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1990년대 말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붕괴한 이후 세계 도처에서는 지속적인 민주주의의 성장이 일어났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민주화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민주주의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듯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쇠퇴를 예측하는 이론가는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점점 더 많은 학자들이 민주주의의 쇠퇴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의 저자인 조슈아 컬랜칙 역시 이를 증언하고 있다.

세계 자유 보고서에서 프리덤 하우스는 2010년까지 5년 연속으로 전 세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으며, 근 40여년 동안 가장 오랜 기간에 걸친 축소라고 밝혔다. 컬랜칙에 따르면 이는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한 듯했던 아시아, 중동, 라틴 아메리카 등지의 개발도상국들의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전반적으로 군부의 힘이 다시 강해지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위축되는 다양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재자가 투표로 선출됐다는 함정, 권위주의의 귀환과 성공적인 대안이 된 ‘중국모델’의 등장, 중산층의 배반, 민주주의를 확립한 국가들의 안이한 태도, 경제 불황과 동반되는 독재에 대한 향수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개발도상국 내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독재 정권화와 독재에 대한 향수는 민주주의적 기반과 제도적 장치의 부족에 기인한다. 태국의 경우 군부 정권 퇴진 이후 2000년대 초까지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다시 국가기관 부패와 군부세력의 영향력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편 개도국에 민주주의적 영향을 끼친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문제가 발견된다. 컬랜칙은 그들이 각 국가의 특수한 문화·경제적 여건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전파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퇴보적 흐름을 멈추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관론에서 벗어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이는 민주화의 혜택을 기대하는 개도국들과 이미 제도적으로 기반을 다진 서구 국가들 모두에 해당된다. 컬랜칙은 개도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과 평등을 동시에 가져다 줄 것이라는 비현실적 기대감을 심어주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온건한 경제 성장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서구는 재정 위기나 사회적 대립과 같은 민주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더 효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전파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최근 경기불황에 따른 정치권의 변화로 민주주의의 번영에 대한 의문이 들고, 그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면 『민주주의는 왜 망가지는가』를 읽어보자.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조슈아 컬랜칙 저
ㅣ노정태 역ㅣ들녘
ㅣ416쪽ㅣ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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