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안전, 안심해도 될까?

지난해는 세월호 침몰 사고,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건,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등 우리나라 안전 체계의 구멍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건·사고들이 유난히 많았다.

서울대 또한 지난해 자연대 500동 건물 안전 문제, 기숙사 화재, 학내 실험실 안전 문제 등 여러 안전 문제들에 직면했다. 지난 5일(일)에는 개관을 앞둔 예술계복합연구동(74동)에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아직도 서울대는 곳곳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사고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서울대가 지난해 벌어졌던 안전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시설점검과 실험실 안전, 안전교육 등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안전관리 시스템은 여러 안전 사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동시에 실험실 화학물질 관리, 재난대응시스템 등 아직 해결되지 못한 학내 안전관리의 문제점도 짚어보고자 한다.

지난해 발생한 안전문제, 어떻게 해결됐나

자연대 500동 안전 문제, 실사위원회 조사로 일단락

지난해 학내에서 발생한 안전 문제는 대부분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5월 멀티미디어 강의동(43-1동, 83동)과 자연대 500동 건물에 대해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본부는 외부업체에 이들 건물에 대한 정기·정밀점검을 의뢰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외부업체의 하중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과 하자가 발견된 곳의 보수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자연대는 자연대 교수 3인과 자연대 학부생 및 대학원생 3인으로 실사위원회를 구성해 건물 안전 조사를 시행했다. 실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무작위로 점검 대상 실험실을 선정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으며, 지난 2월 설명회를 열어 조사 결과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절반 넘는 석면 건물, 석면 종합관리방안으로 관리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본부가 실시한 석면검사 결과 절반이 넘는 건물에서 법정 기준치(1%)보다 높은 석면이 검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본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내 건물에 함유된 석면 현황을 나타낸 석면 지도를 제작했으며, 현재는 석면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해 석면 관리에 힘쓰고 있다. 시설지원과는 “석면이 고체상태일 때는 유해하지 않으나 가루 형태로 공기에 노출되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며 “석면 함유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석면 지도를 토대로 최대한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린이집 두 곳도 보수공사 끝마쳐

▲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균열 및 누수 문제, 석면 마감재 문제 등이 제기된 서울대 어린이집 두 곳도 보수공사를 모두 마쳤다. 백학어린이집에서는 2012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어린이집 자체 석면 조사 결과 법정기준치보다 높은 석면이 검출됐다. 또 느티나무 어린이집에서는 균열 및 누수 문제와 복도 고온 현상이 지적됐다. 이에 총학생회, 생활대 학생회, 어린이집 학부모 등은 ‘어린이집사태 TF팀’을 구성해 어린이집 시설 안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본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공사를 진행해 석면 마감재를 철거하고, 균열과 누수현상이 발생한 느티나무 어린이집의 보수도 끝마쳤다. 또 복도 창문에 단열필름을 부착하고 복도에는 냉방시설과 환기시설을 설치해 어린이집 복도 단열 문제를 해결했다.

 

학내 안전관리,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기관-본부-외부업체가 실시하는 학내 시설점검

서울대의 시설은 어떻게 관리될까. 시설지원과는 240여개의 건물을 대상으로 연 2회 안정성 평가를 실시한다. 건물의 안전도는 안전한 순으로 A등급에서 E등급까지 각 건물에 부여된다. 중앙도서관(62동), 자연대 500동, 농생대 200동, 공대 301동, 종합교육연구동(223동)은 규모가 커 연 2회 실시하는 정기안전점검과 더불어 4년에 한 번 정밀점검을 실시한다. 건물 안전점검은 각 단과대 및 기관에서 1차로 실시한 후 본부에서 2차 점검을 진행하며, 마지막으로 외부전문업체의 점검을 받는다.

10년 이상 된 건물은 10년이 경과된 때부터 1년 이내에 추가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며, 그 후 이전 정밀안전진단을 완료한 날을 기준으로 5년 이내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40년 이상 경과한 노후건물은 이번달 내에 안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결과는 추후 포털사이트 마이스누를 통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건물 외에도 보일러, 도시가스, 물탱크 등의 기계 및 전기시설, 소방시설, 승강기는 연 1회 점검을 진행하며 캠퍼스 내에 설치된 10개의 위험물 탱크는 월 1회 누유 및 안전점검을 시행한다.

관악학생생활관은 학부생활관과 906동 및 대학원생활관으로 구분해 시설점검을 실시한다. 학부생활관의 경우 학생들이 민원게시판에 올린 불편사항을 매주 확인해 이를 중심으로 시설점검을 진행한다. 906동 및 대학원생활관은 민간업체에서 매달 시설점검을 실시해 관악학생생활관에 보고한다. 관악학생생활관은 이 보고를 바탕으로 매학기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실험실 안전점검, 자체점검부터 사고처리까지

각종 위험 물질을 취급해 안전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실험실의 안전관리는 환경안전원에서 담당한다.

환경안전원은 △개인 안전장비 관리 △소방안전 △화학약품 관리 △가스 및 전기안전 등의 항목으로 실시되는 실험실 자체점검 결과를 토대로 매년 6월에서 8월 실험실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정기점검에서 안전지수를 산출했을 때 지수가 낮게 나온 실험실이나 독성 및 인화성 물질 등 위험물질을 다루는 실험실의 경우 외부전문업체에 위탁해 9월에서 10월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다. 이후 환경안전원은 정기점검과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백서로 제작해 각 실험실에 전달한다.

실험실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미한 사고라면 실험실 관리자인 교수가 사고 경위서를 제출한다. 이후 ‘관리기관 환경안전위원회’를 소집해 사고처리 결과를 환경안전원 원장에게 제출한다. 사고처리 과정에서 환경안전원은 기술자문을 담당하고 사고처리 결과를 검토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고 사례를 공개한다. 인명 피해나 1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중대한 사고의 경우 해당 실험실 교수는 기관장 및 환경안전원 원장에게 사고내용을 즉시 보고하며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고를 처리한다.

안전교육의 정기적 실시

▲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캠퍼스관리과는 각 분기별로 일어나기 쉬운 안전사고 유형을 단과대에 공지해 각 단과대가 필요에 따라 안전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 또 캠퍼스관리과는 1년에 한 번 한 기관을 정해 소방대피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다음달에는 관악소방서와 연계해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중앙도서관 관정관에서 소방대피훈련이 실시될 예정이다.

관악학생생활관의 경우 학생들은 처음 입사할 때 동조교와의 면담을 통해 안전교육을 받는다. 또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임의로 동을 선택해 소방대피훈련을 진행한다. 지난달 30일 906동을 대상으로 실시된 소방대피훈련에는 당시 기숙사에 남아있던 약 100명의 학생 중 80여명이 훈련에 참여했다. 기숙사 사생을 교육하는 동조교 또한 입사 시 응급처치 방법, 재난 발생 시 대피 훈련 등의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다.

실험실의 경우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공계대학 및 미대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2시간의 안전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안전문제, 어떤 것들이 있나

실험실 안전, 아직 해결과제 남아

본부는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곳곳에 존재한다.

실험실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환경안전원은 해당 실험실에 시정을 권고하는 수준의 영향력밖에 행사할 수 없어 전반적인 실험실 안전관리는 각 실험실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의 재량에 달려있다. 이에 대해 환경안전원은 “오는 7월부터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실험실 사고에 대해 법적으로 교수에게 책임이 부여된다”며 “교수가 실험실 안전 예방에 더욱 신경쓰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전교육을 이수해야만 실험실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대학원생과는 달리 학부생의 경우 안전교육이 의무화돼있지 않다. 지난해 실시된 온라인 안전교육에는 전체 대상 학생의 약 11%만이 참여했으며,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도 대상 학생의 48%만 이수했다. 이에 환경안전원은 “올해부터 안전교육 참여를 적극 유도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실험실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윤충식 교수(환경보건학과)는 “현재 CMR물질*을 사용하는 실험실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해야 하는 실험에 참여하는 교수나 학생들 중 일부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얼마나 유해한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는 만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리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안전원은 실험실 수와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화학약품의 종류가 많아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안전원은 “현재 각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화학약품의 목록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양이 방대해 모든 화학약품을 대상으로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앞으로는 취급제한물질을 중심으로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전담부서 부재로 재난대응에 차질 우려

현재 본부는 △자연재난 △소방·방범 안전관리 △실험실 안전관리 △사이버 안전관리 △교내 질서관리 등 분야별로 안전관리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를 총괄해 전담하는 부서는 부재한 상황이다. 현재 본부는 캠퍼스관리과, 시설지원과, 환경안전원 등으로 부서를 나눠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본부는 안전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인력, 전문성, 예산 등에 제약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캠퍼스관리과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교육부에는 안전총괄부서가 생겼고, 대학에서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조직 인력 충원이 쉽지 않아 총괄부서를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율 저조한 안전예방 교육

본부와 단과대에서 실시하는 소방대피훈련의 경우 학생들의 참여율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10월 본부에서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방대피훈련에는 학생 약 2,500명이 참여했다. 단과대도 소방대피훈련을 자체적으로 실시하지만 참여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고정우 씨(국어국문학과·10)는 “3년 넘게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소방대피훈련에 관해 공지를 받은 적도, 직접 참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관악학생생활관도 소방대피훈련 참여율이 높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919동에서 실시한 소방대피훈련에는 약 30명의 학생만이 참여했으며 지난달 30일 906동을 대상으로 진행된 훈련에도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전체 학생 중 약 20%의 학생만이 훈련을 했다. 관악학생생활관은 “학생들의 일정이 각기 달라 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학생의 참여 비율도 낮아 이들의 참여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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