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내에 가장 큰 우려가 나타났던 부분은 이사회의 신설이었다. 학내 구성원은 이사회가 정관의 변경, 학내 사안에 대한 최종 의결, 총장선출에 걸친 폭 넓은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 학교 운영에 있어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사회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비판은 이사회가 정책평가단의 총장 후보자 평가 순위 결과와 다르게 총장을 선출하면서 극렬해졌다. 교수협의회와 평의원회는 “이사회는 학내 구성원의 의사와 다르게 총장을 선출한 것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의사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교수와 직원, 학생들은 현행 학내 거버넌스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총장선출 제도 개선을 위한 연석회의’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학내에서는 이사회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평의원회 정근식 의장(사회학과)은 “현행 법인화법 하에서 이사회는 총장 선출이나 학내 주요 사안의 최종 의결권을 갖는 등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교육과 연구 관련 안건은 평의원회가 최종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평의원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학내에서는 이사회의 권한을 인정하면서 함께 학내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교수협의회 조흥식 회장(사회복지학과)은 “최근 학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거버넌스 개선안은 이사회의 권한을 축소한다기 보다는 나머지 다른 의사 결정 기구의 권한을 키우려고 한다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며 “본부와 이사회가 학내 의사 결정 기구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소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법인화법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학내 거버넌스를 둘러싼 갈등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화 이후 학내 거버넌스에 대한 문제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부분은 지난해 있었던 총장선출 방식의 결정을 둘러싼 혼란과 총장선출 결과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반발이었다. 총장선출 방식이 미리 결정돼있지 않았기 때문에 총장추천위원회는 총장 후보자들이 출마함과 동시에 총장선출 방식을 제정해야 했다. 이로 인해 법인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총장 선거에서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비중으로 반영할지를 규정하는 데 있어 충분한 숙고를 거치지 못했고 총장선출 결과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결과”라는 비판을 받은 원인이 됐다.

총장선출 결과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사회는 지난해 7월에 열린 제7차 이사회에서 “국립대학법인 체제 하에서 최초로 열린 총장선출 과정을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향후 발전적인 제도 개선을 모색하겠다”며 “총장선출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인식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성낙인 총장은 “‘총장선출제도 평가 및 개선 소위원회’(소위원회)를 구성해 총장선출 과정에 관한 세부방침을 모두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소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그 산하에 연구진을 구성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현행 총장선출과정에 대한 세부사항을 연구한 끝에 지난달 2일 ‘총장선출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총장추천위원회의 정원을 50명으로 증원 △총장추천위원회 위원 전부를 평의원회가 추천 △총장추천위원회의 총장 후보자 평가 순위 공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총장선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연구진의 구성과 개선안 도출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됐다는 점과 소위원회가 이사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 그리고 개선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인화법의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법인화 이후 학내 거버넌스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동안 국회에서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법인화법)에 대한 여러 개정안이 발의됐으며 현재 개정안들은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인화법 개정안 중 학내 거버넌스에 대해 다루고 있는 개정안은 총 3개며 해당 개정안들은 평의원회 인적 구성의 다양화와 이사회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이사회 회의록의 공개, 그리고 재경위원회가 재무경영 및 회계를 심의하도록 재경위원회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재경위원회에 재학생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학내에서도 법인화법 개정을 통해 학내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조흥식 회장은 “현재 학내 의사결정기구들 중 많은 기구들이 법인화법에 의해 그 권한과 역할이 규정돼 있기 때문에 법인화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학내 거버넌스 구조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위원회 산하 연구진에 참여한 홍기현 교수(경제학부)는 총장선출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현행 총장선출 제도 개선 과정에서 법인화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총장선출위원회나 정책평가단의 세부 조항 같은 학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부만을 담당하는 기구의 조항을 개정하는 것 뿐”이라며 “총장선출 제도 개선안의 주요 내용들 중 상당 부분은 법인화법 개정이 선행돼야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인화법 개정안이 어느 시점에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인화법 개정안이 논의되기 위해서는 최소 오는 9월에 열리는 정기국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근식 의장은 “지금까지 발의된 법인화법 개정안이 모두 야당 소속의 의원들이 발의한 것이고 국회 내에서 법인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부족해 사실상 19대 국회에서 법인화법이 개정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현재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 등 학내 기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와 통과를 요청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수협의회는 이사회 구성에 교수의 참여를 확대하고 교직원과 학생도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인화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조흥식 회장은 “더욱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학교 운영에 반영되도록 본부와 협의해 올 안에 법인화법 개정안을 만들 예정”이라며 “학내 공청회를 거친 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인화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조흥식 회장은 “일본의 국립대학법인의 경우 이사회에 참여하는 학내이사의 비중을 학외이사의 비중보다 높여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외부로부터 대학이 단절돼 운영되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하나 현재처럼 학교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학외이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사회가 대학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