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CT포럼 2015

지난달 30일 코엑스 컨퍼런스홀에서 ‘CT(Culture Technology, 문화기술) 포럼 2015’가 열렸다. 이번 포럼은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발굴과 글로벌시장 개척을 위한 혁신적 기술개발을 주제로 특히 가상현실과 홀로그램 기술에 주목했다. 포럼은 미국의 유명 독립영화제 선댄스 영화제에서 가상현실 비행장치인 ‘버들리’를 선보여 화제가 됐던 맥스 라이너 교수(취리히 예술대학 인터랙션 예술과정)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2부에 걸쳐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돼 진행됐다. 1부에서는 문화콘텐츠와 기술의 융합을 통한 세계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이어 2부에서는 CT의 현재와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 라이너 교수가 소개한 버들리.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람객이 버들리를 시승하는 모습.

사진출처: 선댄스 연구소

현실 속 상상의 세계 가상현실

가상현실은 실제와 유사한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기술로 만들어낸 것을 뜻한다. 길거리를 카메라로 찍으면 목적지를 표시하는 어플리케이션처럼 사용자가 실제로 지각한 것에 컴퓨터가 만든 정보를 추가하는 증강현실과 달리, 가상현실은 아예 가공의 세계나 풍경을 창조해 체험자에게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한다.

기조연설은 ‘문화콘텐츠에 적용 가능한 가상현실 기술’이라는 주제로 맥스 라이너 교수가 맡아 진행됐다. 라이너 교수는 ‘마음의 비행’이란 제목으로 사실적인 가상현실을 강조하면서 그가 만든 가상비행장치인 버들리를 소개했다. 버들리는 십자가 모양의 틀에 사람이 들어가 새의 날갯짓을 흉내 내며 비행을 체험하는 장치다. 라이너 교수의 연구팀은 체험자가 새가 돼 도시나 숲을 바라보며 비행하고 높은 고도에서 속도감과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제 도시의 풍경을 재현했다. 또 스피커로 바람 소리를 들려주고 실제 선풍기를 장치 앞에 설치해 가상현실과 실제현실 사이의 유사성을 높여 체험자가 마치 진짜 새가 된 듯 비행에 몰입하게 했다. 라이너 교수는 “가상현실은 시각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를 이용해 느껴야 한다”며 가상현실이 단순한 영상적 재현뿐 아니라 복합적 측면에서 고려돼야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연극과 같은 무대예술에 가상현실 기술이 적용되면 관람객의 몰입감을 높이는 동시에 관람객이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경험할 기회를 준다. 가상현실 기술 적용의 긍정적 사례로 꼽히는 뮤지컬 ‘영웅’의 윤호진 감독은 두 번째 기조연설에서 극중 실제 기차와 합성한 배경을 만들어 관객이 기차 내부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보도록 설계한 무대장치를 소개했다. 이외에도 3D를 이용해 거리 이동이나 깨지는 유리창을 표현하는 등 가상현실을 재현하는 다른 무대효과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윤 감독은 “일본이나 중국보다 무대 위 가상현실을 재현해내는 기술이 10년 이상 앞섰다”며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한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만든 문화콘텐츠들이 새로운 한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VFX, 스크린에서 가상현실을 창조하다

▲ 뮤지컬 '영웅'을 기획한 윤호진 감독이 공연에 쓰인 가상현실 기술과 적용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희엽 기자 hyukim416@snu.kr

1부 세션 ➀과 ➁에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스크린을 이용한 문화콘텐츠에서 가상현실기술의 적용 가능성과 실례를 보여줬다. 여기서 중요하게 다뤄진 개념은 시각효과를 뜻하는 VFX(Visual F/X)이다. 이는 그림이나 영화의 프레임을 만들어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현실을 창조하기 위해 스크린 매체에서 쓰이는 VFX 방법 중 CG는 대표적 사례다.

영화 ‘명량’에서 CG효과를 맡은 매크로그래프의 이인호 대표는 영화 장면에 현실감을 더하고 영상미를 살릴 수 있는 CG기술을 설명했다. CG는 가상현실을 구현할 장면에 현실과 유사하게끔 만드는 효과를 어떻게 줄 것인지 모델링을 통해 구성한 뒤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시험해보는 시뮬레이션 단계를 거친다. 이후 3D랜더링과 2D랜더링을 차례로 거치면 CG로 만든 가상현실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실제 명량 촬영 과정에서 바다 위에 띄운 배는 단 한 척에 불과했지만, 이 배를 모델로 삼아 다른 배들을 구성해 선단을 만들었다. 또 배들이 부딪칠 때 파도가 어느 방향으로 튈 것인지 예측하는 유체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배들이 일으키는 물보라 효과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수정했다. 이인호 대표는 “시뮬레이션 단계는 제작자가 의도한 효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반복된다”며 “이 반복요소를 줄여주면서 원하는 효과가 정확하게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VFX의 백미”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시뮬레이션 기술은 앞서 언급한 유체 시뮬레이션 외에도 군중, 빛 등의 효과를 만드는 소위 ‘시뮬레이터’의 효율을 증가시켜 VFX의 불필요한 반복 작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첨단 기기와 플랫폼을 통한 문화콘텐츠의 발전

가상현실을 만드는 기술만큼이나 관객들이 직접 가상현실을 체험하게끔 하는 기기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가상현실 체험기기를 비롯해 기술적 요소를 적용한 문화콘텐츠 개발을 주도하는 여러 첨단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세션 ➂과 ➃에서는 이러한 첨단기기의 트렌드를 짚고 나아가 CT의 미래를 전망하는 강연들로 구성됐다.

2부 세션에서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 VFX과정에서 모델링 한 캐릭터들이나 배경을 직접 인쇄하여 볼 수 있는 3D프린터가 소개됐다. 이들 첨단 기기를 통해 가상현실을 더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주제의 강연이 진행된 뒤,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의 필요성과 함께 문화콘텐츠의 창작과 유통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이번 포럼에서는 첨단기술의 발전을 문화에 접목시키면 공연,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요소가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지속적인 기술의 개발과 이에 부합하는 문화콘텐츠의 개발을 통해 ‘어벤저스’ ‘태양의 서커스’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가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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