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핍앤팝 전: 꿈속으로의 여행

▲ 사진제공: 신세계갤러리

추위가 지나가고 따뜻한 온기만이 남은 가정의 달 5월. 생동하는 계절에 어울리는 오색 빛깔 세상이 여기 있다. 호주의 설치미술가 핍앤팝(타냐 슐츠)이 형형색색의 설탕으로 만든 달콤한 지상낙원이 관객의 눈앞에 펼쳐진다. ‘꿈속으로의 여행’이라는 이름의 이번 전시는 신세계갤러리 본점과 센텀시티 지점, 인천점에서 각각 17일, 31일, 6월 1일까지 꿈의 낙원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 작품, 설화, 전래 동화 속에 묘사된 낙원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일상의 사물들을 지극히 환상적인 세계의 것들로 둔갑시켰다.

설탕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한 주요 재료다. 분홍, 연노랑, 하늘색, 민트색의 파스텔톤 색깔과 설탕의 반짝거리는 질감이 만나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핍앤팝은 “설탕이기 때문에 지니는 아주 감각적인 요소가 있다”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맛보고 싶다는 갈망을 지니게 하고, 어린 시절에 단 것을 먹고 싶었던 욕망과도 관련된다”고 밝혔다.

작가는 설탕 외에도 일상적인 재료를 수집하기 위해 동대문, 남대문, 그리고 방산시장을 방문했다. 그래서 관객은 마치 꿈같은 공간 속에서도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물건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비즈공예를 엮어 만든 식물, 구슬로 이뤄진 버섯, 군데군데 피어난 조화는 마치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숲 속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분홍색 포장재와 제기에 달린 술을 쌓아 만든 언덕은 설탕산보다 화려하게 솟아있다.

새로운 장소에서 전시를 할 때마다 해당 지역의 옛 이야기를 조사하는 핍앤팝은 한국의 설화와 전래동화에서 영향을 받아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 속 무릉도원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알록달록한 설탕 언덕으로 표현했다. 더불어 금을 쏟아내는 도깨비방망이, 견우와 직녀 이야기 속 오작교,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이 등 친근한 설화 속의 이야기를 반영해 작품의 재미를 더했다.

핍앤팝은 완성된 작품을 가져오는 대신 갤러리에서 작품을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다. 설탕을 쌓아서 만드는 그의 작품은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전시가 끝날 즈음엔 결국에는 해체되는 운명을 지녔다. 이를 통해 그는 ‘아무리 원해도 가질 수 없는 갈망’이라는 테마를 일시적인 프로젝트 형식에 녹여냈다. 핍앤팝은 “분명히 존재하는 순간이 있지만 곧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보거나 꿈을 꾸는 경험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갤러리 안에 관객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제작부터 철수의 전 과정에 관객이 참여할 수 있다. 관객은 설탕은 물론 구슬, 조화 등 구비된 재료로 다양한 오브제를 만들 수 있고 일부는 실제로 작품에 반영된다. 전시 철수 시에는 작품에 사용된 설탕과 오브제를 집에 가져가 간직할 수도 있다.

혀끝에 닿은 순간은 달지만 그 달콤함이 순간에 불과한 설탕처럼 핍앤팝의 작품도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 뒤 전시가 끝나면 사라진다. 환상적인 설탕 낙원이 사라지기 전에 달콤한 꿈의 세계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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