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학내 문예창작동아리: 총문학연구회, 창문

“赤途(적도)해바라기 열두송이 꽃心地(심지)…”

서정주는 「雄鷄(웅계) 上」에서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문학과 사상의 공동체를 꿈꾸며 이같이 노래했다. 그가 이 시를 발표한 것은 그의 나이 스물다섯 살. 요즘으로 치면 대학 4학년쯤 되는 나이로 그의 시 속에 담긴 바람은 창작에 열의를 가진 오늘날의 학부생들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에도 자신이 가진 생각을 문학을 통해 말하려는 학생들의 창작 공동체가 있다. 중앙 문예창작동아리 ‘총문학연구회’(총문연)와 국어국문학과 창작 소모임 ‘창문’이 그것이다.

서울대 문예창작의 ‘꽃심지’들: 총문연과 창문

총문연은 가입조건과 창작활동에 있어 ‘열린 동아리’를 지향한다. 문학작품의 창작이나 연구를 원하는 학생이라면 언제든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다. 총문연 오석화 회장(전기정보공학부·10)은 “총문연에 들어오기 위한 특별한 조건은 없다”며 “정기적으로 열리는 작품 연구 세미나처럼 총문연의 활동 행사 때 방문하면 바로 총문연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열려있다는 것은 또한 총문연 사람들끼리의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문학적 교류를 의미한다. 1979년 창단한 총문연이 36년이라는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수제와 같은 명확한 선후배 관계가 없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창문은 2013년 문예창작에 관심 있는 국어국문학과 신입생들과 몇몇 선배가 모여 결성됐다. 창문의 조준하 씨(국어국문학과·13)는 “창문이란 이름은 창작 문학의 줄임말이자 문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란 의미도 가진다”며 동아리 명칭의 의미를 설명했다.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받는 총문연과 달리 창문은 모든 학생에게 가입의 문이 열려 있지는 않다. 가입하려는 학생은 국어국문학과를 주전공 또는 복수전공해야 하며 인문계열의 경우 국문과 지망생에 한해 허용된다. 창문의 강민호 씨(국어국문학과·12)는 “창문의 활동이 국어국문학과 학부생 실에서 이뤄지는 만큼 국어국문학과생으로 제한했다”고 이야기했다.

문예창작동아리는 대학에서 배운 학문을 응용하고 집대성해 작품을 내는 창작활동이 이뤄지는 곳으로서 의의를 가진다. 방민호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학문을 연마하고 실력을 기르는 것과 창작이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다”며 “창작을 학문적 지식으로의 총아로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끝에서 흘러나온 글이 문집의 활자가 되기까지

▲ 지난 3월 24일 열린 창문의 합동평가회에서 동호회원들과 문학작품에 관심을 가진 비구성원들이 함께 모였다. 이날 합평회는 비구성원에게도 작품을 평가할 수 있도록 발언권이 주어져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사진: 유승의 기자 july2207s@snu.kr

일반적으로 문예창작동아리들은 각자가 평소에 창작했던 작품을 합동 평가회(합평회)를 거쳐 평가하고 여기서 특정 주제로 작품들을 분류하는 과정을 거친 뒤 문집의 형태로 독자들에게 작품을 선보인다. 총문연과 창문도 같은 과정을 거치나 창작 단계에서 개별 활동의 정도와 작품의 특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문예창작동아리 동아리원은 합평회가 열리기 전까지 연중에 발간할 문집에 들어갈 글이나 학내 각종 매체에 올릴 기고 출품작, 혹은 개인적으로 써보고 싶었던 작품을 창작하는 시간을 가진다. 총문연은 합평회가 열리기 전까지 문학적 영감을 얻기 위한 동아리원의 단체 활동이 거의 없다. 작품의 창작 활동은 개별적으로 이뤄지며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한 경험 또한 각자 원하는 것을 하는 데 의의를 둔다. 총문연의 박민규 씨(지구환경과학부·10)는 “총문연의 구성원들이 서로서로 다른 스타일의 글을 쓰는 만큼 합평회 전에는 따로 모이는 것이 없이 개별적으로 창작의 시간을 가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창문은 특정 주제의 영화 감상처럼 구성원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창작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경험을 가지고자 시간을 낸다. 이는 창문이 동인의 성격을 띠고 있어 문학적 가치관을 어느 정도 공유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합평회에서는 올라온 작품을 여러 사람이 평가하거나 앞으로 낼 문집이나 기고할 글을 고려해 작품을 선정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는 총문연과 창문을 막론하고 최대한 작품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올라온 작품들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떨어뜨리기보다 각자의 감상을 나누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오석화 회장은 “동아리 차원에서의 결과물을 정량적으로 모아내는 동시에 엄격한 문학적 잣대는 드러내지 않고 서로 감상하고 평가하는 자리”라 말했다. 총문연의 유주영 씨(독어교육과·08)는 “합평회에서는 단어들이 형성하는 이미지성, 호흡단위의 일관성, 조사 활용 등 작품의 여러 요소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며 합평회에서 다양한 시각의 감상평이 나온다는 것을 설명했다.

합평회에 올라오는 작품의 성격을 통해 총문연과 창문의 작품이 가진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다채로운 개성을 가진 창작자들이 모여 있는 총문연의 창작 작품들은 장르 범주도 상당히 넓고 작품이 말하는 바도 다양하다. 이는 장르상으로 시부터 소설과 평론 등을 아우르며, 내용상으로 서정적인 작품부터 사회 고발적인 작품과 실험적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에 이르는 다양성으로 나타난다. 한편 창문은 동인의 성격을 띠고 있어 문학적 지향점을 지니다 보니 형식파괴를 지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성격의 작품과 사회 참여적 작품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작품이 주로 나온다. 창문의 최경민 회장(국어국문학과·14)은 “하지만 최근 들어 작품의 범주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 김시온 씨가 총문연의 문집 『청년문학』을 들어보이며 소개를 하고 있다. 『청년문학』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총 15호가 발간된 총문연의 대표 문집이다.

사진: 장은비 기자 jeb1111@snu.kr

합평회를 통해 발표된 작품들을 모아 문집을 발간함으로써 작품들은 독자와 만날 준비를 한다. 문집 발간을 위해서는 작품이 부담 없이 읽힐 수 있도록 장르별 또는 정서별로 순서를 정해야 한다. 또 문집 발간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번 문집의 경우 대학문화예술활동지원금을 받아 발간하게 됐다. 이후 문집 디자인 등 세세한 사항을 점검한 뒤 총문연의 이름으로 출판한다. 현재 총문연은 정기적으로 문집 『청년문학』을 내고 있다. 올해는 15호가 나왔고 2월 말부터 합평회를 통해 발표된 작품을 모두 모아 다가오는 9월에 16호가 나올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청년문학』의 외전 격인 『□』을 내기도 했다. 총문연의 유주영 씨는 『□』에 대해 “처음 시도해 본 문집인데 청년문학에서 하지 못했거나 평소 하고 싶었던 작품들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낸 것인 만큼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집”이라고 설명했다. 창문은 아직 문집을 발간한 적은 없으나 올해 안에 합평회를 통해 결산을 내서 문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바라건대는 우리의 글을 창작할 환경이 더 넓어진다면

활발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음에도 문예창작동아리들은 고민이 많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학내 문예창작활동을 하는 동아리가 절대적으로 적어 창작할 공간은 물론 같이 문집을 낼 기회도 적다는 것이다. 현재 학내에는 총문연과 창문 외에도 대학원생과 학부생이 함께하는 창작집단인 ‘시속’이 있지만 모든 학부생이 조건 없이 들어와 활동할 수 있는 곳은 총문연 뿐이다.

문예창작동아리의 활동목적이 구성원의 등단을 위해서라는 선입견도 문예창작동아리에 대한 오해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창문 최경민 회장은 “대부분의 창작 소모임이나 동아리들의 가장 일차적인 목적을 등단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으며, 문예동아리 또한 그렇게 변질돼버린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실제로 등단을 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경우 모임에 섣불리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아리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더 나은 문예창작환경을 만들기 위해 문예창작동아리는 학내에 있는 다양한 장르의 문학창작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학생들이 창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총문연의 ‘엽편 세미나’를 들 수 있다. 엽편 세미나는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춰 짧은 소설을 창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총 4회에 걸쳐 열리는 엽편 세미나는 지난달 ‘물’을 키워드로 한 작품들을 창작했다. 엽편 세미나의 책임을 맡은 총문연의 유주영 씨는 “문학이라는 것은 수요가 많지 않은 만큼 최대한 다양한 방면의 창작이 이뤄져야 학생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또 그는 “문학에 대해서 다양한 방향에서의 관심이 가능한 만큼 여러 프로그램들을 만드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총문연이 엽편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장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문예창작동아리로 모이게 하고 있다면, 창문은 국어국문학과로 가입 조건을 유지하되 비구성원들에게도 활동참여 기회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강민호 씨는 “다른 외부구성원이 참여해 창문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평가할 수 있는 오픈합평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 작품을 쓰는 사람의 경우 가입 조건에 제한을 걸고 있지만 작품 향유의 즐거움은 최대한 많은 학내구성원에게 체험하도록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동아리들만의 노력으로 학내 문예창작환경의 저변이 넓어지기는 힘들다.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문예창작활동을 장려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방민호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대학문학상처럼 문학작품을 읽고 쓰고 하는 계기들이 많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창작이 대학에서 연마하는 학문적인 것과 관계가 없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예창작환경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가 국어국문학과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계절학기부터 국어국문학과에서는 ‘창작의 세계’라는 교양과목을 개설했다. 창작의 세계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직접 작품 창작하기, 작가와의 만남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국어국문학과 노태훈 조교는 “창작 관련 강의는 소설가나 시인 등이 강연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며 “창작을 주제로 한 다른 과목을 추가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창작의 세계는 꾸준히 개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예창작동아리는 작품을 창작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자유로운 창작을 보장하는 한편, 서로 작품을 비평하고 교류하면서 개개인의 문학관을 다채롭게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학내 문예창작의 핵심을 맡고 있다. 이들이 학내 문학계의 꺼지지 않는 등불로 남아 문예창작환경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학생들의 관심과 동아리 및 학교 차원에서의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