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사회대 설립 40주년 심포지엄

▲ 지난달 24일에 열린 심포지엄에서 조흥식 교수(사회복지학과)가 사회대의 역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올해는 사회대가 설립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사회대는 이를 맞아 지난달 24일 아시아연구소(101동)에서 ‘사회과학대학의 발자취와 발전과제’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회대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된 심포지엄에선 향후 사회대의 여러 부문에 대한 발전방안이 발표됐고 여러 패널이 의견을 교환했다.

 

40년 사회대 속 70년 사회과학

 

사회대의 역사를 발표한 조흥식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먼저 사회대의 전사(前史)를 설명했다. 1946년 설립된 서울대의 사회과학 교육과 연구는 문리과대학과 상과대학에서 이뤄졌다. 이들 단과대에 학과가 신설되고 신문대학원이 설립되는 과정을 거쳐 현존하는 사회대 학과 대부분이 만들어졌다. 문리과대, 상과대, 신문대학원으로 분산돼 있던 학과들은 1975년 관악캠퍼스가 형성될 때 한 데 모여 사회과학대학을 이뤘다.

1990년대에는 세계화의 물결에 맞춰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전환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났다. 조흥식 교수는 당시 사회대의 대응 방침을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제도·시설적 개선에 노력했다”고 평했지만 연구 재원 마련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사회과학 등의 기초학문보단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조흥식 교수는 그 원인으로 학문의 자본주의화를 꼽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정부의 무조건적인 지원은 줄고 대학이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가 강조됐다는 것이다. 편중된 연구비 지원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사회대에 약정된 발전기금은 7억원으로 공대의 103억원, 경영대의 82억원과 비교했을 때 열악한 상황이다.

 

사회과학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사회대를 발전시킬 혁신안 발표돼

 

이어 사회대 발전위원회(발전위) 이봉주 위원장(사회복지학과)이 사회대 발전방안의 개요를 발표했다. 그의 발표 후에 교육과 인프라 부문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혁신안의 발표가 있었다. 이날 소개된 발전방안은 발전위가 지난 2014년 5월부터 반년 동안 논의해 만든 것이다. 발전방안은 교육, 연구, 대외 및 봉사, 인프라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됐으며 특히 교육과 인프라 부문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교육 혁신안의 발표를 맡은 조동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현행 사회대 학부 교육의 문제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사회대의 정체성 결여다. 학생들은 각자 자기의 전공분야에 따라 사회과학의 분과학문을 파편적으로 배우고 있어 정작 사회과학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분과학문 간 공통적인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학과를 가로지르는 횡적 교육과정이 부재해, 각 학과가 비슷한 교과과정을 중복해 운영한다는 점 또한 지적됐다. 이에 조동준 교수는 사회대 공통 교과목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인문대의 ‘소그룹 원전읽기’ 교과목처럼 사회대도 가칭 ‘사회과학과 나’ 교과목을 개설해 사회과학 자체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회과학연구방법론 입문’ 교과목으로 양적방법론과 질적방법론을 교육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두 번째 문제로 조동준 교수는 교육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꼽았다. 학생 대부분이 진학이 아닌 사회 진출을 원하는 비(非) 학문후속세대임에도 교수는 학생들을 학문후속세대로 여기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학부 교육이 사회 현안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따라서 조동준 교수는 졸업 후 당장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에게 사회 현안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캡스톤 프로젝트’(capstone project) 교육과정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캡스톤 프로젝트는 학부생 3~5명이 모둠을 구성해 한국 사회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그 목적은 통섭적인 사고를 함양하는 것이다. 조동준 교수는 “캡스톤 프로젝트로 졸업논문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교육 부문에 이어 연구, 대외 및 봉사 부문의 발표도 진행됐다. 이봉주 위원장은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사회대 공통의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짚었고, 그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 연구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복지 등의 사회 현안에 부합하는 연구 주제일 뿐 아니라 사회대의 다양한 전공과 관련돼 통합된 정체성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 및 봉사 부문에선 ‘아시아 사회과학대학생 포럼’이 주목받았다.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아시아 학생 40~50여명을 선발해 2~3주간 포럼을 개최하는 내용이다. 이봉주 위원장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인적 교류를 통해 지역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며 사업의 의의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인프라 부문의 발표에서 이봉주 위원장은 “사회대가 최고 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기에 인프라는 열악하다”며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사회대 신양학술정보관(16-1동)부터 사회대(16동), IBK커뮤니케이션센터(64동) 등을 아우르는 사회과학 존(zone)을 설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봉주 위원장은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구성원의 소속감을 고취시킬 수 있다”며 방안의 장점을 설명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발전위와 백진 교수(건축학과) 연구팀의 협업을 통해 설계됐다. 인프라 혁신안의 발표를 맡은 박은주 씨(건축학과·박사과정)는 사회대 건물에 대해 “주변 아시아연구소 등의 건물과 외관상의 부조화를 이룬다”며 “낡은 외벽 타일과 창호 교체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또 멀티미디어강의동(83동)과 사회대 사이, 사회대 정면에 위치한 주차공간에 의해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이 뒤엉킨다는 점이 지적됐으며, 현 주차장을 지하주차장으로 전환해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구체적 실천 방안과
구성원의 의견수렴 필요해

 

하지만 이날 발표된 발전방안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의 문제는 역시 인력 부족이다. 발표 뒤 마련된 토론에서 홍기현 교수(경제학부)는 인문대와 자유전공학부 공통 교과목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문대 ‘소그룹 원전읽기’ 교과목에는 40여명의 교수가 참여하며 자유전공학부 ‘주제탐구세미나’ 교과목에 교수는 학기당 20시간까지 참여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지금의 사회대 인력 상황에서 이런 교육은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교육 계획에 참여할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회대의 2010년 전임교원 1인당 학부생 수는 15.8명으로 인문대의 8.3명과는 차이가 크다.

한편 황수익 명예교수(정치외교학부)는 “계획이 없어서 발전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 발전방안이 단순한 요식행위에 그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이들 계획을 다음 학장이 받아들인다는 보장도 없다”며 발전방안에 대한 구성원의 충분한 동의가 필요한 점을 지적했다. 이에 박지형 기획부학장은 작년 말부터 교수 학사협의회를 통해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이날의 심포지엄도 그 과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봉주 위원장은 발전방안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 후에 “자원조달과 더불어 추진체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