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경 기자
취재부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취업규칙 개정안을 반대하며 총파업을 시작했다. 병원 노조가 파업하면 환자들은 진료가 밀리고 검사결과를 받을 수 없는 등 불편을 겪는다. 그래서인지 병원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방문했을 때 한 노인은 “의료진이라는 사람들이 환자를 생각지도 않고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이래도 되냐”고 파업 중인 노조원들에게 소리치고 몸을 밀쳤다. 취업규칙 개정안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길래 그들은 이 모든 부정적인 시각을 감수하고 ‘파업’이라는 강경책을 선택했을까.

취업규칙 개정안에 포함된 전직원 성과급제는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을 하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제도다. 겉으로 보면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근로자들이 임금지급 형태의 변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한 노사대립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문제다. 성과급제의 시행은 ‘의료는 필요한 사람 누구에게나 제공되어야 하며 그 목적이 이윤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료공공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열어준다.

의료의 목표는 가장 좋은 치료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치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선의 치료를 제공해도 현상유지가 가장 좋은 결과인 만성병부터 붕대만 감아주면 환자 스스로 회복하는 외상까지 질병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또 똑같은 질병에 똑같은 치료를 제공해도 개인마다 회복하는 속도가 다르다. 때문에 ‘좋은 치료’에 대해 객관적인 지표를 적용해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의료의 본질적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병원은 환자만족도나 진료량과 같은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지표를 성과의 기준으로 삼는다. 성과급제가 시행되면 이에 따라 의료진은 평가와 직결되는 측정 가능한 지표에만 관심을 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에게 필수적이지만 환자들이 선호하지도 않고 수익도 나지 않는 치료는 외면 받는 의료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급제를 시행하고자 하는 서울대병원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서울대병원은 2013년에는 621억원, 2014년에는 4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대병원에게 이 이상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의료공공성을 지켜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에서 공공기관에서도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인력과 예산을 통제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을 거스르면서까지 서울대병원이 의료공공성을 지켜낼 유인이 부족하다.

의료공공성은 포기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가치이지만 책임을 서울대병원에게만 지우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다.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이 국민이 받을 의료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고민한 것 같지 않은 정부도, 공공병원이라는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정책 뒤로 숨어버린 서울대병원도, 불편함을 핑계로 파업하는 노조만을 탓하는 우리도 모두 의료공공성에 대한 책임이 있다. 수익성과 공공성의 시소를 타는 서울대병원이 수익성에서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주체도 의료공공성을 소홀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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