 구성됐고(공무원 42명, 민간조사관 39명) 그중 9명은 해양수산부, 8명은 국민안전처에서 파견된다. 특히 특조위의 핵심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은 해양수산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맡게 된다. 세월호 가족협의회 정성욱 인양분과장(단원고 희생자 고 정동수 학생 아버지)은 “해양수산부도 감사를 받아야 할 처지인데 해양수산부 직원이 와서 조사하겠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이렇게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문제가 밝혀져도 감추려 할 것이기 때문에 진상조사는 하나마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족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특조위가 출범해야 하므로 시행령안 전체를 철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특조위의 제출안을 바탕으로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혀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 지난 5일(일) 4·16연대가 주최한 '세월호 가족 시민 안산-광화문 영정 도보 행진'에 참가한 한 시민이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문구가 새겨진 노란 띠를 매달고 있다.

사진: 유승의 기자 july2207s@snu.kr

아직 세월호는 바닷속에

도보 행진 참가자들과 유족들은 시행령 폐지와 더불어 조속한 시일 내에 세월호를 인양할 것을 핵심주장으로 내세웠다. 행렬이 지나간 자리 곳곳에는 ‘진실을 인양하라’ ‘실종자를 가족 품으로’와 같이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노란 깃발이 펄럭였다.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제작해 행렬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직접 매단 것이었다.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조합원 노동천 씨는 “SNS에서 도보 행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국민TV 조합원들과 함께 참가했다”며 “깃발은 인천에서 활동하는 여러 시민단체가 모여서 십시일반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침몰 사고 후 1년이 다 돼가지만 세월호는 아직 바닷속에 잠겨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수색 작업을 종료한 이래로 세월호 인양 여부와 인양 시기를 둘러싼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지난 2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다칩니다”라며 “대신 사고해역을 추모공원으로 만들어 아이들을 가슴에 묻자”라고 써 물의를 빚었다. 김진태 의원은 이미 선체를 원형대로 인양하기 어렵고,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며, 인양 과정에서 추가 희생이 우려된다는 ‘세월호 인양 3불가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유족들은 침몰 원인을 밝히고 사고 재발을 방지한다는 특조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체 인양이 필수라고 본다. 정성욱 인양분과장은 “특조위에서 가장 원칙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규명하는 일”이라며 “배에 구멍이 나서 침몰한 것인지 알기 위해 가장 확인하고 싶은 곳은 배 밑바닥”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배 안의 실종자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세월호 인양은 필요하다고 본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동생을 잃은 남서현 씨(단원고 희생자 고 남지현 학생 언니)는 5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님은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세요”라며 인양을 미루지 말라고 촉구했다.

여론 역시 세월호 인양 쪽으로 기울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로 시행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8%가 세월호 인양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이 들끓자 박근혜 대통령도 처음으로 이와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선체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인양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정부가 반복해온 “기술적 검토와 실종자 가족,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 및 공론화 과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었다. 해양수산부는 “선체 인양 시 약 1,2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며 “인양 시뮬레이션 결과 기술적으로 세월호 인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인양 방법으로는 해상크레인과 플로팅 독을 조합한 방식을 유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제 전 국민의 안전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여의도를 지나 마포대교에 이르자 행렬은 길이가 1.5km에 달할 정도로 길어졌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세월호 침몰 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산하 씨와 유봉현 씨(산마을고․19)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겪은 동갑내기 친구들을 추모하고자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김산하 씨는 “원래 1주기가 있는 주에 학교에서 추모제를 하려고 했는데 선배들로부터 유가족분들이 시행령 집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중고등학생의 자녀를 둔 연령대의 부모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구로구 천왕동에서 온 한 주민은 “1년이 지났는데도 진상규명된 것은 없고 유족들은 자식을 잃었다”며 “아마 애들 있는 부모들은 다 비슷하게 느낄 텐데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를 하는 것”이라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선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안전행정부가 조사한 국민안전체감도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는 응답은 지난해 3월 32.6%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18.5%로 급감했다. 전명선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단원고 희생자 고 전찬호 학생 아버지)은 “우리 유족들이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 중 하나는 진상규명을 통해 안전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직후 정부 역시 안전사회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해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작년 11월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기존의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을 통합한 국가재난 컨트롤타워다. 국민안전처 홍보담당관실 박경련 직원은 “세월호 이후에는 해상에서의 긴급구조와 빨리 구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특수구조를 강화했다”며 “안전 매뉴얼 관련해서는 매뉴얼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어 통폐합, 간소화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출범 5개월을 맞는 국민안전처가 안전문제를 해결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초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업무보고에 국민들이 실제로 불안감을 느끼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국민안전처의 업무보고에 대해 “정책의 상당 부분이 안전 교육에 할애돼 있어 문제의 상당 부분을 국민의 안전불감증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국민안전처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오는 16일 주최하는 ‘제1회 국민안전의 날 국민안전 다짐대회’를 두고서도 여당 내에서조차 보여주기식의 관변대회라는 질타가 쏟아진다.

이날 8시간에 걸친 도보 행진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인양을 위한 국민 문화제’로 마무리됐다. 행진 행렬이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시민 2,500여명은 응원과 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 추모의 촛불이 이어졌고 ‘정부 시행령 폐기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적힌 노란 카드가 세종대왕 동상 앞 광장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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