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 시행을 비롯하여 노동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는 4일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을 발표했다.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하고 쟁의행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동권을 강화하고 기업은 해고와 대체근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사대등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기본취지라고 한다. 국제노동기구가 강조해온 노사자치주의를 강조하는 한편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려는 제도개혁의 일환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노사 양측이 반발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어서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정착시키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이 방안을 보면서 서울대의 노사관계선진화에 대해서도 짚어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학은 기업과 그 존재이유나 조직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노사문제가 핵심적인 사안으로 부각되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내부에 다양한 고용구조가 존재하며 그 중 일부는 기업의 노사관계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서울대의 경우, 대부분의 건물의 경비와 청소 등을 맡고 있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입찰을 통해 본부와 계약한 회사의 사용자와 직접적인 고용-피고용관계를 맺고 있다. 서울대가 고용한 기성회직원, 관악사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자체고용한 직원들도 노조를 구성하고 피고용자로서의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도 노사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실제로 서울대는 지난 수년간 노사분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고용형태가 다양한만큼 학내의 노사갈등의 내용과 형태도 복잡해졌다. 또 이 문제가 핵심사안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대응도 비전문적이어서 분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거나 장기화하는 경우들이 있다. 2000년에는 용역업체에 대한 시설관리노동자들의 파업, 2001년에는 단과대학 분할용역문제로 인한 노사분규, 2002년에는 65세이상 근무자의 퇴임문제로 분쟁이 일어났다. 관악사 노조의 파업처럼 무려 166일이나 갈등이 계속된 경우도 있었다.

노사갈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사전에 필요한 조치들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 정운찬 총장의 말대로 서울대 환경에 적합한 노사관계의 전문화와 제도화를 평소에 충실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분규가 있을 때마다 대학 내 노사관계의 전문화, 제도화가 논의되었지만 아직도 그 구체적인 틀이 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즉흥적이고 비전문적인 대응에만 의존하다가는 노사분규가 만성적이며 반복적인 형태가 되어 결국 그 피해자는 대학구성원 모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비용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각종 조치들이 오히려 노사분규를 조장함으로써 더 많은 비용을 치루게 하는 일은 없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학은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기업조직과는 달리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문화, 창의력을 산출하는 지식공동체이자 문화조직이기 때문이다. 21세기형 학문공동체로서의 서울대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 내부의 조직관리와 고용구조의 선진화를 향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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