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자 1636호 7면 기획 '한반도, 아시아의 발칸?'을 읽고

지난주 ‘한반도, 아시아의 발칸?’ 기획기사는 우리의 전략환경과 국가이익을 짚어보고 향후의 대처방안을 묻는 유익한 계기가 되었다. 21세기 동북아는 탈냉전, 탈근대, 불확실한 탈패권의 환경에 처해 있고, 한국은 나라 밖과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부족한 국력을 보완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미국의 전략변화에 기인했다. 미국은 탈냉전 초기부터 군사혁신을 통해 새로운 전쟁과 국방 개념을 수립했고, 동맹전략과 해외주둔군배치의 근본 개념, 주둔양상도 바꿨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말처럼 변환이란 “기본 개념과 능력, 인력과 조직을 새롭게 조직하여 군사경쟁과 협력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며, 이로써 비대칭적인 취약성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고 국제안정을 기하는 과정”이다. 오랜 기획과정을 거친 주한미군 재배치가 우리로서는 갑작스럽다. 한미관계 악화라는 한반도 차원의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갑론을박 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주된 흐름을 읽고 이에 장기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연합전력을 한반도를 넘어선, 탈근대 위협에 대처하는, 이동이 자유롭고 우호적인 주둔환경에서 활동하는 군사력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우리는 어떠한 복안이 있는가?

 

한반도 전쟁의 가능성은 평화의 가능성과 직결된다. 전쟁 가능성에 지나치게 골몰해서도, 이를 정략에 이용해서도 안되지만, 성급한 평화욕구 때문에 희망 위주로 생각과 판단을 해서도 안된다. 전쟁가능성을 고려한 국가들의 정책 또한 전쟁 자체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남북관계, 북미관계, 미중관계는 모두 있을지도 모르는 전쟁을 상정한 관계다. 한국은 북한이 현재와 미래에 어떠한 대남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북핵으로 뒤엉킨 미북관계의 장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부상하는 중국과 경계하는 미국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장래는 강대국을 상대하는 외교력과 기회활용능력에 달려있다. MD문제와 미중관계는 한국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강대국간 다양한 갈등을 이용하는 우리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전재성 교수

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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